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지만 멈추지 않는 아이들
수학 수업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아이들의 속도 차이가 보입니다.
어떤 학생은 개념 설명을 듣자마자 문제를 척척 풀어내고, 어떤 학생은 같은 내용을 이해하는 데도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문제 해석부터 힘들어하고, 개념을 적용해 한 문제를 완성하는 데 다른 친구들보다 두세 배의 시간이 필요한 아이들도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아이들을 두고 “노력이 부족해서”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오랫동안 아이들을 지켜보면, 그 말이 얼마나 단순한 오해인지 알게 됩니다. 꾸준히 노력하지만, 단지 시간이 오래 걸릴 뿐인 아이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한 아이를 5~6년 넘게 가르쳐본 적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개념 이해도 더뎠고, 문제를 읽는 데도 오래 걸렸습니다. 그러나 3~4년 정도 시간이 흐르자 문제 해석력부터 난도가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까지 눈에 띄게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갑자기 열린 문처럼, 실력이 한 번에 도약하는 순간이 오더군요.
이런 변화는 오래 가르쳐본 사람만이 알 수 있습니다. 어떤 아이는 1~2년 만에 급성장하지만, 어떤 아이는 4~5년이라는 시간을 필요로 합니다.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입니다. 멈추지 않고 꾸준히 가는 아이는 결국 성장합니다. 수학은 정직한 과목이기 때문입니다.
비대면 정규반과 단단 특강을 하다 보면 아이들 수준 차이가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어떤 학생은 과제도 빠르게 끝내고 추가 심화 교재까지 자연스럽게 들어갑니다. 반대로 수업 시간에 풀어보라는 문제조차 오랫동안 씨름하는 친구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느린 친구들 중에 누구보다 성실하게, 더 오래 붙들고 가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그들에게 저는 늘 이렇게 말합니다.
“속도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노력은 절대 배신하지 않는다.”
어떤 친구는 2~3분 만에 푸는 문제를 나는 20분이 걸려야 풀 수 있을 때가 있습니다.
그 순간 스스로를 의심하게 되죠.
“나는 할 수 있을까?”
“나는 너무 느린 건 아닐까?”
하지만 속도는 타고난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오랫동안 뇌를 개발해 왔는가’의 차이입니다.
지금 빠르게 푸는 친구들은 미취학이나 초등 저학년 시기에 이미 충분히 자극을 받은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그렇지 않은 아이들은 뇌 속의 정보 연결망이 조금 느리게 발달할 뿐입니다. 그러나 꾸준히 하면 결국 연결은 만들어집니다. 느린 아이도 3~4년이 지나면 문제를 읽는 속도, 개념을 적용하는 능력, 난도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역량까지 눈부시게 성장합니다. 그래서 저는 수학이야말로 노력이 배신하지 않는 과목이라고 믿습니다.
아이들에게 늘 권하는 방식이 있습니다. 어렵더라도 자신 수준보다 조금 높은 문제에 도전하고, 풀리지 않으면 해설지를 분석하고, 그것을 덮고 다시 스스로 풀어보는 것입니다.
이 단순한 과정을 꾸준히 반복하는 것만으로 문제 해석력과 개념 적용력, 사고력까지 모두 성장합니다.
수학은 기적이 아니라 과정이고, 빠름이 아니라 꾸준함입니다.
지금 속도가 느린 건 괜찮습니다. 지금은 뇌가 자라고 있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조금 더 시간이 걸릴 뿐, 결국 성장합니다. 그리고 어느 날 지금의 당신은 상상도 못 했던 문제를 자기 힘으로 풀어내는 순간이 반드시 찾아옵니다.
그 변화는 노력하는 학생이라면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선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