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ti도 유전되는가
월요병은 아이에게도 찾아온다. 주말 동안 엄마 아빠와 뒹구는 아이는 월요일이 되어 다시 찾아온 정규 일정을 온몸으로 거부한다.
나 어린이집 안 갈래
라고 선언한 뒤 이불 위만 뒹군다. 어린이집에 가면 얼마나 신나고 재밌는 일이 펼쳐질지를 구연동화 수준으로 프레젠테이션을 한 뒤에야 조금 솔깃한 모양을 보인다.
그때 우리 친구들이랑 무 씨앗 심었잖아 두 밤 자는 동안 엄청 자랐을 텐데 얼마나 자랐을지 너무 궁금하다
라며 호들갑을 떨어야 흠 그럼 한번 가볼까 하고 작은 양말을 집어 든다. 빵을 먹이고 주스를 먹이고 과일 몇 개를 입에 넣어주고 마스크를 씌운다.
아이는 어린이집 앞에 도착해서도 쉽게 입구를 통과하지 않는다. 아이는 엄마랑 떨어지기 싫어어어 하고 감정에 호소하는 대신 명분을 찾는다.
잠깐 마안, 나 여기 한 바퀴만 돌고
하고는 어린이집 앞마당을 하염없이 돌거나
나 여기 꽃 좀 보구
하고는 민들레 한 송이를 하염없이 바라보거나
나 잠깐 생각 좀 하고
하고는 한참을 멍하니 있는다.
그 얘기를 들은 회사 선배는 “전형적인 P네”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선배와 나는 우리 팀에 유이한 mbti의 P다. 계획형 관리형 J들이 가득한 사무실에서 뭔가를 잃어버리고 빠트리고 길을 잃거나 시간에 늦는 우리 두 사람은 서로가 있어 몹시 위안이 된다.
그러고 보면 나는 아이가 ‘잠깐 마안~’을 외쳐도 그다지 재촉하지 않는다. 보고 싶은 만큼 보고 돌고 싶은 만큼 돌게 둔다. 그러다 보면 “이제 들어가 볼까” 하는 순간이 오니까.
J형인 남편은 환장한다.
이제 들어가야지.
선생님이 기다리신다.
다른 친구들은 활동 시작했을 텐데.
라며 느긋한 아이 옆에서 발을 동동 구른다. 그러다 불똥은 함께 느긋한 나에게 튄다.
아 좀 뭐라고 해봐.
그럼 나는 또 느릿느릿 다가가,
꽃 다 봤어? 하고 묻고 아이는 눈을 떼지 않은 채
아니 조금 더 볼래. 한다.
어깨를 으쓱하는 내게 남편은 눈으로 레이저를 쏜다. 회사에서는 P가 음지의 소수이지만 우리 집에서 만큼은 어엿한 양지의 다수다. 아이는 자라서 나처럼 예측 불가한 우당탕탕한 일상을 지나게 될까. 나 모래놀이할래 ~! 하고 방에 들어갔다가 한참을 구슬을 굴리는 아이를 보며 생각한다. mbti는 역시 과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