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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전략
필리핀 바따안Bataan에서
by
Prince ko
Sep 5. 2023
빗줄기가 굵어질수록 길바닥에 생기가 도는 도시.
칠 벗겨진 벽 위에서 손을 든 성인들이 지키는 오래된 성당은 도심 한복판에 자리잡고 신심 깊은 이들과 여행객의 발길을 유혹한다.
식민지 시절 세워진 뒤로 시청을 위시하여 위풍당당한 대리석 건물들을 호령하던 그 위세는 사그러든지 오래다.
길 건너 꼬마 전등들로 수놓은 화려한 호텔 외관에 비하면 한없이 고즈넉하다.
주위 건물들과 한 백년은 격리해 놓은 듯 촛불을 켜 신심을 돋우고, 도시의 전사들과 맞선다.
때이른 9월 캐롤에 맞춰 또각또각 길을 걷다, 굽높은 구두 위에 피곤한 발을 올려놓고 비를 긋는 립스틱 짙게 바른 소녀와 쇼핑센터 앞에서 란쏘네스를 팔던 맨발 소년은 닮았다.
그들은 누가 뭐라 해도 이 도시의 전사다.
빗줄기가 굵어질수록 도심 한복판에 당당하게 자리한 옛 건물과 발걸음을 재촉하는 이 시대 전사들은 투쟁한다. 당당하게 살아가려고 몸부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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