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업은 바탕에서부터 시작되었다.
흰색 한지 컬러믹스를 미장하듯 여러 차례 올리고, 붙이고, 말리는 과정은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요구했다.
한 번의 행위로 끝나지 않았고, 말리는 시간과 기다림이 반복되었다.
그 시간 속에서 화면에는 자연스럽게 크랙이 생겼다.
이 균열은 의도한 표현이 아니라, 재료가 스스로 반응하며 남긴 흔적이다.
한지는 마르는 동안 수축하고, 닥섬유는 서로 밀고 당기며 표면을 바꾼다.
그 결과 생긴 크랙은 손상이나 실패가 아니라, 시간과 물성이 지나간 자리이다.
이 바탕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이미 하나의 화면으로 성립하는 상태였다.
작업 과정에서 교수님이
“이 바탕만으로도 이미 훌륭한 작품”이라고 말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 위에 반으로 자른 사과의 형상을 놓았다.
사과는 실제 사물이 아니라, 화면의 중심으로 기능하는 구조물이다.
스티로폼으로 만든 사과 위에 한지를 붙여 말리고,
다시 빨간 한지 컬러믹스를 올리며 중심은 색과 물성으로 강조되었다.
그러나 이 중심은 강하게 주장되기보다, 바탕 위에 조용히 놓인다.
사과 주변에는 다양한 색의 한지실을 사용해 도우넛 형태로 반복적으로 감싸 쌓아 올렸다.
이 반복은 장식이 아니라, 중심을 둘러싼 보호와 축적, 그리고 머무름의 시간을 드러낸다.
한지실은 사과를 직접 묶지 않지만, 화면 안에서 중심을 떠받치는 구조로 작동한다.
이 작업은 무엇을 상징적으로 설명하기보다, 쌓이고 말리고 갈라지는 과정을 통해
화면이 스스로 완성되어 가는 상태를 기록한다.
중심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시간 속에서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는다.
바탕의 크랙과 사과, 그리고 이를 에워싼 한지실의 반복은 서로를 지배하지 않고,
각자의 속도로 화면 안에 공존한다.
<중심을 두다〉는 결과보다 과정에 가까운 작업이다.
무엇을 더하기보다 기다리고, 통제하기보다 재료가 한 일을 받아들이는 태도 속에서
화면은 조용히 완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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