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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rince ko Oct 15. 2015

사는 이치는 어디나 똑같아요

통하면 즐겁습니다- [이주노동자 한국어교실③]

“태국 어디에서 왔어요?”

“우본, 똑같애, 경기도”

“우본이 지방 이름이군요. 경기도처럼”

“네~”


대화 중간 중간 말이 막히면 “똑같애”라는 말을 쓰는 버릇이 있는 바누손은 태국 ‘우본랏차타니’라는 지방에서 왔습니다. 문장으로 말할 실력이 안 되기 때문에 짤막짤막 몇 개의 ‘단어’로만 이야기한다는 걸 모르면, 그에게 ‘왜 그리 말이 짧냐. 왜 늘 반말지거리 하느냐’고 시비 걸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직접 이야기해 보면 그는 항상 웃으며, 최선을 다해 뭔가를 설명하려 한다는 느낌을 주는 참 예의바른 사람입니다.

구직 활동을 하며 용인이주노동자쉼터에서 생활하고 있는 바누손이 태국 뉴스를 보고 있다.

올해 서른한 살인 바누손은 한국에 오기 전에 십년 넘게 대규모 고무 플랜테이션에서 일했습니다. 사실상 어려서부터 고무농장에서 자랐고, 중학교 때부터는 실질적인 노동자 생활을 했다고 합니다. 아버지를 따라 소작농으로 일했던 그는 한 달 동안 고무를 채취하면 얼마를 버냐는 질문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똑같애. 200만 원”

“한국 돈 200만 원요?”

“세 명이 하나”

“세 명이 한 팀이군요”

“네~”


한 작목반에서 월 200만 원을 벌면 절반은 농장주에게 돌아가고, 남은 돈을 머릿수대로 나눠 갖기 때문에 된 일의 대가는 늘 초라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지난 5년 가까이 고무 가격이 계속 떨어졌고, 작년 군부 쿠테타 이후에는 농가보조금마저 사라져 더욱 어려워졌다고 합니다. 인터넷에서 고무 채취하는 모습을 찾아 보여 준 바누손은 손가락을 하나씩 꾹꾹 누르며 몇 해를 세더니 다시 “똑같애”라는 말을 합니다.


“똑같애. 2010, 2011, 2012, 2013. 2014 밀리터리. 더 힘들어”

“한국은 어때요?”

“똑같애. 일 없어”


구직 중인 바누손에게 매해 실질 소득이 떨어졌던 태국이나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한국이나 어렵긴 마찬가지입니다. 시골에서 일만 하느라 결혼도 못했다는 그는 하루 빨리 일해서 돈도 벌고, 결혼도 준비하고 싶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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