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rince ko Jul 27. 2021

하우스는 집이 아니라 일터

이주노동자 쏨쏘이가 착취를 당하면서도 견디는 이유

주차장에 세워둔 차 안은 사우나에 방금 물 한 바가지 쏟아 부은 것처럼 후끈했다. 공기는 물론이고, 좌석과 핸들은 히터를 틀어놓은 것처럼 뜨거웠다. 결핵 완치 후 재발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병원에 가는 쏨쏘이에게 차 안이 덥다고 하자 그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답했다. 쏨쏘이와의 인연은 올해로 8년이 다 돼 간다. 그가 처음 원인을 모르고 가슴 통증을 호소하던 때부터 병원에 같이 오간지도 벌써 2년째다.      


“하우스 똑같아요.”     


쏨쏘이가 말하는 하우스는 비닐하우스다. 집이 아닌 일터를 하우스라 말하는 그와 병원 오가는 길에 하우스에서 하는 일부터 지난 8년간 한국에서 지냈던 이야기, 고향에 두고 온 아이 이야기 등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쏨쏘이는 4월부터 9월까지 비닐하우스에서 단 하루의 휴무 없이 매일 아침 6시부터 저녁 7시까지 부추를 베고 쏨쏘이 외 시간은 잡초를 뽑는다. 여름휴가니 하는 단어는 언감생심, 근로계약서에 보장된 월 이틀 격주 휴무조차 엄두도 못낸다. 일 년 중 절반을 다섯 시에 일어나서 식사를 하고, 일을 끝낸 후 10시에 자는 생활을 반복하지만 임금은 월 240만원이 전부다.      


“하루 잔업 두 시간은 기숙사, 가스 값이에요.”

“사장님이 도둑놈이네요.”

“옆에 사람들도 다 그렇게 해요.”     


쏨쏘이가 말하는 기숙사는 비닐하우스에 있는 컨테이너다. 8명이 생활하고 있는데 그나마 방은 2인 1실에 에어컨이 있다. 컨테이너는 작년에 수해를 입었던 자리에 그대로 다시 놓여 있다. 쏨쏘이가 일하는 농장과 같은 단지에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이 마흔 여 명이 넘는데, 수해가 나고 사람이 죽어나도 기숙사라 칭하는 주거환경은 변함이 없다.      


농업이주노동자인 쏨쏘이의 근로계약서와 달리 하절기에는 쉬는 날도 없고, 시간급 계산도 엉터리다. 사장이 기숙사비 공제를 잔업 두 시간으로 퉁 치는 것도 불법이다. 동절기에는 상추를 재배하는데, 작업 시간이 짧아 월 급여 140여만 원을 받을 때도 기숙사비는 하루 두 시간 공제다.      

쏨쏘이에게 근무 시간 대비 급여를 계산해 보면 한 달에 백만 원 이상 차액이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노동부에 신고하자 권했지만, 쏨쏘이는 주위 사람들도 다 그렇게 한다면서 체념하고 있었다. 내년 1월이면 근로계약 만기로 귀국해야 하는데, 그때라도 노동부에 진정하자고 얘기하고 고향 이야기로 넘어갔다.    

  

열일곱, 두 살 때부터 할머니 손에서 자란 아이 사진을 쏨쏘이가 보여줬다. 남편은 아이가 갓 한 살을 넘겼을 때 집을 나갔다. 사진은 아이가 망고 나무 아래에 음료수를 올려놓은 오토바이를 옆에 두고 찍었는데, 활짝 웃고 있는 아이는 엄마보다 훨씬 키가 커 보였다.      


쏨쏘이는 아이 하나만 바라보며 찜통 같은 하우스에서 일하고, 기숙사라는 컨테이너에서 8년 넘게 살면서 착취를 견뎌내고 있다. 열대야가 역대 최장일 거라는 보도가 나오는 오늘도 그는 40도를 웃도는 비닐하우스에서 일하면서 아이를 떠올릴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짠돌이 사장의 희망고문, 산재신청도 막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