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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믿음과 상상 Apr 11. 2024

소설 [가재가 노래하는 곳]

델리아 오언스

미국 소설 [가재가 노래하는 곳]을 읽었다. 작가는 나이 70대가 되어서 첫 작품으로 이 소설을 썼다고 한다. 작가의 직업은 생태학자이다. 첫 소설을 나이 70이 돼서 쓴 것도 특이하고 직업이 생태학자라는 것도 특이하다. 


책의 내용은 미국 남부의 습지 판잣집에서 혼자 사는 소녀의 이야기이다. 사실 혼자서 산 것은 아니고 알코올 중독자인 아버지의 폭력을 피해, 소녀의 엄마부터 형제들이 모두 도망갔다. 그리고 소녀의 아버지 또한 죽게 된다. 그래서 소녀는 혼자 살게 된다. 소녀의 아버지의 폭력은 예전 한국의 아버지의 폭력과 유사하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가부장적 폭력적인 아버지가 있었다. 모든 권력을 가진 채 가족을 지배하는.......


소녀는 미취학시절부터 아버지와 단 둘이 살아간다. 소녀의 어머니와 형제들이 소녀만 놔두고 도망간 것도 납득이 안 가고, 그 이후 단 한 번도 소녀를 찾지 않는 것도 이해가 안 간다. 아버지의 폭력을 피해 습지에 숨으면서 소녀는 힘겹게 살아간다. 결국 아버지까지 사라지고 혼자서 살아간다. 보육원에 가지 않기 위해 습지에 숨어서 산다. 


소녀의 외로움과 아픔이 절절히 느껴진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은 외로움을 가지고 있다. 그런 외로움을 노래하는 책이라 흠뻑 빠져서 읽었다. 


마음에 안 드는 것은 소녀를 돕는 소년과 마을 가게를 운영하는 흑인들이다. 현실 감 없이 너무 착하게 그려졌다. 몰입을 방해했다. 작가의 처녀작이라 그런지 여기저기 단점들이 보인다. 


너무도 뻔하고 이후 이야기가 예상되는 식상한 사랑이야기나 잘 짜이지 않는 법정 이야기는 이 책이 아마추어적이란 느낌을 갖게 한다. 특히 살인을 둘러싼 검사와 변호사와의 법정 공방 이야기는 치밀하지 못한 전개로 긴장감을 떨어지게 하고, 이 작가가 이런 추리적인 소설에 대한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여실히 드러낸다. 


칭찬할만한 점은 작가가 생태학자인 것을 소설 속에 잘 녹여냈다. 수컷을 유인해 잡아먹는 암컷의 이야기를 하면서 소녀가 옛 남자친구를 살인했다는 복선을 까는 것이나, 습지에 사는 다양한 생물의 이야기를 소설 속에 신비하게 잘 녹여냈다. 


이 소설이 미국에서 베스트셀러에 올랐다고 하는데 그 정도 수준의 책은 아니다. 단지, 칭찬할만한 점은 주인공 소녀 카야의 한 없는 외로움이, 이 책을 읽고 있는 나의 외로움을 위로하고 공감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책을 읽을 때마다 또 다른 나를 만나는 것 같이, 깊은 외로움에 푹 빠지게 해 준 점을 높이 평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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