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주인공은 ‘에미레이트항공(Emirates Airline)’이다.
오일파워로 무장한 중동 3사 중 역사와 규모 면에서 압도적인 항공사지. 에미레이트항공 하면 떠오르는 건 엄청나게 큰 항공기들의 웅장한 자태와 그 안을 채운 황금빛의 고급스러운 좌석들… 역시 금수저 항공사라 그런가? 하지만 금수저 항공사라고 처음부터 쉬웠던 건 아니다.
1985년에 설립된 에미레이트항공의 모회사는 바로 석유사업으로 막대한 부를 축적한 ‘에미레이트 그룹’이다. 이러한 출생 배경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에미레이트항공은 금수저라 성공할 수 밖에 없었던 항공사’ 라고 생각해버리기도 한다.
하지만 시작은 미비했다. 아랍에미레이트(UAE) 정부의 100% 지분으로 이루어진 국영 항공사였지만 정부는 초기에 1,000만 달러의 자본만 투자한 후 항공사가 독립적으로 운영하게끔 했다. 그때 에미레이트항공의 항공기는 단기 임대한 B737, A300 B4 두 대가 전부였다.
시장 진출도 쉽지 않았다. 꾸준히 흑자를 기록하긴 했지만, 세계 시장을 무대로 하기엔 부족했다. 이미 전세계 항공업계를 유럽 항공사들이 점령하고 있던 시절이라 낯선 중동 항공사로서 승객을 끌어 들이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에미레이트항공의 총경영자 ‘아흐메드 빈 사이드 알 마크툼(Ahmed bin Saeed Al Maktoum)’은 중대한 결정을 내렸다. 노선을 초기 근거리 노선에서 장거리 노선으로 변경하고, 물량으로 승부하는 단순 효율보다는 품질에 목표를 두어 고객들의 마음을 잡겠다는 것! Don’t just fly, FLY BETTER 이라는 현재 에미레이트항공 슬로건에 걸맞는 결정이었다.
에미레이트항공은 유난히 큰 항공기를 좋아한다. 특히 ‘하늘을 나는 호텔’로 불리는 A380이 에미레이트의 최애다. 2008년 7월 28일, 싱가포르항공에 이어 전세계 두번째, 에미레이트항공 역사상으로는 처음으로 ‘A380-800’을 인도받은 그때부터 인연이 시작되었고… 현재 무려 115대의 A380을 가지고 있다. 인도 예정인 A380도 8대나 있다고.
에어버스사에서 제작한 ‘A380’은 에미레이트항공의 전략에 딱 걸맞는 항공기였다. 전석 2층, 높이는 약 24.1m. 모든 좌석을 이코노미석으로만 채우면 최대 승객 800여 명이 탑승할 수 있고, 최대 적재량은 60톤 가량(향유고래 12마리 무게)까지 가능한 초대형 광동체 항공기로, 많은 사람들을 한번에 장거리 노선에 태울 수 있었다. 한 대당 가격이 약 4,700억 원을 호가하는 초고가 비행기라는 점도 ‘고급 항공사’라는 타이틀을 얻기에 충분했다.
에미레이트항공의 메인 허브 공항인 ‘두바이 국제 공항’ 제 3터미널에는 ‘콩코스 A(Concourse A)’라 불리는 세계 최초 A380 전용 터미널도 있다. (오직 에미레이트항공 A380만을 위한 공간)
다만 작년에 에미레이트항공이 A380 39대의 주문을 취소하고 규모가 작은 A330neo, A350-900을 주문하면서 기종 단일화가 조금은 옅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 생산된 A380의 절반 정도를 에미레이트항공이 구매했을 만큼 점보항공기 사랑이 컸지만 A380 생산 중단에 결정적 영향을 끼친 것도 에미레이트항공이라고. ㅠㅠ
고급 항공기만으로 ‘최고의 항공사’의 수식어를 얻을 순 없다. 에미레이트항공은 이 점을 잘 알고 서비스를 차별화하기 위한 노력도 아끼지 않았다.
일단 너무너무 참신했던 기내 샤워실! 에미레이트항공이 세계 최초로 A380에 도입했다. 퍼스트 클래스 고객만을 위한 곳으로, 샤워는 물론 간단한 스파 시설도 이용할 수 있는 프리미엄급 편의 시설이다. 비행을 하며 고급 호텔 화장실 뺨치는 곳에서 샤워까지 한다니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그리고 에미레이트항공은 보잉 777-300ER 일등석에 실제 창문이 아닌 ‘가상 창문’을 달아버렸다. 이 가상 창문을 통해 승객들은 실제가 아닌 광섬유 카메라를 통해 아름답게 꾸며진 가상 이미지를 보게 된다. 날이 조금이라도 흐리다면 가상창문에서 바라보는 뷰가 더 아름답지만 풍경이 멋진 곳을 감상할 땐 실제 뷰가 더 낫다고. 이,착륙 시에는 오히려 가상창문 뷰가 더 다채로울 수 있다고 한다. 평소엔 볼 수 없었던 부분도 볼 수 있고 말이지.
에미레이트항공하면 항공기 꼬리 칸에 있는 ‘스카이 라운지(Sky Lounge)’도 아주 유명하다. 퍼스트와 비즈니스 클래스 고객들을 위한 곳이지. 그런데 2018년 4월 1일 만우절, 에미레이트항공이 거짓말같이 말도 안되는 일을 저질렀다. 어쩌면 역대 항공업계 발표 중 가장 파격적인 말.
바로 2020년부터 ‘B777X’ 항공기에 전면 통유리로 된 스카이라운지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출처: 에미레이트항공)
SF 공상 영화에서나 볼 법한 이런 공간이 실제로 생긴다는 것이다. 그리고 시간은 달려 달려 2020년이 되어버렸는데…정말 나올지는 미지수.
에미레이트항공의 자체 엔터테인먼트 서비스 ‘ICE’도 굉장히 유명하다. 스카이트랙스 ‘최우수 기내 엔터테인먼트’에서 15년 연속 1위에 오를 정도! 전 클래스 승객에게 기내 와이파이 20MB를 무료 제공하는 것도 인상적이다. 퍼스트 클래스 승객이라면 스카이워즈 회원 등록 시 비행 내내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다.
이렇게 다양한 서비스들로 좌석 부문, 엔터테인먼트 부문, 기내 와이파이 부문 등 다 쓰기도 힘들 정도로 다양한 분야에서 경쟁자들을 제치고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건 ‘카더라’지만, 에미레이트항공 회장님(셰이크 아메드 빈 사이드 알막툼)께서 알아주는 축구 덕후라는 소문이 있다. 그래서 그런지 세계적인 명문 구단들의 유니폼에서 에미레이트를 상징하는 ‘Fly Emirates’ 로고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아스날 FC, 레알마드리드 C.F., AC밀란, 함부르크 SV, 올림피아코스 FC, S.L. 벤피카 등이 에미레이트 로고를 달고 뛰고 있는 중!
이 모든 것이 에미레이트항공의 단순한 축구 사랑이라고 보여질 수 있지만, 아주 아주 성공적인마케팅이기도 하다. 아랍이라는 편향된 이미지와 낯선 중동 항공사라는 인식을 전 세계 최고의 엔터테인먼트인 유럽 축구를 통해 개선했으니 말이다.
금수저에 엄청 비싼 대형 항공기에… 고급스럽고 차별화된 서비스도 갖췄고 마케팅도 잘하는 에미레이트항공. 그런데 허브공항까지 넘사벽이다. 진짜 엄친항…
에미레이트항공의 거점지인 두바이 국제공항(중동지역)은 어디든 한 번에 갈 수 있는 축복받은 곳이다. 미국, 유럽, 아시아 등 세계 어느 곳에서 출발하든지 비행기로 8~12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다. 즉, 두바이(국제공항)를 메인으로 두고 있는 에미레이트항공은 전세계 항공 노선의 중심에 서 있는 것이다. 에미레이트항공은 현재(2020년 기준) 159개 도시에 취항하고 있다.
▶에미레이트항공 퍼스트클래스 라운지 in 두바이 국제공항(콩코스 B)
▶에미레이트항공 비즈니스클래스 라운지 후기(두바이 국제공항 & 파리 샤를 드골 공항)
지리적 강점이 있다 보니, 독고다이의 길을 가기도 한다.
효율적인 노선 운항을 위해 웬만한 항공사들은 다 세계 항공 동맹에 가입되어 있다. 그러나 에미레이트항공은 ‘원월드(One World)’, ‘스카이팀(Sky Team)’, ‘스타얼라이언스(Star Alliance)’ 중 그 어디에도 가입하지 않았다.
이유인 즉슨, 항공 동맹을 맺으면 결정을 내릴 때 내부적 합의가 필요해서 시장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완전 무모한 독고다이는 아니다. 좀 더 효율적인 운항을 위해, 약 15곳의 항공사와 코드쉐어(공동운항) 협정을 맺고 있는데 국내 항공사 중에는 ‘대한항공(Korean Air)’이 유일하다.
이렇게 여러 성공 전략과 지리적인 이점을 바탕으로 고속 성장해온 에미레이트항공.
항공기 내부도 궁금하다면 아래 리뷰를 확인해보자!
▶[에미레이트항공 'B777-300ER'] 두바이-몰디브 '게임체인저' 퍼스트석 탑승기 (EK658, EK659)
▶[에미레이트항공 'A380-800'] 인천-두바이 퍼스트석 탑승기 (EK323, EK322)
▶[에미레이트항공 'A380-800'] 인천-파리 비즈니스석 탑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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