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프랑크푸르트 직항 탑승 후기
루프트한자를 리뷰하는건 프고의 오랜 숙원사업이었다. 유튜브에 올라간 거의 모든 영상에 체키너스들의 ‘루프트한자 리뷰해주세요’ 요청이 올라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리도 오래 걸린건… 신기종의 좋은 시트들을 찾아 리뷰하는 프고에게 루프트한자 비즈니스클래스는 (다른 항공사들에 비해) 열악했기 때문인데.
그래도 루프트한자는 명실상부 유럽 최고의 항공사다. 독일의 국책항공사인 루프트한자 독일항공은 스카이트랙스 전세계 항공사 순위에서 유럽 항공사로는 유일하게 10위 안에 안정적으로 들고 있다. 2019년에는 세계 항공사 순위 9위를 차지했고 2018년에는 7위였다. 또한 유럽 최초이자 유일한 5스타 항공사이며, 3년 연속으로 ‘유럽 최고 항공사(Best Airline in Europe)'와 '서유럽 최고 항공사(Best Western European Airline)'로 선정됐다.
이 정도면 우리 프고 팬들이 왜 그렇게 리뷰를 요청했는지도 알겠다.
독일어로 ‘루프트'는 영어의 air와 같은 의미인 '공기', '항공'을 뜻하고, '한자'는 옛 독일 북부지역의 도시연합을 지칭하는 명칭이다. 무식한 소리지만 대학교 때 처음 ‘루프트한자’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유럽권의 항공사일줄은 상상도 못했다. ‘한자’라는 음절은 너무나 아시아스러운 것….
루프트한자는 사실 항공 그룹이다. 루프트한자그룹에는 루프트한자, 스위스국제항공, 오스트리아항공, 브뤼셀항공, 유로윙스 등이 포함되어 있다. 에어프랑스-KLM에 이어 유럽에서 2번째로 큰 항공사 그룹이다.
오우 인기가 많다. 에디터가 탑승한 인천-프랑크푸르트 구간 LH713편은 1터미널에서 오후 2시 15분에 출발한다. 약 11시간이 소요되고 매일 운항한다. 인천-뮌헨도 주 7회 운항중이어서, 현재 한국과 독일을 잇는 루프트한자 항공편은 매주 총 14회다.
올해 한국 취항 35주년을 맞은 루프트한자는 1984년 인천~프랑크푸르트 노선 운항을 시작 후 단항 없이 운항 중이라고 한다.
루프트한자는 스타얼라이언스 소속이라 아시아나 마일리지로 적립이 가능하다. 그런데…
본 에디터가 루프트한자 홈페이지에서 티켓을 구매할 때 분명 마일리지 프로그램을 OZ(아시아나)로 입력했는데 탑승을 완료하고 일주일이 넘도록 마일리지 적립이 안되는거다. 그래서 아시아나항공에 전화를 했더니 나의 티켓이 마일리지 적립 불가한 티켓이라고…?
여기에 Class가 P로 되어 있으면 ‘업그레이드 된 좌석’으로 마일리지 적립이 불가하단다. 그러나 나는 공식 웹사이트에서 다구간 3편을 비즈니스석으로 탑승하는걸로 약 300만원을 정확히 지불했고요…?
그래서 아시아나항공에서 루프트한자에 확인을 해주겠다고 했다. 이래서 마일리지 적립을 무사히 받으려면 실물 티켓을 꼭 사진 찍어놔야 한다!
마일리지가 얼마나 적립되는지는 이 문제 상황이 해결된 뒤에 다시 업데이트 하겠다.
라운지 역시 아시아나항공 비즈니스클래스 라운지가 배정된다.
B747-400 기종은 또 처음 리뷰해본다. 2층 비행기이고 엔진이 4개 달린 쿼드젯이다. 2층에는 앞쪽에만 좌석이 있기 때문에 앞쪽만 뚱뚱한걸 확인할 수 있다.
시트구루에서 보면 루프트한자의 B747-400의 좌석 구성에는 두가지 버전이 있는데, 내가 탔던 Layout2의 경우 비즈니스클래스 67석, 프리미엄이코노미 32석, 이코노미 272석으로 총 371석이 탑재되어 있었다.
2층 좌석은 모두 비즈니스석이다. 좌석 지정을 2층으로 할까 고민도 했지만 2-3-2 구조의 비즈니스클래스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 이번 리뷰의 목적이므로 1층으로 예약했다.
대망의 좌석 공개 두둥! 1층은 2-3-2 구조다. 프고에서 흔히 볼 수 없는 비즈니스클래스…
요즘 신기종들(A35K, A359, B78X, B789 등)의 비즈는 거의 리버스 해링본이나 스태거드 구조의 1-2-1 레이아웃이다. 꼭 신기종이 아닌 B777-300ER이나 A380 역시 1-2-1 구조로 만들어 놓은 항공사들이 많다. 그래서 창가 좌석은 대부분 혼자 앉을 수 있는데다가 심지어 카타르항공의 Q스위트처럼 슬라이딩 도어까지 장착된 비즈니스석도 있어서 일등석 부럽지 않게 누릴 수 있는 것이 트렌드인데…
극실용주의 루프트한자.. 한줄에 무려 7명이 앉도록 꽉꽉 채워 넣었구요.
사전 좌석 지정 안해서 3인석 가운데 앉아 가야 하는 나홀로 승객이라면 꽤나 불편할 것이다. 각 좌석 사이에는 아무런 칸막이가 없다!!
창가 2인석은 좀 사정이 낫다… 생각할 수도 있지만 역시 칸막이가 없고 자리가 비좁기는 마찬가지.
특히 발받침 부분이 모니터 아래로 내장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180도로 누웠을 때 발을 올려놓는 공간이 매우 협소하다.
슬리퍼, 매트리스, 생수, 어메니티 파우치가 준비되어 있다.
좌석에 담요와 베개가 준비되어 있다. 팔걸이 안쪽으로 헤드셋이 넣어져 있다.
어메니티 파우치는 이탈리아의 가죽 가방 브랜드인 ‘더 브릿지(The Bridge)’다. 피렌체에서 1969년 탄생한 역사가 깊은 브랜드.
파우치 안에는 양말, 귀마개, 안대, 덴탈키트, 그리고 록시땅 스킨케어가 들어있다.
록시땅의 ‘시어 라이트 컴포팅 크림 5ml’와 ‘울트라 리치 립밤 4ml’다. 둘다 검색해보면 지금 판매되고 있는 제품들. 믿고 쓰는 록시땅이니 사용감은 나무랄 데가 없다.
좌석은 풀플랫이 된다! 비치되어 있는 매트리스를 깔면 더욱 아늑한 공간 완성. 나는 체구가 작아 딱 알맞았는데 거구의 남성들에게는 약간 좁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20V로 충전 가능한 콘센트가 있다. 간혹 비행기 내 콘센트는 고속 충전이 안되는 경우가 있는데 루프트한자는 아주 잘됐다.
기내 와이파이도 만족스러웠다. 17유로짜리를 구매했다. 카톡은 매우 빠른 편이었고 인스타그램이나 다른 SNS 앱들은 로딩에 시간이 좀 걸렸지만, 유튜브 관리자 앱에서 댓글을 달아주는 것도 가능했다. 잠이 안와서 6~7시간 내내 썼는데도 충분했다.
옵션마다 빠르기 차이가 크기 때문에 7유로 짜리를 사면 SNS는 거의 불가능하다. 만약 24시간 내에 장거리 항공편을 이어서 탈거라면 연결 항공편에서도 이어서 쓸 수 있는 29유로짜리도 괜찮을 듯 하다. 특히나 비즈니스맨들에게는.
ᆞFLYNET CHAT: 7유로, 메신저만 가능한 수준, 스피드 64kbps
ᆞFLYNET MAIL AND SURF: 17유로, 메신저/이메일/SNS가 가능한 수준, 스피드 400kbps, 최대 500MB까지 사용 가능(초과되면 64kbps로 이용 가능), 해당 항공편 내에서 시간 제한 없음
ᆞFLYNET MAIL AND SURF PLUS: 29유로, 메신저/이메일/SNS사진업로드가 가능한 수준, VPN(Virtual Private Network), 최대 1GB까지 사용 가능, 24시간 이용 가능해서 연결되는 장거리 항공편에서도 이용 가능
기내와이파이에 비해서 엔터테인먼트는 좀 아쉬웠다. 영화는 192편이 있었지만 확실히 스크린이 작아 몰입감이 좀 떨어지고(이건 기종의 문제긴 하지만), 한국 영화가 딱 2개 있었다ㅠㅠ 극한직업과 성난황소…
화장실은 무난무난. 역시 록시땅 제품들이 비치되어 있다.
기종에 대한 이야기를 더 자세히 해보려고 한다.
루프트한자의 장거리 투입 기종은 A380-800, A340-600, A340-300, A330-300, A350-900, B747-8I, 그리고 B747-400이다.
그중에서도 루프트한자는 B747을 매우 사랑하는 항공사다. 현재 13대의 B747-400과 19대의 B747-8I를 보유하고 있는데, 보잉 747-8I의 런처커스터머이자 세계 최대 운용사다.
B747-400 는 ‘하늘 위 특급호텔이라 불리는 대표적인 점보젯 A380’이 나오기 전까지 세계에서 가장 큰 민간항공기로 전성기를 누린 기종이다. 그러나 현재는 연료 효율성 저하되고 기체가 노후화되어 순차적으로 퇴역하거나 화물기로 개조되고 있다.
위 사진에서 B747이 엔진이 4개인 쿼드젯(Quad-jets)임을 확인할 수 있다.
전세계적으로 쿼드젯은 퇴역하는 추세다. A340이나 B747-400, A380 등이 대표적이다. 이유는 효율성에 있다. 1990년대만 해도 엔진 2개의 쌍발기(Twin-engines jet)는 ETOPS규정*에 따라 다닐 수 있는 항로가 제한됐기 때문에, 바다를 건너는 장거리 노선에는 4발기가 필수적이었다. 그러나 트윈 엔진 항공기들의 성능이 점점 좋아지고 ETOPS 등급이 높아져 장거리 비행이 가능해짐에 따라, 항공사들은 연료효율성이 높고 친환경적이며 엔진 관리도 쉬운 쌍발기로 항공기들을 교체하고 있는 것.
(ETOPS란 Extended-range Twin-engine Operational Performance Standards의 약자로, 직역하자면 ‘쌍발기 운항거리 운영 성능 표준’이다. 이는 트윈 엔진 항공기가 비상상황에서 한 대의 엔진으로만 운항해야 할 경우 가장 가까운 공항으로부터 운항 가능한 비행거리를 시간으로 표시한 것이다. 예를 들어, ETOPS-60이라고 하면 가장 가까운 비상착륙공항까지 비행시간으로 60분을 넘지 않는 경로에서 비행할 수 있다는 뜻이다. 최근에는 A330neo에 ETOPS-285가 허가되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루프트한자는 이런 쿼드젯을 참 많이 보유하고 있다. 심지어 A340은 세계 최대의 운용사다.
하지만 루프트한자도 쿼드젯을 속속 퇴역시키고 있다. 31대의 A340을 A359와 B787로 대체하는 중이며, B747-400은 2025년부터 순차적으로 퇴역 예정이다. A380의 경우 2023년까지 보유 중인 14대 중 6대를 퇴역시키기로 했다.
퇴역한 쿼드젯의 빈자리는 트윈젯인 차세대항공기들이 대체한다. 루프트한자는 에어버스의 차세대 항공기 A350-900을 45대 주문해 2017년부터 인도받아 투입중이며(뮌헨-인천 노선 리뷰에서 자세히 다루겠다), 2020년부터는 B777X(그 중에서 B777-9), 2022년부터는 B787-9를 인도 받을 예정이다.
그 중에서도 프고가 눈여겨 보고 있는건 B777X다. 바로 루프트한자 비즈니스석 중 유일하게 가운데 1인석이 있는 비즈니스클래스이기 때문.
B777X 시리즈는 쌍발 엔진 항공기로서는 세계에서 가장 큰 여객기이다. B777-300ER보다 연료효율이 20% 높고 넓은 객실을 갖췄다. 현재 에미레이트항공(150대), 카타르항공, 루프트한자, 캐세이퍼시픽, 에티하드항공, 전일본공수 등이 주문을 완료했다.
내년에 꼭 저 1인석에 앉아 리뷰를 해볼 수 있기를!
루프트한자 기내식을 총평하자면, 맛이 없는 것도 아니요… 있는 것도 아니지만… 좀 짜다는 것이다. 케이터링은 한국에서 하는거여서 독일음식이 원래 짠 것과는 상관이 없을텐데도 짰다.
11시간 비행동안 기내식은 총 2번 나오고 따로 간식은 없다.
에피타이저로 고른 ‘송아지 카르파초’. 차게 해서 먹는 전채요리인데다가 송아지에 기름이 없어서 좀 퍽퍽했다. 하지만 단백질 섭취 기분 제대로 나는 이런 음식들 개인적으로 좋아하기 때문에 굿굿.
메인은 ‘시금치 튀김을 곁들인 닭고기 살팀보카’. 닭가슴살 사이에 짭잘한 베이컨을 넣은거였는데 좀 많이 짰다. 함께 나온 크리미한 폴렌타(옥수숫가루 등 곡물가루를 100℃까지 데워진 물에 넣고 끓여 만드는 죽 형태의 이탈리아 요리)가 없었으면 다 못 먹을뻔.
디저트는 과일 타르트를 골랐지만, 타르트라는 말이 정말 무색하게 그냥 빵 위에 과일을 얹은 것이었다. 손으로 들면 후두두두두둑 떨어진다ㅎㅎ 그냥 단 맛이다.
두번째 식사는 코스가 아닌 하나의 트레이 위에 한꺼번에 나온다. 메인만 2개 메뉴 중에 선택 가능하고 애피타이저와 디저트는 단일 옵션이다.
소고기 스튜를 골랐는데 고기가 너무 없었다ㅠㅠ 약간 아쉬운 식사.
사람이 정말정말 바글바글해서 (전경 사진을 딱 한장 찍을 수 있었던) 라운지. 전체적으로 따뜻한 분위기에 먹을 음식도 꽤 많았다. 특이점은 없어서 음식 사진으로 대신하는 걸로.
루프트한자의 명성 때문에 많은 한국인들이 유럽으로 가는 비행편으로 루프트한자를 선택한다. 물론 독일까지 가는 직항을 원한다면 어쩔 수 없지만 경유해서 다른 도시로 갈거라면… 세상에는 훨씬 좋은 비즈니스클래스가 많다. B777X가 들어오기 전까지는 다른 항공사 대비 퀄리티가 많이 떨어지는 시트임에는 분명하니, 럭셔리를 제대로 즐기고 싶다면 아래 항공사들을 고려해보는 것도 좋겠다. 모두 유럽으로 가는 노선이다.
[아시아나항공 'A350-900'] 인천-런던 비즈니스 스마티움석 탑승기 (OZ521)
[카타르항공 'A350-1000'] 도하-런던 Q스위트 탑승기 (QR007)
[에미레이트항공 'A380-800'] 인천-파리 비즈니스석 탑승기
[에티하드항공 'B787-10'] 인천-아부다비 비즈니스석 탑승기 (EY873, EY876)
[에티하드항공 'A380-800'] 아부다비-파리 비즈니스석 탑승기 (EY037, EY032) ft. 아부다비공항 라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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