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연산 교재의 부작용
연산은 꼭 필요한 아이만 시켜라!
수학 연산은 필수적으로 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필요한 학생들만 하면 된다. 사실 대부분의 학생들은 따로 연산 교재를 구입하여 연산을 할 필요가 없다. 시간 낭비다. 연산은 수학이 아니다. 수학을 하는 도구일 뿐이다.
1. 상위 50%의 아이들은 연산 교재를 안 쓰고, 기본 교재에 있는 연산만으로도 충분히 잘한다. 연산 교재 풀릴 시간에 사고력 수학이나 독서, 심화 수학에 도전하자. 연산교재를 풀려야 한다는 것은 편견일 수도 있다.
2. 연산교재의 특징이 반복해서 수동적으로 개념을 머릿속에 집어넣는 행위와 유사해서, 한번 연산교재에 길들여지면, 중등 수학 심지어 고등 수학까지 연산교재를 쓰며 수동적으로 개념을 머릿속에 집어넣으려고 한다. 따라서 개념을 적극적으로 머릿속에 집어넣는 연습 부족으로 고등 수학부터 양이 많아지면, 개념 습득 부족으로 수학을 못하게 될 가능성이 높고, 특히 새로운 개념을 배울 때 오래 걸리고, 배운 것을 빨리 잊어먹는 현상도 보이게 된다.
3. 하위 50% 학생의 경우, 기본 문제집도 못 따라가서 연산교재부터 차근차근시켜야 되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중고등에 올라가면 많은 양의 학습을 못 따라가고, 과외와 학원을 왔다 갔다 하다가 수포자가 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이런 학생은 초등부터 연산교재를 통해 기초 수학을 따라가도록 하되 근본적인 학습 능력을 키우는 연습들을 시켜야 한다.
독서부터 시작을 하고, 아이가 정보를 습득하면 휘발성으로 사라져서 조금 지나면 잊어먹어 못하게 되는 현상을 막아야 한다. 뇌과학에서는 적극적인 학습과 회상하기 전략이 뇌 연결망(뉴런과 시냅스)을 연결해 주고 장기 기억에 집어넣어주게 해주는 원동력이 된다고 한다. 그러므로 처음 수학을 시작할 때 수동적인 가르쳐주기 방식이 아니라, 스스로 개념을 읽고 이해하게 유도하고, 엄마가 개념을 제대로 이해했는지 묻고, 아이가 회상하며 대답하게 시킨다. 그 이후 개념 노트에 학습한 것을 스스로 정리하여, 자기 뇌에 개념들을 각인시키는 연습이 필요하다. 단순 연산 문제를 풀 때도 어떻게 풀지를 떠올리며 말하게 하고, 그리고 문제를 풀게 해서, 개념과 공식, 규칙들을 머릿속에 집어넣게 만들어줘야 한다.
수학을 잘하는 아이들은 이 과정이 자연스럽게 되도록 뇌가 개발이 됐고, 못하는 아이들은 그런 경험을 얻지 못해 자기가 정확히 아는지를 모르는 상태이므로, 그런 학습이 되도록 도와줘야 한다. 아울러 이러한 아이들은 몰입과 집중의 경험이 부족하니, 20분간 몰입해서 공부하고 10분간 산책 운동 음악등으로 뇌를 쉬게 하는 것을 반복하며 몰입과 집중해서 공부하는 경험을 갖게 한다.
4. 수포를 한 고3이나 재수생들을 가르칠 때, 고등 수학에서 필요한 초등 수학 연산은 자연수와 분수의 간단한 사칙 연산 정도이고, 중등 연산도 교과서 수준일 뿐이다. 따라서, 아이들의 구멍을 메꾸는 개인 학습 커리큘럼을 짜줄 때, 초등은 아예 다루지 않고, 중등부터 개념 교재 1권 또는 고등 입문 수학 1권(중등 3년 과정을 총정리한 것)만 시키고, 고1 과정부터 개념 교재로 복습을 시킨다. 초등시절 연산도 안 하고 학원도 안 다니고, 수학 교재도 안 풀었던 수포자들도 그런 방식으로 시켜도 고등 수학을 따라붙고, 높은 점수는 아니어도 수능 4~5등급까지는 성적이 오른다. 고등 수학 자체가 세 자릿수 연산이 거의 존재하지 않고, 소수의 연산은 아예 없으며, 분수의 연산도 가볍게 나온다. 왜냐하면 연산은 수학이 아니기 때문이다. 연산은 계산기가 대체해 줄 수 있는, 즉 아이의 수학적 사고력을 측정하는데 전혀 의미가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5. 중고등학생을 가르쳐보면 문제 푸는 속도가 느려 시험을 못 보는 아이들은 수학 연산이 부족한 아이들이 아니라, 심화 문제를 많이 풀어보지 못한 아이들이다. 처음 보는 문제를 보고 그것을 해석하고 이해하고,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 자체가 오래 걸리는 것이지 계산이 느린 아이들이 아니다. 애초에 중고등 시험에 복잡한 초등 연산 자체가 나오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