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 부채
세상 참 좋아졌네
사과엔 금박
배추엔 은박
부추엔 옥빛 입혀
그 찬란함에 눈이 멀어 보지 못했네
농부의 굽은 등, 갈라진 손
어머니의 주름진 얼굴
쉼 없는 밭일로 빚만 쌓였었지
이제 세상 좋아졌으니
빚더미 위에 쌓인 한숨이
금박으로 바뀔까
지천에 널린 게 쌀이요
양파는 눈물 나게 기름진데
왜 농부의 밥그릇은 비어가고
우리의 밥그릇은 점점 작아지는가
밥심으로 버티고
자장면으로 위로받는 이들에겐
이 얼마나 살맛나는 세상인가
햅쌀가마니에 양파 베개 베고
배부른 꿈꾸는
내일은
더 비싼 행복이 올까
더 값싼 행복이 올까
흙 수저로 금값 일구는
우리네 삶이여
절망이랑 트랙터로 갈아엎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