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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서원 Apr 22. 2023

낙화

핑크빛 마무리

민화를 그리며 딴생각을 했다. 

지금 이걸 멈추고 엄마와 꽃놀이를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올해는 겹벚꽃 보지 말고 그냥 지나가자고는 얘기를 해놨던 터라 그리고 바로 어버이날이 코앞으로 다가왔기도 하고 해서 지출을 최대한 줄이고 싶었다.


요즘 들어 자꾸 계산기를 두드리는 나의 모습에 어렵긴 많이 어렵나 보다고 생각을 했다.


뭐든 즉흥적이고 계산 없이 그날그날 기분에 내키는 대로 하던 성격이었는데,

이젠 한번 움직일 때마다 쓰이는 돈을 먼저 생각하게 되었다.


모두... 제주도가 원인이었다.

지출이 꽤 심했던 이번 제주도 여행이 나를 자꾸 계산기를 두드리게 만들었다.


망설임을 멈추고 전화기를 들었다. 

엄마에게 점심 먹지 말고 옷 입고 기다리라고 말하며 책상을 정리했다.


엄마는 감정 표현을 거의 하지 않는다.

나는 또 그런 엄마를 닮았다.


좋은 곳에 가도, 맛있는 것을 먹어도, 선물을 해도... 딱히 리액션이 별로 없다.

그런 모습에 매번 실망을 한다. 알면서도...


불국사의 겹벚꽃은 너무 유명하다. 

그래서 주말엔 절대적으로 피해야 하는 곳이기도 하다.


이미 저번주에 만발이었다는 것을 알았기에 꽃이 거의 떨어졌을 것을 예상했다.


불국사 도착.

나의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많지는 않지만 남아있는 꽃들이 있었고, 그 꽃들은 모두 물 빠진 핑크가 되어있었다. 

바닥엔 온통 핑크색 장판을 깔아놓은 듯 장관이었다.


우리의 카메라는 하늘이 아닌 바닥을 향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연인들이 서로 사진을 찍어주는 모습, 삼각대를 설치해 커플 사진 찍는 모습, 웨딩 야외촬영 모습, 가족끼리 소풍온 모습... 다양하고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사람구경이 제법 솔솔 했다.


우리는 적당히 사진을 찍고 점심을 먹으러 향했다.

그곳에 내가 아는 맛집을 소개하며 데리고 갔는데... 나만 만족스러운 점심이었다.


점심으로 만족을 시키지 못했으니 좋은데라도 보여줘야겠다는 사명감에 경주의 예쁜 시골동네를 구불구불 찾아다니며 보여주었다.

덧붙여 이런 곳에 살고 싶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미세먼지가 나쁨이었음에도 나오길 잘했다는 생각을 하며 엄마와 헤어졌다.


오늘도 가족 챙기느라 고생한 나에게 아무도 해 주지 않는 칭찬을 한다.


'잘했어. 고생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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