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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은 좋은 이야기였음.

김애란 작가의 ≪이중 하나는 거짓말≫을 읽고, 책 서평 

by eunjoo Feb 13. 2025


지난해 여름 출간 소식이 들리기 무섭게 인터넷 서점에서 주문을 한 책이 있습니다. 그토록 기다리던 작가의 책이라 너무나 소중했기 때문이었을까요? 계절이 두 번 바뀌고 해를 넘기고 나서야 책장을 펼쳤는데요.

     

그 사이 알라딘과 예스24 서점에서 선정한 2024년 "올해의 책"에 이어 교보문고 특별기획 "소설가 50인이 뽑은 올해의 책 1위"에 올랐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립니다.  

    

김애란 작가가 13년 만에 세상에 내놓은 장편소설 ≪이중 하나는 거짓말≫입니다. 


차기작을 묻는 인터뷰에서 다음 작품에 대해 "빛과 거짓말 그리고 그림에 관한 이야기”라는 말을 남겼는데요. 그 이야기를 담은 작가의 두 번째 장편소설이자 청소년 성장 소설입니다.  

   

김애란 작가는 ≪달려라 아비≫, ≪두근 두근 내 인생≫, ≪바깥은 여름≫, ≪비행운≫ 등 작품마다 힘든 삶을 통과하기 위해 애쓰는 인물들을 향해 순도 백 퍼센트의 이해와 공감, 그래도 괜찮다는 진심 어린 위로를 보냈는데요.

     

≪이중 하나는 거짓말≫. 이 작품 등장하는 채운, 소리, 지우, 세 명의 주인공. 더 이상 아이도 그렇다고 어른도 아닌 별일이 없어도 삶에 있어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고등학교 2학년생 세 아이에게 작가는 어떤 마음을 전했을지.

       

"서로 만나지 않고도 이루어지는 애틋한 접촉. 그림과 비밀, 그리고 슬픔으로 밀착되는 깊은 울림으로 남을 세 아이의 이야기" 만나볼까요?    

  

세 아이의 이야기는 연작 형식으로 서술되는데요. 때로는 독립적으로 때로는 관계 속에서 흘러가며 서로 다른 처지에 놓여있는 인물들의 연결 고리를 보여줍니다. 마치 옴니버스 드라마를 보는 듯한 구성은 이야기에 대한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 흥미를 높여 읽는 재미와 감동을 배가시킵니다.      


채운 이야기.     


사업 실패 후 점점 더 난폭해진 아빠는 엄마와 채운에게 폭력을 행사하다 중상을 입어 중환자실에 있고 엄마는 아빠를 찌른 범인이 되어 구치소에 수감 되었습니다. 친척 집에서 지내게 된 채운은 전학을 가는데요. 그곳에서 소리를 만나게 됩니다.     


"그런데 이제 나는 네가 골목 안으로 들어가 다시 나타나지 않는다 해도 울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아. 눈앞에 출구가 보이지 않을 때 온 힘을 다해 다른 선택지를 찾는 건 도망이 아니라 기도니까. 너는 너의 삶을 살아."(p.182)     


중환자실에 있던 아빠가 숨을 거둔 뒤, 면회를 간 채운에게 엄마는 이와 같이 말하는데요. 채운은 엄마의 바람대로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게 될까요?             


소리 이야기.     


엄마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나고 아빠와 둘이 살고 있는 소리는 놀라운 능력을 지니고 있는데요. 세상에 밝혀질까 두려운 비밀스런 능력으로 인해 채운과 인연을 맺게 됩니다.      


"하지만 소리는 이 순간 그저 겨울 볕이 좀 유별나게 강하다 여길 뿐 먼 곳으로부터 자신이 어떤 지지를 받고 있는지 깨닫지 못했다. 자신의 손끝에서 마치 봉숭아물이 빠지듯, 초겨울 단풍색이 옅어지듯 어떤 능력이 서서히 빠져나가고 있다는 것도."(p.196)       


엄마를 보기 위해 공원묘지를 찾아간 날, 아빠가 들려주는 엄마 이야기를 통해 소리는 이런 기분을 느끼는데요. 소리는 자신의 비밀을 지키기 위해 그렸던 그림에서, 엄마에 대한 죄책감에서 벗어나게 될까요?      


지우 이야기.     


지우는 엄마를 사고로 잃고 레드 아이 아머드 스킨크 용식이와 새아빠와 살고 있지만 부담감에 자립을 꿈꾸는데요. 소리와는 일자리를 찾아 떠나면서 맡긴 용식이로 인해, 채운과는 그가 연재하는 웹 소설로 인해 연결됩니다.            


"오래전 엄마가 자신에게 늘 그래줬듯이. 활짝 펼친 그림책 앞에서 한 손으로 자신의 눈썹을 꾹 누르며 "빛이 나왔습니다" "낮이 생겼습니다"라고 해주었듯이. 아무리 같은 줄거리가 되풀이돼도 항상 새롭게 놀라는 척해 주었듯이 말이다."(p.233)       


새아빠가 운전하는 트럭을 처음으로 타게 된 날, 두 사람은 이중 하나는 거짓말 게임을 하는데요. "하늘에서 떨어지는 작은 눈송이 하나에도 머리통이 깨지는 것"(p.221)이라고 여겼던 지우의 놀라운 변화를 발견하게 됩니다.          


"한때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이야기란 고작 이 정도'라고 냉소하다 '그럼 내가 조금이라도 이야기의 흐름을 바꿔보겠다' 마음먹고 여기 왔는데, 결국 자신에게 주어지는 결말이란 이런 거구나 싶어 가슴에 냉기가 도는"(pp.214~215)     


세 아이 채운, 소리, 지우는 자신의 비밀을 감추기 위해 거짓말을 하고 역설적으로 그것을 통해 친밀한 관계를 맺게 되는데요. “하나에서 셋으로, 혼자만의 방을 나와 셋으로 이루어진 슬픔의 너른 품안으로 그렇게 자신에게 주어진 이야기의 끝에서 다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개인적인 아픔을 넘어 서로를 보듬으며 우리로 이어지는 이야기는 말할 수 없는 비밀을 안고 살아가는 청소년 독자들에게 위로와 연대를 전하며, 서로를 보듬는 관계 속에서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데요.      


≪이중 하나는 거짓말≫을 통해, 김애란 작가는 세대를 초월해서 어둠을 방패 삼아 빛을 그리며 살아가는 독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전합니다.


"삶은 가차 없고 우리에게 계속 상처를 입힐 테지만 그럼에도 우리 모두 마지막에 좋은 이야기를 남기고, 의미 있는 이야기 속에 머물다 떠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p.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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