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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레스티지고릴라 Mar 03. 2020

남태평양에서 가장 좋다는 이코노미석에 탑승하다

피지항공 A350-900 시드니-피지

BULA! 언젠가 당신이 피지로 떠난다면 입버릇처럼 말하게 될 인사말이다. 길 가다 눈만 마주쳐도 모두가 인사를 나누는 인정 넘치는 피지! 이번엔 피지의 국영항공사 ‘피지항공(Fiji Airways)’의 최신상 항공기를 타고 지상낙원 ‘피지’로 떠나보려 한다. 



TMI

피지항공 A350-900의 특별함


피지항공에 대해 깊이 알고 싶다면 읽고 가기 


(두바이 에어쇼 당시)

우리를 피지의 난디(Nandi) 공항까지 데려다줄 A350-900. 사실 피지항공 A350-900과 만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두바이 에어쇼에서 아직 운항도 시작하지 않은 첫 기체를 가장 먼저 만나볼 수 있었는데, 당시 전시된 기체들을 통틀어 취재 경쟁이 가장 높았던 항공기였다.


그도 그럴 것이 피지항공이 이 기체를 남태평양 항공사 최초로 도입했기 때문. 이미 수많은 중대형 항공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기종이지만 비교적 네임 벨류(name value)가 낮은 피지항공이 A350-900을 도입했다는 것은 한 항공사를 너머 남태평양 항공업계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순간이라 할 수 있다.  


기체의 기본 스펙을 살펴보자면, 


에어버스 사의 대표적인 광동체 쌍발 여객기로 정확한 명칭은 A350 XWB(eXtra Wide Body)이다. 소음 및 탄소 배출이 적은 친환경 항공기로 제작됨과 더불어 연료 효율성이 높아 중장거리 노선에 많이 투입되는 기종이기도 하다. 피지항공은 2019년부터 이 기종을 도입해 현재 총 2대를 보유하고 있으며 같은 해 하반기부터 운항을 시작, 현재 피지 난디~ 시드니/ 오클랜드/ LA 노선에 투입 중이다.     


도장에서 보이는 특징들도 있는데, 입구에 ‘BULA(피지 말로 안녕)’ 라고 센스 있게 적힌 문구와 함께 꼬리 쪽엔 피지 전통 문양인 마시(Masi)가 크게 박혀 있다. 이러한 디자인 요소에서 피지스러움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


  

(출처: 원월드 공식 홈페이지)

원월드 커넥트(Oneworld connect) 마크도 주목! 일단 피지항공은 원월드 공식 멤버는 아니다. 다만 원월드가 13개 주요 파트너사 외에 지역 항공사들을 대상으로 ‘원월드 커넥트’라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 피지항공은 이 커넥트 파트너에 속하는 것. 대형 항공동맹의 가입 조건을 갖추기 어려운 지역 항공사/ 저비용 항공사/ 하이브리드 항공사 등을 대상으로 하는 멤버십 플랫폼이라 할 수 있다. 커넥트 파트너 자격을 얻기 위해서는 해당 항공동맹 멤버 중 4개 이상 항공사들의 스폰이 필요하며 이렇게 선정된 파트너는 원월드 멤버사의 선택적 제휴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 


피지항공은 아메리칸항공, 영국항공, 캐세이 퍼시픽, 콴타스항공 4곳으로부터 스폰을 받아 원월드 커넥트 멤버에 최초로 가입했으며(2018년 12월) 현재까지는 유일하다.


<선택적 제휴 혜택들> 


(출처: 피지항공 공식 홈페이지)

피지항공 공식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선택적 제휴 혜택들. 특히 마일리지 적립은 아래와 같은 방침으로 운영되고 있다. 


1) 원월드 멤버이지만 비후원 항공사 고객일 경우엔, 제휴 마일리지 적립 불가

2) 원월드 멤버이자 후원 항공사 고객일 경우엔, 아메리칸항공 또는 콴타스항공으로 적립 가능

3) 피지항공 고객이지만 후원 항공사 탑승할 경우엔, 제휴 마일리지 적립 불가 



BEIGE가 직접 취재하고 리뷰한 피지항공 A35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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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크인/보딩

이코노미는 인내가 미덕 


피지항공을 타기 위해 시드니 킹스포드 스미스 국제공항(일명 시드니 국제공항) T1에 도착했다.  


피지항공의 카운터는 예상외로(?) 중대형 항공사들이 꿰차고 있을 법한 명당에 들어서 있었다. 원월드 커넥트 파트너인 덕일까? 같은 동맹사이자 호주 국영항공사인 ‘콴타스항공’이 피지항공을 스폰해주고 있으니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는 부분이다.  


클래스별로 잘 나눠진 체크인 라인. 프이코나 비즈니스 라인은 별다른 웨이팅없이 신속히 체크인 되는 모양새였지만, 이코노미는 사람이 워낙 많고 키오스크도 따로 없어서 30분 이상을 기다려야 했다.  


발권 완료! 블랙&화이트의 심플한 티켓을 받았다. 



<상세 정보>

-비행노선: SYD-NAN/ FJ910

-비행시간: 13:45~18:30(3시간 45분) 

-티켓가격: 왕복 약 24만 원 


취재할 라운지도 없으니 여유 좀 부리다 출국심사장으로! SYD라고 크게 쓰인 이곳이 공항 내 유명 포토 스팟 중 하나이다.   


또 하나의 포토 스팟.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해 이곳에 올 때마다 꼭 들르는 곳이다.  


50-63Gate 쪽으로 가다 보면 싱가포르항공 비즈니스 라운지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가 나오는데, 그걸 타고 올라가면 이렇게나 멋진 뷰를 볼 수 있다. 아래에는 스타벅스를 비롯한 다양한 F&B 시설과 휴식 공간이 들어서 있다. 


<공항 내 PP카드 혜택들> 


(출처: Priority Pass 공식 홈페이지)


이쯤에서 나가는 PP카드 이용 꿀팁! 


일단 이코노미는 전용 라운지가 없다. 이럴 때 유용한 것이 ‘PP카드’. 이코노미지만 라운지는 이용하고 싶을 때 ‘PP카드 입장 가능 라운지’만 찾아 나서면 되는데, 충격적이게도 시드니 공항엔 한 곳도 없다!!!


대신 PP카드를 사용해 특정 F&B 시설에서 최대 36달러까지 쓸 수 있는 바우처가 제공된다. 조금 전 소개한 명당과 가까운 곳에 있는 레스토랑들도 많아서 식사와 휴식을 두루 즐기면 좋을 듯하다.  


피지항공의 53 Gate 도착  


클래스별로 라인이 잘 정리돼 있었다. 둘 다 첫 타자로 기다리게 됐다고 좋아하면서 인증 사진까지 남겼건만 


와… 이게 무슨 X매너? 이코노미 승객들의 새치기와 직원들의 안일한 대처가 대참사를 낳았다. 정신 차려보니 내 앞엔 이미 몇십 명이 들어가고 있는 상황… 


무개념 승객들도 문제지만 이런 상황을 컨트롤 해줘야 할 직원들의 무관심이 더 실망스러웠던 순간이었다. 



기내

이코노미석 컨디션 최상! 


(출처: Seatguru 공식 홈페이지)

내부는 비즈니스석(33석)/ 이코노미석(301석) 총 2클래스로 구성돼 있으며 이코노미석은 1,2구간으로 나뉘어 있다.  


(비즈니스석 전경)

우여곡절 끝에 탑승한 피지항공 A350-900. 비즈니스석은 1-2-1배열, 헤링본 구조로 모노톤 컬러가 고급진 느낌이라면 (보다 자세한 후기는 여기에서)    


이코노미석은 더욱 에너제틱한 느낌이 강했다. 이코노미석의 단조로움을 씻으려는 노력이었다면 대성공인 듯. 주황빛, 보랏빛의 조명등과 초록빛 시트가 멋스럽게 조합돼 분위기를 자아냈다.


운영한 지 몇 달 밖에 안된 기체인 만큼 내부 컨디션도 최상! 시트가 너무도 깨끗해 마치 새 자동차에 탑승한 기분이었다.  


좌석 스펙은 3-3-3배열/ Pitch 31~34인치(약 78.74~86.36cm)/ Width 18인치(약 45.72cm)로 타 항공사의 동일 기체에 탑재된 이코노미석 스펙과 거의 동일한 수준이다.   


(위: 첫줄 베시넷석/ 아래: 맨 뒷줄)

“나는 좀 더 널찍한 좌석을 원한다!” 이런 사람들은 추가 요금을 내고 엑스트라 레그룸(Extra Legroom)이 있는 베시넷이나 비상구 좌석을 이용하던가 가운데 열이 빈 맨 뒷줄 좌석을 확보하면 좋다.   


(출처: 피지항공 공식 홈페이지)

하지만 한 가지 반전은, 대부분의 항공사들도 유료로 제공하고 있는 좌석들(벌크 헤드석, 비상구 석, 베시넷 석 등)을 제외한 일반 좌석들도 사전에 예약하려면 8,000원을 내야 한다는 것… 이건 좀… LCC도 아닌데 너무했다 싶다.  


좌석 곳곳을 좀 살펴볼까? 일단 10.6인치(약 27cm)의 터치스크린이 준비돼 있다. 상태는 말할 것도 없이 100점. 살짝 각도 조절도 된다.  


스크린 아래엔 헤드셋 소켓과 USB 포트가, 좌석 아래엔 유니버셜 콘센트 1구가, 앞부분엔 책자와 작은 아이템을 보관할 수 있는 수납공간이 잘 마련돼 있었다. 특히 수납공간은 끈처리 돼 있어 어느 정도 두께감 있는 물건도 커버할 수 있었다.  


개인 헤드셋까지 완비 


머리 받침대는 슬라이딩 방식으로 돼 있어 높낮이 조절이 가능했다. 가장 아래까지 내리면 목 쿠션으로도 사용할 수 있어서 편했다. 좁은 공간에 오래 있으면 여기저기가 쑤시고 답답한데 이런 배려가 깃든 좌석을 보면 참 고맙다.  


기내식 선반 크기는 이 정도. 너무 좁지도 널찍하지도 않은 딱 평범한 수준이었다.  

요청하면 담요도 주니, 한기가 느껴진다면 꼭 요청할 것(실제로 기내는 최대 23도라는 적정 온도를 유지해야 하므로, 때에 따라 좀 춥다고 느낄 수 있음) 


잠시 감상하는 항공샷. 비즈니스석에서는 볼 수 없는 날개샷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이코노미 창가석의 묘미라면 묘미였다.  


드디어 기내식 타임! 이코노미석 단골 메뉴인 커리를 제공하고 있었다. 치킨 커리/베지테리언 커리 중 선택 가능. 보통 비프/포크/치킨 커리 중에 선택하라고 하는데 비프, 포크가 없다는 것과 그 자리를 베지테리언이 차지하고 있다는 게 낯설었다.  


개봉박두! 고기 퀄리티는 평범했다. ‘앞서 맛본 콴타스항공 치킨 커리는 환상적이었는데… 거긴 육즙 가득한 닭다리살만 줬는데’ 이런 생각이 떠나질 않았지만, 고기 잡내도 안 나고 양념 간도 적당한 것이 이 정도도 나쁘지 않았다.  


디저트로 나온 스낵. 아이들도 좋아할 것 같은 부드럽고 고소한 크래커였다. 하지만 이것도 그리 만족스럽진 못하달까?


많은 항공사들이 입가심을 위해 아이스크림이나 푸딩 등을 제공해주는데 그런 메뉴 하나 없이 끝마무리까지 텁텁한 스낵을 주는 건 좀 아쉬웠다.   


이코노미라도 깨알 같이 챙겨 마셔줘야 하는 와인! 레드/화이트 와인 중 레드를 선택하니 호주 브랜드 ‘로스버리 에스테이트 까베르네 멜롯’으로 준비해줬다. 국내 와인바에서도 데일리 호주 와인으로 많이 추천해준다는 제품., 산미와 향이 풍부한 게 딱 내 스타일이었다.  


+다만 서비스가 완전 느렸다는 점. 기내식과 함께 주질 않고 301석에 메인 메뉴 다 주고나서 다시 주류 트레이로 삥 도는 것 아닌가. 와인 한 잔 먹기 위해 30분을 기다렸다.


기내식과 더불어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엔터테인먼트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피지항공은 국내에 취항하고 있지 않은 항공사라 한국어 지원은 당연히 안 될 터. 하지만 영화, 음반 카테고리 내 Asia 메뉴는 하나 정도 만들어져 있기를 기대했는데 ‘International’이란 광범위한 메뉴만이 있었다. 원하는 국가의 엔터테인먼트를 찾기가 매우 힘든 구조…  


그나마 다행히 모든 영화에 영어 자막 및 더빙이 적용돼 있어서 대충 이해하며 콘텐츠를 즐길 수 있었다.   


영어 능력자라면+독서를 즐긴다면, E-book 콘텐츠를 즐겨보는 것도 좋을 듯! 10권 정도가 준비돼 있었다. 

 

이 밖에도 기내 면세품을 주문할 수 있는 코너도 잘 마련돼 있었다.   


화장실은 어떨까? 역시나 컨디션 굿. 이코노미 화장실은 특히나 이용객이 많아서 금방 더럽고 냄새나기 십상인데 비행 내내 청결한 상태가 유지돼 있었다. (역시나 멋스러운 조명등 인테리어)



총평

‘새 기체’라는 가치가 떨어진다면? 


약 4시간의 비행을 마치고 도착한 난디 국제공항. 이번 취재를 마치고 나서 가장 먼저 느낀 감정은 ‘걱정’이었다. 


“피지항공 A350-900. 얼마 안 된 신상이지, 그래서 기내 컨디션 최상이었지…. 그래서?”


어떤 항공사에게나 처음은 있듯, 언젠가 피지항공의 A350-900도 연식이 흘러 좋은 컨디션을 유지할 수 없는 순간이 올 것이다. 그렇기에 항공사들은 시트는 당연히 최상으로 관리해야함과 더불어 기내식/ 서비스에도 많은 정성을 쏟아야 한다. 하지만 피지항공의 기내식은 너무도 평범해서 아마 몇 달이 지나면 기억도 나지 않을 것이다. 

지난해 탑승했던 에미레이트항공, 아시아나항공, 대한항공의 기내식은 어땠는지 기억도 안 나는 반면, ‘싱가포르항공은 비빔밥이 참 맛있었지. 재료도 신선하고 주류도 다양하고… 콴타스항공은 개별로 와인 한 병씩 제공한 게 진짜 대박이었어’와 같이 생생하게 기억나는 게 그 예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서비스도 특별할 것 없었다. 적당히 프로페셔널했지만 친절함은 느껴지지 않았다. 시트를 제외한 모든 것이 중간을 바라보고 있는 항공사였다. 


피지를 오고 가는 승객들이 탈 수 있는 최고의 기종임은 분명하지만, 피지 인&아웃 노선을 떠나 더 넓은 하늘에서 더 많은 항공사와 경쟁했을 땐 과연 살아남을 수 있는 수준인가. 생각이 많아지는 취재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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