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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레스티지고릴라 Dec 05. 2019

악명높은 아에로플로트 러시아항공, 비즈니스석은?

아에로플로트 A330-300 인천-모스크바


오늘의 항공사는 ‘아에로플로트 러시아항공(Aeroflot Russian Airlines)’이다. 


러시아의 국영 항공사이자 국책 항공사(플래그캐리어)인 아에로플로트는 구 소련 시절에는 소련 국내선을 거의 독점적으로 운영하며 실질적으로 세계 최고의 항공사였다고 한다. 그 역사와 명성을 이어와 2019 스카이트랙스 어워드에서 동유럽 최고의 항공사로 8년 연속 선정된 바 있다. 


(러시아항공 탄다고 했을 때 우리 할아버지 표정)


그러나 국내에서 러시아항공에 대한 인식은 좋지 않은 게 사실이다. 사고도 몇 번 있었고, 러시아에 대한 무서운 이미지도 있고, 실제 탑승 후기에서 서비스가 떨어진다는 평들도 있어서 많이들 기피하는 항공사다. 내가 22살 때 내 돈 주고 산 인생 첫 항공권이 아에로플로트였는데, 그 때 손녀딸이 러시아항공을 타고 그 먼 유럽에 간다는 이야기를 들으신 우리 할아버지께서 기함하셨던 기억이 난다(실제로는 잘 타고 잘 먹고 잘 갔다).


‘그래도 비즈니스클래스는 괜찮지 않을까?’ 이 참에 제대로 리뷰해보자고 생각하며 탑승했다. 


(나름 러시아어 공부도 하고 갔...지만 '안녕하세요'부터 어려워서 기내에서 1도 못써먹음)




스카이팀 소속이기 때문에 대한항공과 함께 인천공항 제2터미널을 사용한다. 허브공항은 모스크바 셰레메티예보 국제공항(Sheremetyevo International Airport)이다.


현재 제2여객터미널을 사용하는 스카이팀 항공사는 아래와 같다. 

: 가루다인도네시아, 대한항공, 델타항공, 샤먼항공, 아에로멕시코, 아에로플로트 러시아항공, 알리탈리아, 에어프랑스, 중화항공, 체코항공, KLM네덜란드항공 (베트남항공과 중국동방항공은 아직 1터미널에 있으므로 주의할 것!)




체크인도 면세구역도 한산해서 좋은 제2터미널. 라운지는 대한항공 프레스티지 라운지(KAL 프레스티지 라운지)를 배정 받았다.




올해 초 성수기에 방문했을 때는 ‘여기가 라운지인가’ 싶을 정도로 사람이 많았는데, 비성수기 평일 낮에는 한산했다. LG 프라엘(Pra.L) 더마 LED 마스크가 있었으나 차마.. 사용은 해보지 못했다..(화장지워질까봐)


또 하나 반가운 포인트는 음식이 매우 괜찮아졌다는 것!








예전에는 정말 먹을 게 칵테일 새우와 양상추 샐러드 정도 밖에 없었는데, 이번에는 불고기가 실하게 들어가 있는 샌드위치도 있고, 참치 샌드위치도 있었다. 여기에 미트볼과 닭볶음 같은 고기반찬(?)이 두개나! 튀김도 있고, 빵 종류도 넉넉해졌다. 


솔직히 맛이 뛰어난 건 아닌데 대한항공 라운지 음식이 워낙 별로였기 때문에 이 정도 발전도 넘나 반갑다.



이제 탑승하러 게이트 앞으로.


오늘의 노선은 인천에서 13:10에 출발해 모스크바에 17:10에 도착하는 SU0251편이다. 비행시간은 10시간이며 항공권은 편도 1인에 약 200만원에 구매했다. 


러시아항공은 대한민국과 소련의 수교 작업이 진행중이던 1990년 김포국제공항에 첫 취항했다. 현재 모스크바에는 하루에 1편씩 주 7회, 블라디보스톡에는 하루에 2편씩 주 14회 운항 중이다. 2018년부터는 대한항공과의 공동운항이 더 활발해져서, 인천-모스크바, 블라디보스톡, 하바롭스크, 유즈노사할린스크 등에서 코드쉐어 중이다.




오늘의 기종은 A330-300이다. 



러시아항공은 광동체(Widebody)로는 A330과 B777-300ER만 보유 중이다. 많은 항공사들이 이미 사용하고 있거나 적극 도입 중인 A350이나 B787이 한 대도 없다는 것이 좀 충격이지만 다행이도 2020년부터 A350-900을 도입할 예정이라고 한다. 새로운 A359에는 프리미엄이코노미석도 있으며, 2020년 3월 29일 뉴욕 존F.케네디공항으로 가는 편에 처음으로 투입될 예정이다. 


(A350-900의 비즈니스 클래스 / 출처: thepointsguy


신기종을 도입하면서 A330은 올해 9월부터 퇴역을 시작했다. 노장의 마지막 길을 잘 배웅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비장).



협동체(Narrowbody)로는 B737, A320, 수호이 슈퍼제트 100(Sukhoi Superjet 100-95B)’ 등이 있다.



‘수호이 슈퍼제트’는 러시아 국내선으로 운항되는 기종인데, 사고가 좀 있었던 항공기다. 올해 5월 모스크바 셰레메티예보 공항을 이륙한 지 약 30분 후 비상착륙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기체에 화재가 발생했고 승객 40명과 승무원 1명이 숨지고 10여 명이 다쳤다. 2012년에도 인도네시아에 추락해 탑승자 45명이 전원 숨진 바 있다.  



아에로플로트의 A330-300 비즈니스클래스는 비즈니스 28석(앵글플랫), 이코노미 268석인 타입(총 296석)과 비즈니스 36석(앵글플랫), 이코노미 265석인 타입(301석)이 있다. 내가 탑승한 기재는 비즈니스가 28석인 타입인 것으로 보인다. 2-2-2 구조다.


NAVY가 직접 취재하고 리뷰한 A33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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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항공사나 A330을 타면 ‘촬영 세트장 같다’는 생각이 든다. 좌석 내에 숨어있는 공간이 없이 널찍널찍하기 때문인데, 좌석당 공간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시트를 디자인하는 신기종들의 비즈니스클래스에선 절대 볼 수 없는 널널함이다. 


신기종 같았으면 풀플랫 변경 시 발이 들어가는 부분을 모니터 아래 내장형으로 만들어 앞뒤 간격을 최대한 줄였을거다. 레이아웃도 이렇게 정직한 바둑판이 아닌 스태거드든 리버스해링본이든 그 둘을 합친 모양이든 어떻게든 빽빽하게 만들었을거고. 기내의 모습도 이렇게 시대에 따라 변한다.





좌석에는 기본적으로 베개, 담요, 어메니티파우치, 슬리퍼, 헤드셋이 세팅되어 있다. 

낮 비행기를 탔더니 햇살이 참 좋아서 쨍한 오렌지색 시트가 잘 나왔다(뿌듯).




기대했던 것보다 어메니티 구성이 훨씬 괜찮았다(기대가 얼마나 없었길래…). 올해 초에 업그레이드가 됐다고 한다. 안대, 빗, 치약칫솔, 펜 외에 록시땅 스킨케어 3종이 들어있다.



록시땅 스킨케어 3종(컴포팅 크림, 핸드크림, 림밥)은 아시아나항공이나 루프트한자 등에서도 제공되는 것인데 아에로플로트는 튜브형이 아니라 스틱형 립밤을 줬다는 것이 키포인트! 



그리고 정말 세상 신박하게 ‘구둣주걱’이 들어있다. 비즈니스클래스 정말 많이 타봤지만 구둣주걱 주는 곳은 여기가 처음이었다…




좌석의 공간감은 이 정도. 스크린은 굉장히 작은 편.



옆 사람과 공유해야 하는 작디 작은 테이블…



칸막이랄 것이 전혀 없기 때문에 프라이버시는 보장되지 않는다. 각오하고 타야 한다.




충전기는 여러 개 잘 준비되어 있다. 



구기종들에서 볼 수 있는 쏘 심플 리모컨. 



확실히 시트가 노후된 것이 보인다.



시트구루에서 미리 정보를 검색하고 갔을 때 ‘풀플랫’이 아닌 ‘앵글플랫’이라고 해서 어느 정도인지 궁금했는데 좌석 컨트롤러를 보면 거의 풀플랫 같은데… 아주 미세하게… 아주아주아주 미세하게 약간 기울기가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요?



직접 눕혀서 누워보니 180도 플랫은 아니었다. 하지만 누워서 잠자는데는 거의 불편함 없는 정도? 165도 정도 되는 것 같았다.




작디 작은 스크린으로 어떤 영화를 볼 수 있는지 살펴보겠다. 승무원들 유니폼은 이 빨간색을 기대하고 갔으나 실제로는 남색 비슷한걸 입고 있어서 아쉬웠다 ㅠㅠ





영화는 신작 기준으로 약 60편 정도 있었다. 생각보다 정말 다양하게 많았고 한국 영화 중에서 ‘기생충’도 있었다.



기내와이파이는 매우 비싼 편이다. 겨우 10MB 주는 Small 옵션이 5달러고 Infinite 은 50달러나 내야한다. 이것마저도 무제한은 아니고 150MB까지다. 비즈니스맨들이 업무하기에는 최악의 환경… 





화장실은 이코노미와 똑같아서 안찍으려다 꼬달리 어메니티가 있는걸 보고 찍었다. 보통은 어메니티 파우치에 제공되는 스킨케어 브랜드가 화장실에도 비치되어 있는데 아에로플로트는 특이하게 다른 제품. 만족스러웠다. 록시땅보다 꼬달리가 더 조크든요…



자, 이제 기내식 TIME~


사실 아에로플로트 러시아항공은 기내식이 모든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정말… 정말… 한식이 국적기보다 훨씬 맛있었습니다 여러분…





인천-모스크바 직항이기 때문에 특별하게 한식을 주문해봤다.




아뮤즈부쉬 같은 느낌으로 파이를 준다. ‘버섯과 치즈가 든 타틀렛’이라고 소개되어 있는데, 작은 파이 느낌이었고 정말 부드럽고 맛있었다. (이 때부터 심상치 않았어…)



그리고 꼭 하나 소개하고 싶은건 바로 이 식기와 커트러리들.


“이거 어디서 살 수 있어요?’라고 물어보고 싶을 정도로 감각적이고 예뻤다. 러시아의 감성인가… 도자기가 유명한가… 감탄 또 감탄했던!



짜잔. 드디어 나온 메인. 처음 이걸 보자마자 ‘대박…’ 



일단 불고기가 양이 정말 많고, 서울에서 사먹는 것처럼 간도 적당, 고기 냄새도 안나고 부드럽고, 야채도 많이 들어가 있었다. 


(진정 행복한 웃음)



미역국인가요 고깃국인가요…? 



한국에서도 보기 힘든 꼬지산적을 주다니요 ㅠㅠㅠㅠ



밥까지 비벼서 싹싹 다 먹었다. 진심으로 맛있게 먹었던 식사.



커피와 디저트까지 클리어!


나는 한식을 먹었지만 양식도 퀄리티가 좋을게 분명하다. 올해 6월 새로운 비즈니스클래스 기내식 메뉴를 발표했기 때문. 프랑스와 영국의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 경력이 있고, 현재 모스크바 유명 레스토랑 Ryby Net에서 쉐프를 맡고 있는 프랑스 쉐프 카멜 벤마마(Kamel Benmamar)가 개발한 메뉴라고 한다. 



한숨 자고 나면 착륙 2시간 전에 간단한 식사를 한번 더 주는데 특이하게 치즈가 메인이다(보드카의 나라라서 그런가요…). 사이드로는 새우를 골랐다. 같이 나온 치즈케이크까지 아주 만족스러웠다.



치즈가 나오니 와인 설명이 빠질 수 없다.


아에로플로트는 미국 트래블 매거진 '글로벌 트래블러'가 주관하는 제15회 '올해의 기내 와인(Wines on the Wing)' 품평회에서 비즈니스 클래스 화이트와인 부문 최우수상, 샴페인 부문에서 2위를 차지했다.




현재 제공되고 있는 화이트 와인은 이렇게 두 종류였다. 하나는 드라이, 하나는 세미드라이. 




다른 주류들은 이렇게 준비되어 있다. 



한마디로 '걱정보단 괜찮았던' 아에로플로트 러시아항공.


인천에 투입되는 기종이 퇴역이 시작된 A330이라 노후된 시트는 어쩔 수 없었지만, 업그레이드된 어메니티, 업그레이드된 기내식, 업계의 인정을 받은 와인 셀렉션 등은 매우 만족스러웠다. 만약 가격경쟁력이 아주 뛰어나다면 유럽으로 가는 모스크바 경유 비즈니스석으로는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다만 자리가 좁고 기내와이파이가 아주 비싼 편이어서 기내에서 업무를 해야한다면 그닥 추천하지 않는다. 


내년에 운항을 시작할 A350-900은 어떨지 기대해본다.



NAVY가 직접 취재하고 리뷰한 A33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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