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격동의 시대다. 아 물론 알프스산맥에는 산양이 평화롭게 뛰놀고 있겠지만, 우리가 사는 동북아시아(+미국)는 한 가닥 하는 ‘그들’ 덕분에 아주 핫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이런 와중에 문득 떠오른 생각 하나.
'그들이 휴가를 보내는 곳은 어디일까'
하나씩 살펴보자.
알다시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엄청난 자산가다. 부동산 재벌이었던 아버지에게 재산을 물려받고, 여러 사업을 일구어 현재 5조원 이상의 재산을 쌓았다. 미국의 대표적인 부자 동네인 비벌리 힐스에 저택을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스럽지 않을 만큼.
트럼프 曰 “갑자기 뛰어 다니고 싶다면 비벌리 힐스 호텔에 체크인합니다.”
말그대로 호화로운 집을 놔두고 찾아갈 만큼 그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가 바로 비벌리 힐스 호텔(The Beverly Hills Hotel)이다.
로스앤젤레스 선셋 대로(Sunset Boulevard)에 자리한 비벌리 힐스 호텔은 무려 1912년에 문을 열었다.
역사가 긴 고급 호텔은 으레 유명인들의 투숙이 부각되기 마련. 트럼프 대통령이 마음 속에 콕 넣어두기 전부터 정치인, 할리우드 스타들이 즐겨 찾는 장소였다.
케네디 전 대통령은 선거 캠페인 중에 휴식을 취하러 왔고, 마릴린 먼로와 이브 몽땅은 이곳에서 사랑을 나눴다고 한다.
‘The Pink Palace’라는 애칭을 가진 비벌리 힐스 호텔은 외관뿐 아니라 호텔 내부에서도 핑크빛이 감돈다.
자칫 잘못 꾸미면 저렴한 느낌(?)이 들 수도 있는데 이곳의 핑크는 화사하면서도 고급스럽다.
지하 1층에 있는 폴로라운지는 비벌리 힐스 호텔을 방문했다면 꼭 이용하길 바란다. 세월이 느껴진 엔틱한 인테리어와 이곳을 방문한 유명인사들의 사진이 마치 갤러리에 온듯한 느낌을 준다.
인기가 많아서 숙박객이 아닌 고객도 많이 찾는다고. 특히 일요일에 이곳을 즐기고 싶다면 예약은 필수다. 날씨가 좋은 날엔 야외 테라스에서 공연을 보며 식사해보시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비벌리 힐스의 호텔을 좋아한다는 건 살펴보았고, 그럼 이제 그의 장녀 이방카 트럼프는 어떤 호텔을 선호하는지 알아야겠지.(응?) 그녀는 아마도 일본 료칸 매력에 빠졌을 것 같다.
2017년 겨울 일본을 방문한 이방카를 아베 총리가 직접 대접했는데 그 장소가 도쿄의 한 고급 료칸이었다. 국빈을 맞이한 이곳이 궁금해서 살펴보니 과연, 내가 이방카라면 비벌리 힐스에 똑같은 료칸을 지어놓고 싶을 정도로 매력적이었다.
아베와 이방카가 조우한 곳은 도쿄역 근처에 있는 호시노야 도쿄(星のや東京)다. 1박에 100만 원이 넘는 최고급 료칸으로, 현대적인 건물 안에 일본 전통 료칸 양식이 들어차 있다. 온천을 중심으로 자연과 어우러진 모습을 떠올리기 마련인 료칸을 도심 한 가운데 가져왔다.
건물 안으로 들어서면 신발을 벗어야 한다. 호시노야 도쿄만의 기모노를 입을 수도 있다. 지하 1,500m에서 끌어올린 온천수로 노천탕을 즐기고, 라운지에서 일본 차와 술을 마실 수 있다.
이 말인즉슨, 도심 속 입지와 현대적인 외관을 가리고 보면 온전한 전통식 료칸이라는 것.
초고가의 숙박비를 지불할 만한 가치는 역시 겉모습이 아니라 그 안의 콘텐츠라는 걸 보여주는 듯하다. 국빈에게 대접하기 부족함 없는 고급스러움에 일본 전통 문화를 소개하기도 안성맞춤.
호시노야 도쿄는 17층까지 있는데 각 층 객실은 여섯 개 뿐이다. 벚꽃(사쿠라, SAKURA), 백합(유리, TURI), 국화(키쿠, KIKU) 세 가지 테마로 구분되어 있고 모든 방에는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다다미가 깔려있다. 가장 비싼 방인 키쿠는 다른 두 객실보다 두 배 넓어 가족 단위 혹은 귀빈을 맞이하기 좋다.
각 층마다 마련된 라운지를 객실의 일부처럼 자유롭게 오가며 식사, 독서, 비즈니스 업무 등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그리고 또 한가지, 호시노야 도쿄의 품격을 높이는 서비스도 인상적이다. 프런트, 레스토랑, 객실을 각각 다른 직원들이 담당하는 일반 호텔과 달리 이곳은 모든 직원이 개별 시설 전부를 고객에게 안내할 있도록 교육받는다. 정문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체크인, 식사, 객실, 부대 시설 이용까지 직원 한 명에게 특별한 대접을 받을 수 있다.
2017년 6월 빅토리아 항이 내려다 보이는 홍콩의 고급 호텔 2개를 누군가 통째로 빌렸다. 객실 수만 무려 1,300개 이상.
주인공은 바로 중국 국가 주석 시진핑. 홍콩 반환 20주년 기념 행사 차 홍콩을 방문해 자신과 수행단이 묵을 숙소를 빌린 것이다. 여기까지만 들어도 호기심이 무럭무럭 생긴다. 과연 어떤 호텔이길래!
르네상스 홍콩 하버 뷰 호텔(Renaissance Hong Kong Harbour View Hotel). 이곳에 시진핑이 머물렀다.
비즈니스 고객과 여행객 모두가 만족할 만한 호텔로 유명한데 그 이유는 바로 입지.
홍콩 컨벤션 및 전시 센터와 마주하고 있어서 업무를 보기 편하다. 호텔 내 비즈니스 센터에서는 통역 서비스도 제공한다고 하니 비즈니스맨이라면 기억해두자.
또, 연회 시설 규모가 무려 1,400 평방 미터나 된다. 항구, 신계지, 구룡, 홍콩 섬 등 객실에서 내려다 볼 수 있는 멋진 경관, 쇼핑센터와 차로 5분 거리라는 점은 여행을 목적으로 찾기에도 부족하지 않다.
오션뷰, 리버뷰 객실이라고 해서 투숙했다가 실제론 좁은 시야 등에 실망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르네상스 홍콩 하버뷰 호텔 객실 전망은 사진과 다르지 않게 탁 트여 불꽃축제를 관람하기에 아주 좋다는 후기가 많다.
마치 고급 웨딩홀을 연상케 하는 연회 시설. 역시나 통창 넘어 보이는 전망이 일품이다. ‘하버 뷰’라는 네이밍이 아깝지 않을 정도.
이고라 리조트(Igora Resort)는 러시아 레닌 그라드 지역의 오레 호보에 위치해 있으며 라도 쉬 스코 호수에서 26km 떨어져 있다.
그렇다. 만약 길치엔 내가 이곳을 찾아 떠난다면 아마 수개월 후에 벨로루시 어딘가에서 발견될 것 같다. 그 정도로 다소 생소한 이곳은 푸틴 대통령이 선호하는 리조트다.
그의 딸이 이곳에서 결혼식을 올렸다고 한다. 이 정도면 선호하는 정도가 아니라 푸틴 대통령의 지분이 있거나 그의 지인이 운영한다거나 뭐 그런 추정을 할 수 있겠지만 어쨌든, ‘러시아 불곰’이 스키를 즐기고 나서 잠을 청하는 곳은 어떠한 지가 우리의 관심사.
이고라 리조트의 숙박 시설은 세 종류다. 아파트 호텔, 호텔, 그리고 코티지. 아파트 호텔과 호텔은 휴양지에 가면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콘도와 비슷하다. 숙박 측면에서만 본다면 이곳까지 날아올 만한 특징은 없는듯.
하지만 코티지는 조금 다르다. 욕심이 나는 곳이다. 영화 속에서 본듯한 포근하고 또 은밀한 장소.
코티지 거실엔 벽난로가 있고, 요리할 수 있는 주방이 있다. 바비큐용 그릴 및 각종 도구도 준비되어 있어서 캠핑 느낌을 제대로 낼 수 있을 것 같다.
무엇보다 스키장 등 리조트 시설에서 다소 떨어져 있는 위치 덕에 조용하고 편안한 밤을 보낼 수 있다는 게 장점.
눈 내린 침엽수림, 딱딱 소리 내며 타들어가는 난로, 그리고 바비큐. 러시아의 맹추위를 이겨내기에 부족함이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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