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꿈애취애 Jul 25. 2023

왼손 마우스 쓰면 필라테스 안해도 된다

2년전 쯤에 필라테스를 잠깐 했다. 내 고개가 오른쪽으로 잘 돌아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려고 하면 뻗뻗함을 느꼈다. 스트레칭도 오른쪽으로 팔과 다리를 뻗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그리고 그 증상이 더 심해져 가는 것 같았다. 이대로 있다가는 안 될 것 같았다. 무슨 조치를 취해야 할 것 같았다. 지인으로부터, 척추측만증을 겨우 한달 필라테스 하고 고친 고등학생 이야기를 들었다. 조금 과장된 이야기로 생각했지만, 여하튼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개인교습을 시작했다. 그런데 정말 효과가 있었다. 몇 주만에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릴 때의 저항감이 사라졌다. 

다니던 스포츠센타의 필라테스 강좌가 없어져서 꾸준히 하지는 못했다. 또 몸이 좌우 균형을 찾고 나서는 더 이상 해야 할 동기도 사라졌다. 계속하지 않으면, 또 다시 몸에 불균형이 일어나, 오른쪽으로 뻗뻗해질 것이라 예상했지만, 일단은 강좌도 폐지되었기에 그만두었다.


필라테스를 그만두고, 최근까지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것이 상대적으로 부담스러웠다. 집에서 조금씩 스트레칭을 하면, 증상이 완화되기는 했다. 하지만 매일 지속적으로 스트레칭을 하는 습관을 갖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오른쪽과 왼쪽의 불균형의 원인에 대해 고민해 왔다. 어렴풋이 오른손 마우스 사용이라고 느끼고 있었다. 몸의 균형을 맞추려면, 오른손과 왼손의 사용빈도가 비슷해야 한다. 키보드 타이핑은 오른손 왼손 골고루 사용하는데, 마우스 만큼은 특정 손만 의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오른손을 쭉 뻗어 마우스을 사용하면 몸이 오른쪽으로 기울어진다. 오랜 시간 앉아서 작업하다가 지쳐서 의자에 몸을 기댈 때면, 몸이 항상 오른쪽 팔걸이에 걸쳐 있었다.


의학적 지식에 근거한 선택은 아니지만, 왼손 마우스를 쓰면 뭔가 나아질 것 같다는 막연한 생각이 있었다. 그래서 왼손 마우스를 구입했다. 사용하기 쉽지는 않았다. 컴퓨터 작업때 만큼은 오른손 잡이가 왼손 잡이가 되는 일이었다. 그립감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러다가, 살짝 지름신이 강림해, 새로 왼손 볼마우스를 구입했다. 마우스에 볼이 붙어 있어 엄지 손가락으로 볼을 움직이는 트랙볼 마우스다. 쓸만했다. 손가락으로 움직이니까, 왼손이 서툴러도 사용하기 쉬웠다. 그리고 볼마우스를 사용한지 1주일이 지나자, 내 고개가 오른쪽으로 자연스럽게 돌아갔다. 기뻤다. 역시 오른손 마우스 사용이 문제였다. 비싼 돈 내고 필라테스 안해도, 문제가 해결되었다. 


예전부터 운동이나 행동, 습관이 대칭적이어야 몸에 좋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너무 한 손만 쓰거나 한쪽 방향으로만 몸을 움직이면 쌓이고 쌓여 나중에 몸에 뒤틀림이 발생할 수도 있다. 특히 운동 선수들에게는 충분히 일어날 수는 있는 일이다.

가장 대칭적인 운동은 내 생각에 수영이다. 접영과 평영을 할 때면, 오른팔과 왼팔을 동시에 움직인다. 배영과 자유영을 할 때면, 오른팔, 왼팔을 교대로 움직인다. 또 수영은 육상 트랙과 같이 코너링도 없이 직선으로 움직이니 좌우 균형을 맞추기가 쉽다. 

가장 비대칭적 운동은 야구다. 피칭을 하는 투수는 한 방향으로만 공을 던진다. 선발 투수의 경우는 한 경기에 나와 90-100개의 공을 던진다. 한국인 최초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던 박찬호 투수의 경우는 좌우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 시합이 끝나면, 공을 던지지 않았던 왼손으로 50개 정도 캐치볼을 했다고 한다. 타자도 마찬가지다. 주로 한쪽 방향으로만 배팅을 하고 그라운드도 반드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돌아야 한다. 그러니 몸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 따로 스트레칭 등의 운동을 해야 한다. 

한 방향으로만 볼을 때릴 것 같은 테니스가 이외로 좌우 균형이 맞는다.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휘두르는 포핸드 스트로크뿐만 아니라,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스윙하는 백핸드 스트로크가 있기 때문이다. 


아직 왼손 마우스의 사용이 오른손 만큼 숙달되지는 않았다. 살짝 답답함을 느낄 때도 있다. 하지만 별다른 스트레칭 없이 오른쪽 고개돌림 문제를 해결했다는 점에, 내 선택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이제는 잠잘 때 알람을 위해 곁에 두는 핸드폰의 위치에 대해 고민해 보고 싶다. 필라테스 강사님의 말에 의하면, 알람 시계나 핸드폰의 위치에 따라 사람들이 한 방향으로만 돌아 눕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오른쪽에 놓으면, 오른쪽으로만 돌아 눕는다고 한다. 나는 항상 오른쪽에 핸드폰을 놓았다. 이제는 왼쪽에도 핸드폰을 놓고 자봐야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