에티하드항공 A380-800 비즈니스석(아부다비-파리)
요즘은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되면 흔히들 ‘인생’이라는 말을 덧붙인다.
인생 맛집, 인생 영화, 인생 공연… 내 인생을 통틀어 여기를 베스트로 꼽을 수 있을 정도라는 말을 함축적으로 표현한 말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한 가지 단점이라면 너무 자주 쓰이는 탓에 그 진정성이 조금 의심될 때도 있다는 것…?
그 때문에 언젠가부터 난 ‘인생’이란 말을 쓸 때 한 번 더 생각해보게 된다. 일 년 동안 여러 항공사를 리뷰해야 하는 직업 특성상 좋은 싫든 그들을 동일선상에서 비교해야 할 때가 있는데, 어떤 부문에서 가장 훌륭하다고 해서 무조건 ‘인생’이란 칭호(?)를 붙여주진 못하겠더라. 좌석/ 서비스/ 기내식 이 삼박자가 모두 맞아야 한다.
이런 내가 두고두고 ‘인생 비행’이라고 부르고 싶은 비행이 있으니, 지난번 취재했던 필리핀항공 A350-900 비즈니스석(방콕-마닐라). 그리고 이번에 리뷰할 ‘에티하드항공 A380-800 비즈니스석(아부다비-파리)’이다.
지금부터 여러분들에게 나의 두 번째 인생 비행 이야기를 들려드릴 테니, 언젠가 파리 여행을 떠난다면 ‘인생’ 칭호를 내려줄 만한 비행이 함께 하길 바란다.
리뷰를 쓰기 앞서 그냥 넘어가면 아쉬운 정보가 있어 슬쩍 적어본다. 이걸 읽는 건 선택사항. 우리가 에티하드항공 A380-800이란 기종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1. 2019년 7월부터 인천-아부다비 직항에 매일 투입될 기종
: 지금은 B787-10을 운항하고 있으나 다가올 하계 스케줄에선 A380-800이 대신 투입될 예정이다. 에티하드항공을 타고 직항으로 아부다비를 가거나, 경유로 파리에 갈 사람들이라면 주목해야 할 이유다.
2. 스카이트랙스 선정, 세계에서 가장 럭셔리한 항공기 1위에 뽑힌 기종
: 자타공인 모두가 인정하는 초럭셔리 클래스 ‘더 레지던스’와 ‘퍼스트 아파트먼트’가 탑재된 유일한 기종이다. 특히 기내에는 퍼스트&비즈니스석 승객들이 이용할 수 있는 ‘더 로비(The Lobby)’라는 라운지 바가 있는 것이 특징이다.
3. 신형 비즈니스 ‘비즈니스 스튜디오 타입’이 탑재된 기종
: 에티하드항공의 비즈니스석은 ‘비즈니스 플랫 베드’와 ‘비즈니스 스튜디오’ 2가지 타입이 있는데, 이중 신형인 ‘비즈니스 스튜디오 타입’은 A380과 B787라인 기종에서만 만나볼 수 있다.
|Editor’s Talk
: 에티하드항공이 보유하고 있는 A380-800은 총 10대로, 기타 보유 여객기들 중 가장 적은 숫자로 운항하고 있는 기종이다. Ex) A320(30대), A330(14대), B777(19대), B787(29대)
이번 비행은 인천~아부다비~파리로 가는 경유 편이므로, 체크인은 이미 인천공항에서 완료했다. 자세한 체크인 과정은 B787-10(인천-아부다비) 리뷰에서 확인할 수 있다.(체크인 시 주의사항, 마일리지 관련 TIP도 있으니 꼭 한 번 보길)
이번엔 간단한 비행 정보만 적고 대신에 아부다비 국제공항에서 즐길 수 있는 비즈니스석 라운지를 간단히 소개해보려고 한다.
<세부 정보>
-비행노선: 아부다비~파리 왕복
-비행편명: EY037(파리행) / EY032(아부다비행)
-비행시간: 08:55~14:20 / 10:30~19:30
-마일리지: 왕복 총 3,251 적립(에티하드게스트 기준)
|Editor’s Talk
: 에티하드항공은 ‘에티하드 게스트(Etihad Guest)’라는 자체 마일리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다행히 아시아나항공, 대한항공과 마일리지 제휴를 맺고 있어서 이쪽으로도 적립이 가능하다.
아부다비 공항(제3터미널)에 도착해 비즈니스 라운지로 가는 길은 은근 헷갈리는데, ‘Etihad Business Class Lounge’라고 잘 알려주던 표지판이 중간에 한 번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당황하지 말고 Gate 33-61 방향으로 가면 라운지가 나올 것!
이날 보딩 게이트는 32Gate였는데 라운지와는 반대편이었다. 둘 사이의 거리는 도보로 넉넉잡아 10분 정도? 그러나 이동 인구가 꽤 많으니 이를 고려해서 출발하면 좋을 것 같다.
라운지 내부는 전체적으로 조용한 분위기였다. 같은 UAE 국영항공사인 ‘에미레이트항공’의 메인 공항에 있는 라운지와 비교하면 사실 많이 아담한 축이지만(근데 이건 다른 항공사와 비교해도 에미레이트항공이 워낙 넘사벽급이라…) 시설들이 꽤나 알차게 구성돼 있었다.
곳곳엔 다양한 느낌의 쉼터가 잘 마련돼 있었고 의자 수도 많아서 크게 자리 고민을 하지 않아도 돼 좋았다. 다만 충전 콘센트가 있는 테이블은 한정적이라 이 부분은 좀 아쉬웠다.
쉼터 외에도 바텐더들이 상주해 있는 바, 비즈니스 센터, 키즈룸, 기도실, 식스센스 스파 등 다양한 부대시설이 마련돼 있었다.
그중에서도 꼭 즐겨야 할 것은 식스센스 스파. 우리가 흔히 아는 그 ‘식스 센스(SIX SENSES) 리조트 앤 스파’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로, 퍼스트와 비즈니스 고객에게는 15분 이상 무료 마사지를 제공하고 있으니 놓치기엔 매우 아까운 서비스다.
|Editor’s Talk
-퍼스트 고객: 15~25분 무료 마사지 제공
-비즈니스 고객: 15분 무료 마사지 제공
(라운지마다 ‘식스 센스 스파’ 운영시간은 상이하므로 별도의 확인이 필요)
푸드 코너는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메인 쉼터를 중심으로 크게 두 군데가 마련돼 있었다. 인테리어나 음식 구성은 거의 동일했고, 각 푸드 코너는 한 끼 식사 거리가 많은 메인 테이블과 디저트가 많은 서브 테이블로 이루어져 있었다.
1) 메인 테이블
메인 테이블엔 각종 핫푸드. 스시롤, 샐러드, 식전빵 등 한 끼 식사로 괜찮은 메뉴들이 준비돼 있었다. 사실상 가짓수가 그렇게 많진 않았지만 하나하나 맛의 퀄리티는 좋은 편이었다.
이외에 빵과 곁들여 먹기 좋은 모둠 치즈와 그래놀라 요거트도 준비돼 있었다.
드링크는 테이블 아래 미니바에 따로 준비돼 있었다. 탄산음료, 주스, 맥주, 생수, 스파클링 워터 등 기본적인 것들이 주였으며 보다 다양한 주류를 맛보고 싶다면 따로 마련된 바를 이용하는 분위기였다.
2) 서브 테이블
서브 테이블엔 디저트류가 많았는데, 이외에 가볍게 즐길 수 있는 핑거푸드나 생과일도 마련돼 있었다.
또한 너무나 센스 있게도… 아랍의 정통 커피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아라빅 커피’까지 준비돼 있으니 이곳에 온다면 꼭 한 번 즐겨 봤으면 한다. (Ft. 아랍 전통 디저트들)
라운지 내에선 어디서 음식을 즐겨도 상관없는 분위기이지만, 이렇게 따로 다이닝 공간도 있다. 모두가 음식에 집중하고 있으니 보다 조용한 분위기에서 식사를 즐길 수 있다.
많은 항공사가 비행 출발 시간 30분 전부터 보딩 타임을 거는 반면, 에티하드항공은 1시간 전부터 보딩을 시작하고 있었다. (직원 입장에선 준비 시간이 촉박해서인지 가끔 지연되기도 함)
이 비행기가 이번에 탑승할 A380-800. 더블 덱(Double Deck; 2층) 비행기라 탑승구도 위아래 두 곳으로 나눠져 있다. 앞서 말했듯, 에티하드항공의 A380은 ‘더 레지던스’와 ‘퍼스트 아파트먼트’가 탑재돼 있는 유일한 기종으로 기내는 총 4클래스로 구성돼 있다.
▶총 485석: 더 레지던스 1석 / 퍼스트 아파트먼트 9석 / 비즈니스 스튜디오 70석 / 이코노미 405석
1층(Main Deck)은 ALL 이코노미석으로 이루어져 있고, 나머지 클래스는 모두 2층(Upper Deck)에 모여 있는 형태다.
2층 기내에 탑승하자마자 제일 먼저 보인 ‘더 로비(The Lobby)’ 라운지 바. 이 라운지 바를 중심으로 왼쪽은 퍼스트 클래스 공간, 오른쪽은 비즈니스 클래스 공간으로 나눠져 있었다.
어찌 보면 에티하드의 A380을 타기 전부터 제일 기대했던 부분인데, 생각보다 너무 별 특징 없는 모습에 그냥 미리 공개한다.
비즈니스석은 총 3구간으로 내 좌석(18K)은 가장 좌석이 많은 1구간 하고도 맨 뒷자리였다. 각 라인은 기본적으로 2-2-2 배열이나 구간별로 맨 앞뒤 라인에 한해 1-2-1 배열로 구성돼 있다.
제 눈엔 그냥 1-2-1 배열처럼 보이는데요?
그렇게 느껴지는 이유는 바로 좌석들이 ‘역방향’으로 설계되었기 때문. 서로 마주 보는 앞뒤 좌석이 한 SET로 구성돼 있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이런 느낌. 특히 아래쪽 사진은 마주 보는 좌석에서 일어나면 보이는 느낌 그대로다. 일어날 때마다 맞은편 승객과 마주치면 살짝 뻘쭘한 건 옵션… 이 뻘쭘함만 제외하면 큰 불편은 없다.
각 좌석은 세미 룸 타입으로 설계돼 있어 마치 1인 벙커에 들어온 느낌이다. 자칫 답답하지 않을까 걱정됐지만 그것보다는 아늑한 매력이 더 강했다.
<좌석 스펙>
-Width: 20인치(약 50.8cm)
-Pitch / Full Flat: 73인치(약 185.43cm)
레그룸도 널널. 사실 Pitch가 185cm 정도면 요즘 비즈니스석 중 평균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잘 뽑힌 시트들은 189~190cm까지도 가기에…
나 같은 아담러들에겐 널널하지만 키 큰 사람들은 널널하다고 까진 느끼질 못할 수도 있다.
세부적인 것들을 보기 전에, A380 탑승 시 창가 1인석을 고르면 좋은 점이 있다.
아주 널찍하고 깊은 개인 수납함이 2개나 마련돼 있다는 것!!! 나처럼 기내 수하물이 많은 사람들은 참고하면 좋을 포인트다. (그렇다고 모든 항공사의 A380에 탑재돼 있는 건 아님. 싱가포르항공 NEW A380엔 없었음)
좌석 옆쪽엔 사이즈가 다른 사이드 테이블이 2개 마련돼 있는데, 각 테이블마다 장착된 아이템(?)이 조금씩 다르다.
위 테이블은 개폐식으로, 뚜껑을 열면 안에 헤드셋과 생수가 들어 있다. 테이블 사이즈는 조금 작지만 뚜껑이 있어 물품들을 안전히 보관하기에 제격이다.
좀 더 큰 테이블. 여권과 노트 또는 작은 사이즈의 노트북 정도가 올라갈 수 있을 만한 사이즈다. (어메니티 파우치는 아래에서 구경하도록 하고)
이 테이블엔 좌석 컨트롤러와 스크린 컨트롤러가 장착돼 있다. 좌석 컨트롤러의 경우 버튼형과 터치형 두 가지 타입으로 마련돼 있어 더 편한 것으로 사용하면 된다.
컨트롤러엔 좌석 플랫 조절 버튼뿐만 아니라 창문 개폐 버튼. Do not disturb 버튼, 독서등 on/off 버튼 등이 함께 있어 좋았고, 아이콘이 상당히 직관적이라 조작도 편했다.
어메니티와 파우치는 이탈리아 향수 브랜드 ‘아쿠아 디 파르마(ACQUA DI PARMA)’ 제품이었다.
안대, 양말, 덴탈 키트 등 기본적인 아이템과 함께 ‘아쿠아 디 파르마’ 핸드크림, 미니어처 향수가 들어있었다. 핸드크림과 향수의 경우 여성적이고 상큼한 향이 특징인 매그놀리아 노빌레 라인 제품들이었는데, 향이 좀 강렬해 내 취향은 아니었다.
추가로, 어메니티 파우치의 컬러는 옐로와 블랙 총 2가지 있는데 비행 편에 따라 그때그때 다르게 제공하고 있는 것 같았다. (어떤 기준인지는 모르겠…) 개인적으로는 블랙보다는 산뜻한 옐로 컬러가 더 마음에 들었다.
기내식 테이블은 두께감이 있어 안정적이었고, 위아래로 올릴 수도 앞뒤로 밀 수도 있어 편했다.
그럼 이제 너무도 보여주고 싶었던 기내식을 살펴볼 차례.
사실 이번 비행에 ‘인생’이란 칭호를 붙인 이유 10할 중 6할은 바로 이 기내식 때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에티하드의 기내식 주문법은 좀 특이한데, 여타 항공사들은 ‘저녁식사’, ‘아침식사’ 이런 식으로 특정 시간대에만 제공되는 메뉴 리스트를 명확히 나누는 편이라면 에티하드항공은 이 경계가 좀 애매하다.
메뉴는 크게 ‘올데이’와 ‘알라카르테’로 나누어져 있는데 ‘올데이’는 말 그대로 비행 내내 원한다면 언제나 먹을 수 있는 메뉴들로 각각 단품으로 제공되는 것들이고 ‘알라카르테’는 코스요리(스타터-메인-디저트 순) 메뉴로, 디너나 런치 기내식으로 권장되는 쪽이었다.
하지만 말 그대로 권장만 할 뿐, 승객이 알라카르테 대신 올데이 메뉴를 시켜도 별다른 제한을 두지 않고 있었다. 그때그때 더 먹고 싶은 쪽을 주문하면 되는 형태. 이런 부분에 있어서는 기내식 제공 방식이 굉장히 자유롭다고 느꼈다.
공식적으로 주문을 받은 건 런치 기내식 1번. 기본적으로 런치는 ‘알라카르테’에서 선택하고, 추가로 먹고 싶은 메뉴는 올데이 메뉴에서 계속 시킬 수 있었다.
남자 승무원 한 분이 주문을 받으러 오셨는데, 고민을 하고 있으니 스윗하게 메뉴 설명을 해 주셨다. 메뉴에 대한 이해도가 굉장히 높아 보였다. 고급 레스토랑의 숙련된 웨이터 느낌…
아 왠지 이분에게 기내식 추천받으면 후회는 없겠다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어 조심스럽게 메뉴 추천을 부탁했더니 흔쾌히 스타터와 메인, 디저트를 추천해주었다. 그렇게 추천받은 메뉴들!!
스타터: Butternut and leek soup with pumpkin seed
메인: Sea bream
디저트: Peach mousse with toasted hazelnuts and praline cream
그리고 꼭 마셔보고 싶었던 에티하드항공 시그니처 드링크 ‘벨리니 목테일(Bellini Mocktail)’도 함께 주문했다. (이건 B787-10 때 시켜 보려다 실패한 드링크였다. 재료가 금방 소진되거나 아예 준비가 안 돼 있는 비행 편들이 있으니 이렇게 기회 될 때 먹어봐야 한다.)
1) 스타터
승무원분이 강추 했던 스타터 메뉴 ‘Butternut and leek soup with pumpkin seed’.
메뉴 이름과 재료가 조금 생소할 수 있는데 버터넛(Butternut)은 북미 쪽에서 생산되는 호두의 일종이고, 릭(Leek)은 대파처럼 생긴 채소로 맛은 파, 양파, 샬롯이 섞인 맛이다.
한 입 떠먹어 보니 ‘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스타터부터 이렇게 맛있을 줄이야. 이래서 자신 있게 추천해줬구나 싶었다. 굉장히 고소하면서도 풍미가 있고 짭조름해서 입맛을 돋우기 제격이었다.
순식간에 한 그릇을 다 비웠는데 이후에도 더 먹고 싶은 걸 겨우 참았다.
함께 받은 ‘Bellini Mocktail’. 복숭아 퓌레의 상큼하고 은은한 향이 일품이었다. 살짝 탄산까지! 한 번쯤 먹어 볼 만한 드링크.
하지만 시그니처 치고 특별히 비주얼이나 맛이 뛰어나진 않아서 고급 와인 & 샴페인과 견준다면 무조건 벨리니를 선택하라고는 할 수 없을 것 같다.
2) 메인
가장 감동스러웠던 메뉴는 메인으로 시킨 ‘Sea bream’. 그 맛있다는 감성돔 구이다. 이미 플레이팅 비주얼로 압살….
비주얼 예쁜 기내식 꽤 많이 봤다 생각했는데, 살다 살다 구운 레몬으로 플레이팅 해주는 기내식은 또 처음이다. 생선도 껍질째 토치로 구워 낸 비주얼이라니… 퍼스트도 아니고 비즈니스석 기내식에서 이런 고급 기술을 사용해 주다니 감격스러울 따름이다.
병아리콩도 듬뿍! 토마토소스와의 조화가 일품이었다. 비주얼, 구성, 맛 모든 면에서 완벽했던 기내식이라 할 수 있다.
싹싹 비워 먹은 인증샷. 병아리콩이 너무 많아 나중엔 배가 불러 남길 정도였다.
3) 디저트
디저트는 ’Peach mousse with toasted hazelnuts and praline cream’.
마치 파리 현지 파티셰가 만들어 준 것 같은 비주얼… ‘프랄린(벨기에 고급 초콜릿)’과 ‘헤이즐넛’으로 만든 크림이 촉촉한 복숭아 무스를 감싸고 있고, 옆엔 통 라즈베리가 들어간 소스까지 놓여있다.
아까워서 한동안 사진만 찍다가 한 입. 무스 사이사이에 있는 복숭아 과육이 젤리 같은 식감으로 다가왔다. 너무 달 땐 라즈베리 소스 콕 찍어 먹으니 새콤달콤! 굉장히 고급스러운 맛의 디저트였다.
그렇게 마지막까지 감동하고 있을 즈음, 사무장님께서 찾아오셨다.
기내식은 맛있었나요? 이건 작은 선물인데….
기내식을 추천받고, 메뉴판을 꼼꼼히 살펴보는 내가 신기했는지 혹은 재미있어 보였는지(?) 사무장님께서 “퍼스트 클래스에만 제공된다는 초콜릿”이라며 귀여운 상자 하나를 건네주셨다.
갑작스러운 서프라이즈 선물에 감동하며 사진을 찍고 있는데, 이번엔 승무원 한 분이 무언가를 가득 들고 오셨다.
사무장님께서 보내신 서프라이즈 디저트입니다.
(...또?)
승무원의 손엔 딱 봐도 엄청나게 고급진 디저트와 샴페인이 들려 있었다. 이윽고 사무장님께서 오셔서 맛있게 먹으라며 “퍼스트 클래스 고객 중에서도 따로 셰프 콜을 해야만 먹을 수 있는 메뉴”라고 말씀해주셨다. 맛은 뭐… 진짜 정성 들여 만든 최고의 디저트란 게 티가 나는 정도?(=최고)
하지만 이런 선물을 받아 좋기도 했지만 기내식 서비스 자체가 단연 최고였다. 맛있는 음식 추천과 함께 그때그때 턴-다운 타이밍도 적절했고, 적당히 스윗하고 카리스마 있는 서비스가 굉장히 전문적이고 믿음직스럽게 느껴졌다.
EY037편에서 추천받은 기내식들이 모두 대만족이었기에, 이번에도 승무원분의 추천을 받아 보기로 했다. 이번 승무원분도 굉장히 자신 있게 아래 메뉴들을 추천해 주셨다.
스타터: leek soup
메인: Canneloni with Pumpkin and Ricotta
디저트: Lemon tarte with Raspberry sauce (이건 나의 픽)
1) 스타터
이번에도 역시나 ‘leek soup’. 저번에 먹었던 것과 너무 비슷한 느낌이라 살짝 망설였지만, 승무원분이 강추하시기에 믿고 시켜봤다.
맛은 딱 미음! 너무 순해서 풍미는 반감됐지만 식사 시작 단계에서 가볍게 먹기 좋았다.
2) 메인
메인 메뉴는 ‘Canneloni with Pumpkin and Ricotta’. ‘카넬로니’는 파스타의 한 종류인데 면 형태는 아니고 안에 고기나 채소, 치즈 등으로 속을 채워 오븐에 구워 낸 음식이다.
토마토소스가 베이스라 남녀노소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맛이었고 채소와 고기, 치즈 등 다양한 재료를 한 입에 들어가 전체적으로 식감이 굉장히 다양하게 느껴지는 음식이었다.
3) 디저트
왕복 편 동안 유일하게 내가 선택한 메뉴 ‘Lemon tarte with Raspberry sauce’. 레몬의 상큼함 하나만 기대하고 시킨 메뉴인데 비주얼부터 실망시키지 않았다.
적당히 부드러운 시트 위에 쫀득쫀득- 달달한 레몬 시럽이 굉장히 맛있었다. 단맛이 강해서 좀 질린다 싶을 땐, 새콤한 라즈베리 소스를 찍어 먹으면 그 나름대로 또 색다른 맛이었다.
하지만 이번 인생 비행에서도 약간의 오점이 하나 있다면, 기내 와이파이나 엔터테인먼트 부분이다.
스크린 컨트롤러는 가로, 세로 모션에 따라 레이아웃이 최적화되고 스크린과의 연동과 반응 속도도 좋았다. 하지만, 엔터테인먼트 프로그램 자체가 굉장히 별로였다.
일단 난 음악을 많이 듣는 편인데 400개 이상의 앨범 중에 들을 노래가 거의 없었다. 아시아 음악 카테고리는 아예 없고 대부분의 아랍, 인도 쪽. 딱 보면 알 법한 유명 아티스트 앨범들도 별로 없었다.
영화엔 아시아 카테고리가 있었지만 한국 영화로는 독전, 버닝 정도. 가짓수가 역시나 너무 적었고 여기도 역시 아랍, 인도 영화가 가장 많았다.
그리고 요즘 항공업계에서 너도 나도 도입한다는 기내 와이파이. 에티하드항공 A380에도 물론 있었다.
다만, 완전 유료로 이용해야만 했다. 웬만하면 ‘무료 와이파이 바우처’라고 해서 20~30MB 정도는 무료로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데 에티하드항공은 비즈니스석 고객에겐 이 조차도 제공하고 있지 않았다. (이것도 일종의 서비스인데…)
기내 화장실은 아주 넓진 않았지만 블랙 & 브라운톤 인테리어가 꽤 멋스러웠다. 어메니티로는 ‘아쿠아 디 파르마’ 핸드크림과 ‘보야지(VOYAGE)’ 핸드 클렌저 정도가 준비돼 있었다.
에티하드항공 A380-800 비행은 그동안 내가 꿈에 그리던 비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물론 비즈니스석에 한해서)
하지만 여기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건 같은 노선 & 같은 기종이라도 여러 변수(시간대, 승무원 성향 등)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건 ‘아부다비-파리’ 왕복 편 기내식은 지금껏 먹은 것들 중에 손에 꼽을 만큼 맛있었고, 세미 룸 타입의 신형 좌석은 굉장히 아늑하고 프라이빗했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왕복 편 승무원들 모두 굉장히 스윗하고 프로페셔널 했다는 사실이다.
혹 나중에 에티하드항공 아부다비-파리 편을 탄다면, 여러분들에게도 기억에 남을 ‘인생 비행’이 함께 하길 바라며 이번 리뷰를 마치도록 하겠다.
에티하드항공 다른 리뷰들도 궁금하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