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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rince ko Mar 24. 2017

합이 46년!!! 한 인생을 한국에서 살았네.

46년을 한국에서 산 코리안 브라더스

합이 46년. 동네에서 ‘코리안 브라더스’로 통하는 하디네 형제들이 한국에서 지낸 햇수다. 처음 그가 쌍둥이 동생과 함께 한국에서 산 햇수가 서른 해가 넘는다고 했을 때만 해도 한 인생을 살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둘이 더 있었다. 


8남매 중 넷이 한국에서 산업연수생과 고용허가제로 왔다 갔다 반복하며 지낸 세월을 합치면 46년이 넘는다고 한다. 그래서 동네에서는 하디네 형제들을 ‘Saudara saudara Korea, 사우다라 사우다라 코리아’라고 부른다고 한다. ‘한국 형제들’이란 뜻이다. 넷 다 결혼했고, 아이들도 뒀다.


하디는 쌍둥이다. 동네에서 이름보다 쌍둥이네로 불렸던 그들이 한국에서 각각 15년씩을 보내고 난 후, 사람들은 더 이상 쌍둥이네라고 부르지 않는다. 하디는 인도네시아 찔라짭 출신이다. 한 집 건너 한 사람이 해외 이주노동을 떠났을 정도로 이주노동은 남의 일이 아닌 동네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해외로 눈을 돌린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처음 산업연수생으로 와서 3년을 일했다. 동생이 체류기한을 넘기고 국내에 남기로 했을 때, 하디는 주저했다. 흔히 ‘불법체류자’가 된다는 걸 뜻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동생뿐만 아니라 같은 찌레본에서 온 선배들 중에 이미 오랫동안 불법체류하며 일하는 사람들이 일자리를 알아봐 준다고 해서 하디는 동생과 뜻을 같이 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그게 2003년 초의 일이었다. 그런데 얼마 안 있어 하디는 다시 체류 자격을 회복할 수 있는 행운을 얻었다. 마침 그때, 한국 정부가 외국인 고용허가제 도입에 앞서 ‘불법체류자 특별사면 합법화’를 단행한 덕택이었다. 체류 기간이 4년 미만인 사람에게 체류 자격을 주는 정책에 따라 하디 형제는 합법 체류자로 전환되었다. 


체류 기한이 끝났을 때, 고용허가제로 재입국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걸 안 두 사람은 망설임 없이 귀국했다. 불법체류 기간을 포함해서 5년을 한국에 있다가 귀국한 하디는 귀국하자마자 결혼했다. 그리고 고용허가제로 재입국하여 4년 10개월을 일하고 출국했다가 다시 입국했다. 그 동안 대전에서 가장 오랜 6년을 보냈고, 이후당진, 천안, 안산, 부산, 안성, 용인 참 많은 지역을 돌아다녔다. 마지막에 입국했을 때는 입사 후 두 달 만에 월급 문제로 회사를 그만두었다. 인도네시아에 지사가 있다는 회사였는데 월급을 전액 적립했다가 귀국할 때 준다면서 매달 식비만을 지급했기 때문이었다. 두 달 동안 20만원을 받았던 하디는 이미 한국생활을 많이 했던 터라 다른 회사와 비교했을 때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고 생각했다. 회사에서 이직을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에 하디는 미등록자가 되었다. 결국 세 번째 입국 기간 동안 대부분은 체류자격 없이 숨죽이며 일을 해야 했다. 


그 동안 동료가 눈앞에서 죽는 모습도 봤고, 뇌동맥류로 치료도 받았다. 15년 동안 죽어라고 일만 했던 하디는 3년 전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귀국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번에 어머니가 고혈압으로 병원에 입원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사실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형제들이 전해 왔다. 그 소식을 들은 동생은 금년 초 귀국했다. 하디도 동생과 같이 귀국하려 했지만, 동맥류 치료 문제로 귀국을 늦췄다. 그와 함께 3년 넘게 일했던 회사에서 퇴직금을 받기 위해 노동부에 진정했지만, 사건이 해결되지 않고 있다. 귀국 항공권은 이미 예매했다. 귀국일자만 세며 퇴직금 문제가 해결되길 기다리고 있다.


먼저 귀국한 형제들은 소를 기르고, 파는 일을 한다. 하디 역시 귀국하면 소를 키울 생각이라고 한다. 먼저 시작한 동생들에게 배우며 하겠단다. 하디는 말수가 적은 사람이다. 형제들이 한국에 있을 때 휴일이면 만나서 술을 마셨던 것처럼, 귀국해서 제일 먼저 하고 싶은 일이 함께 술 마시는 일이란다. 무슬림이 술 마시면 되냐는 질문에는 씽긋 웃는다. 그게 대수겠냐는 표정이다.


 “고향 밖에서 마시면 된다”


하디는 뇌동맥류 수술 때문에 입원하기 전까지 잠 못 이루는 밤이면 술을 마시던 습관이 있었다. 습관적으로 술을 마시기 시작한 건 동료가 눈앞에서 죽는 모습을 본 후부터였다. 동료가 눈을 감았던 현장이 자꾸 떠올라 잠을 이루기 힘들었을 때였다. 두통이 심했고, 구역질도 느끼곤 했지만 피로가 겹쳐서 그러려니 했었다. 하지만 원인은 동맥류였다. 다행히 치료는 생각보다 잘 끝났고, 잠을 잘 자서 그런지 요즘은 혈색도 많이 좋아졌다. 몸무게도 평소보다 5킬로 이상 늘었다. 


그런 그가 농담이지만 ‘술 마시고 싶다’는 말을 하는 걸 보면 건강에 자신이 생겼나 보다. 곧 귀국이니 하디는 올해 벚꽃 구경을 못할지 모른다. 하긴 지난 15년 동안 꽃구경을 가 본 적이 있기나 한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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