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한셀렉트 경주 솔직 후기
안녕, 역마살이 세 개나 있는 에디터 ROSE다. 올해 봄은 유난히 바빠 꽃구경도 제대로 못했다. 그냥 지나치기엔 아쉬워 벚꽃 이파리가 슬슬 올라오는 4월 초, 부랴부랴 늦은 벚꽃 구경을 떠났다. 바로 우리나라에서 벚꽃 뷰 예쁘기로 손 꼽힌다는 보문호수 앞 라한셀렉트 경주로.
경주에 딱 두 개 있다는 5성급 호텔 중 하나인 이곳. 구 현대호텔 경주가 2020년 3월 리뉴얼 오픈하며 재탄생 됐다. 신상인 만큼 호텔 컨디션도 아주 좋다. 특히 라한셀렉트는 라한호텔 그룹 중 최상위 럭셔리 브랜드기에 객실은 물론 레저공간과 복합문화시설에 엄청난 공을 들였다고 한다.
Editor’s Talkㅣ경주 5성급 호텔인 라한셀렉트 경주와 힐튼 경주. 두 곳 다 보문호수에 근처에 위치해 있고 가격대도 비슷해 라이벌 구도를 형성 중이라고.
로비에 들어서자마자 눈앞에 벚꽃 배경이 펼쳐진다. 조명과 가구의 색감 모두 따뜻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곳.
아기자기한 공간들을 구경하며 왼쪽으로 이동하면 리셉션이 있다. 어두운 색상의 대리석을 사용해 한층 고급스러운 느낌을 냈다.
오늘의 객실은 꼭대기 12층에 위치한 ‘디럭스 스위트 더블’. 스위트룸 중 가장 기본 타입이다. 약 23.4평으로 거실과 침실이 나눠져 있다. 가격은 평일 기준, 조식 포함 40만 원.
바닥이 강마루라 쾌적하고 깔끔하다. 가구 또한 심플한 우드 소재. 여기에 비비드한 색상의 가구와 그림을 배치해 포인트를 줬다.
가장 중요한 뷰. 보문호수가 쫙 펼쳐지는 시원시원한 풍경이 보인다. 다만 너무 고층이어서 그런지 아니면 벚꽃이 질 때쯤 와서 그런지 내가 상상했던 핑크 빛으로 물들어 있는 뷰는 아니었다. 오션뷰나 시티뷰와는 달리 벚꽃나무 뷰는 저층에서 바라보는 게 더 예쁜 듯.
발코니는 침실까지 쭉 이어져 있다. 벚꽃이야 어찌됐든 이 시원시원한 공기를 맡으며 호수를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가 날아가는 기분이다. 특히나 요즘 시국에는 발코니 있는 룸이 더욱 소중하다.
침실에서도 광활한 레이크뷰를 만끽할 수 있다. 침대는 셋이 누워도 충분할 만큼 넓은 라지 킹 더블베드다.
Editor’s Talkㅣ디럭스 스위트룸에는 무조건 더블 베드가 세팅돼 있다. 트윈 베드를 원한다면 다른 타입의 객실을 확인해보자.
침대 옆으로 업무를 볼 수 있는 테이블이 있고, 머리맡에는 선반이 길게 설치돼 있어 물건을 두기에도 편하다. 액자와 스탠드 모양의 조명으로 디테일까지 놓치지 않았다.
그리고 생각보다 넓었던 욕실. 세면대도 두 개인 데다가 세면도구 놓을 곳도 충분하고 특히 욕조가 역대급이었다. 아이들과 온다면 간단히 물놀이 하기에도 좋을 정도의 크기다.
어메니티는 스페인 브랜드 네츄라 비세(Natura Bisse)다. ‘포시즌스 서울’에서도 만나볼 수 있는 제품으로 압구정 갤러리아에서 굉장히 고가에 팔리는 럭셔리한 브랜드. 그 외에도 칫솔, 치약, 면도기, 화장솜 등 기본 어메니티에 가글까지 완벽한 구성으로 준비돼 있다.
화장실은 욕실에서 멀리 떨어진 현관 쪽에 위치해 있다. 바로 옆에는 오픈형 드레스룸이 있는데 짐을 놓을 공간도 충분하고 바로 옆에 전신 거울이 있어 편리했다.
미니바에는 커피 캡슐과 물, 탄산수가 구비돼 있다. 티나 음료, 스낵류는 스위트 전용 라운지를 이용하라고 적혀 있었다. 패키지로 예약하면서 받은 경주상점 2만 원 쿠폰도 있으니 배를 채우러 나가 보기로!
역시나 시원시원한 보문호수 뷰가 펼쳐지는 스위트 라운지. 다만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라운지는 아니었다. 직원이 상주해 있지 않아 별다른 서비스를 기대할 수는 없었기 때문. 그래도 평일에는 사람이 없어 프라이빗하니 좋았다.
보통 프리미엄급 라운지에서 기대할 만한 F&B는 애프터눈티, 해피아워 등이 있다. 하지만 이곳은 F&B 타임이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 대신 기본 다과가 탄탄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우리 눈에 들어온 건 쿠키 두 종류와 경단, 거의 남아있지 않던 작은 조각 케이크 정도. 음료도 커피와 티를 제외하고는 콜라와 파워에이드가 끝이었다. 스위트 전용 라운지 치고는 미흡했다.
[스위트 라운지 운영 시간]
10:00 ~ 21:00
라운지를 뒤로 하고 간 경주상점은 꽤나 만족스러웠다. 와인부터 경주 특산물, 베이커리류, 과자, 음료까지 다양한 품목을 판매 중인 곳. 이곳에서 파는 물건들은 ‘정성’을 다해 만들었거나, ‘장인’이 만들었거나, 오랫동안 사랑받아 ‘고전’이 되었거나, 역사적 ‘상징’이 녹아 있는 제품들이라고.
[경주상점 운영 시간]
09:00 – 21:00
우리가 예약한 ‘나만의 픽업 미니바’ 패키지는 경주상점 2만 원 바우처 외에도 피크닉 바구니를 무료 대여해준다. 피크닉 준비물을 다 정했다면 지하 일층으로 내려가는 통로를 통해 보문호수로 나갈 수 있다.
벚꽃이 많이 떨어졌지만 여전히 예쁜 산책로.
피크닉을 할 수 있는 잔디밭 풍경도 끝내줬다. 간식 바구니를 놓고 도란도란 얘기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는데…
그랬는데…
10분도 채 지나지 않아 돗자리 위로 까만 점들이 생겨났다. 태어나서 이렇게 많은 진드기를 본 건 또 처음이었다. 바로 피크닉을 중단하고 호텔에 알린 후 객실로 가 샤워를 했지만 그 찝찝함은 가시지 않았다.
하지만 확실히 내부 부대시설 클래스는 엄청나다. 서점과 카페를 겸한 라이프스타일 공간 ‘경주산책’은 호텔에서 내가 가장 마음에 들었던 곳이다. 취향에 맞춘 큐레이션 도서를 비롯해 디자인 소품, 시그니처 F&B 메뉴까지 선보이는 곳.
키즈 코너도 따로 마련돼 있으며 가끔씩 북콘서트, 작가 강연회, 작은 음악회 등 다채로운 문화행사를 진행하기도 한다. 호텔이 단순 숙박시설이 아니라 관광객부터 지역민까지 모두 즐길 수 있는 체류형 공간으로 탈바꿈했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경주산책 운영 시간]
10:00 – 21:00
유럽의 마켓 컨셉을 도입한 신개념 셀렉트 다이닝 공간 ‘마켓 338’도 훌륭했다. 사실 호텔 F&B는 조식 정도를 제외하고는 가격대가 너무 높아 가기 망설여졌는데 좀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Entry Fine dining 공간이 생겨 좋았다. 외부 유명셰프 및 레스토랑과 콜라보레이션 한 터라 맛도 보장하는 곳. 실제로 음식의 양도 질도 아주 만족스러웠다.
[마켓 338 레스토랑]
면주방, 이십사절기, 청, 쿤쏨차이, Terra13, 유노추보, 아이엠어버거, 라한 펍, 디저트마켓
[마켓 338 운영 시간]
11:30~21:00(Break Time 15:00~17:00)
투숙객들에게 제공되는 포토뮤지엄 ‘경주나인’도 색다르고 좋았다. 보문호수와는 또다른 인생샷을 많이 남기고 갈 수 있는 공간.
다음날 갔던 조식 레스토랑 ‘더 플레이트’. 들어서자마자 벚꽃나무가 크게 보이는 저 풍경, 큰 통창으로 들어오는 햇빛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음식 종류도 굉장히 다양했고 에그 스테이션, 쌀국수 스테이션도 잘 되어 있었다. 한식 가짓 수도 많고 아이들을 위한 식기, 메뉴들까지 완벽했던 곳.
조식 가격은 성인 38,000원 소인 23,000원으로 5성급 호텔 중에서는 약간 가성비 있는 편. 그럼에도 불구하고 맛은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객실의 쾌적함으로 보나, 리뉴얼 시기로 보나 경쟁 호텔인 ‘힐튼 경주’보다 시설적인 면에서는 압승이다. 특히 깔끔한 원목바닥과 비비드한 가구의 색감, 넓은 욕조는 5성급 호텔 중에서도 가히 최고라고 할 만한 객실 퀄리티였다. 보문호수 가운데에 위치해 좀더 깊고 넓은 레이크뷰를 감상할 수 있다는 점도 좋았고.
다만 ‘힐튼 경주’의 이그제큐티브 라운지에서 애프터눈티, 해피아워를 모두 진행하고 있다는 점과 달리 ‘라한셀렉트 경주’의 스위트 라운지는 조금 미흡했다. 이 부분은 투숙객마다 어떤 부분을 더 중요시하는지에 따라 선택하면 될 것 같다. 나 같은 경우는 라운지가 평범했어도 객실이 너무나 만족스러워 큰 결함으로 느껴지지는 않았으니까. 워낙 다른 부대시설도 좋았고 말이다.
그 정도로 좋았던 호텔이지만 리뷰를 쓰는 지금 내 기억 속에 가장 강렬하게 남아있는 건 ‘진드기’다. 그만큼 아홉 가지가 좋아도 한 가지가 안 좋으면 재방문 의사가 사라지는 게 호텔인 듯하다. 봄철 잔디밭에 진드기가 아예 없으리라고 생각한 건 아니다. 그러나 호텔 측에서 피크닉 장소로 준비해준 곳이니 당연히 어느정도 방역이 끝났을 거라 믿었지. 아무튼 그 많은 진드기와 함께하고도 별일은 없었으니 이걸 다행이라고 말해야 할까. 부디 이 리뷰로 인해 다른 사람들은 나와 같은 경험을 겪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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