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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믿음과 상상 Jul 27. 2023

아들과 자전거

아들에게 꽤 비싼 자전거를 사줬다. 브레이크도 디스크 브레이크고 기어도 많은 자전거이다. 아들 생일 선물로 큰맘 먹고 사줬다. 아들은 자전거를 매일 타며 동네방네 돌아다닌다. 전학을 가게 됐지만 자전거를 타고 이전에 다니던 학교의 친구도 만나고, 새로 전학 온 학교의 친구도 만난다. 아들에게 자전거는 마치 영혼의 친구 같은 느낌이다.


그런데 아들은 자전거 열쇠를 잠고 다니지 않았다. 엄마와 내가 열쇠를 잠그라고 해도 귀찮아서 잠그지 않는다. 가끔 하교하는 모습을 보면 자전거를 타고 신나게 오다가 아파트 자전거 보관대에 대충 기대어 세우고 집으로 뛰어들어간다. 다음날이 되면 대충 기대어 세운 자전거를 타고 학교에 간다. 그런데 아무도 자전거를 훔쳐가지 않았다. 아들은 학원을 갈 때도 학원 앞에 열쇠를 잠그지 않고 대충 자전거를 세워 놓는다. 아예 무겁다며 자전거 자물쇠를 가지고 다니지도 않는다. 그렇게 세월이 3년이 흘렀다. 이제는 자전거가 낡아서 잠고 다니지 않는 아들이 그리 걱정되지 않는다. 그리고 문득 그런 아들이 부러웠다.


자전거를 타본 사람은 열쇠로 자전거를 열고 다시 잠그는 것이 얼마나 번거로운지 안다. 특히 어두운 밤에 자전거 열쇠를 열고 잠그려면 비밀번호가 보이지 않아 휴대폰으로 비추면서 번호를 맞춰야 한다. '


나는 자전거가 3대나 있다. 그중 하나는 5년 넘게 탄 MTB자전거다. 이 자전거만이라도 아들같이 열쇠를 가지고 다니지 않으면서 그냥 타보기로 했다. 누군가 훔쳐가도 크게 문제는 없다. 어차피 더 좋은 2대의 자전거가 있으므로


단지, 출퇴근용으로 편하게 타는 자전거인데 열쇠까지 열고 잠그기가 귀찮을 뿐이다. 오늘 처음으로 열쇠를 다른 곳에 치우고 자전거를 타고 출근을 했다. 그리고 그냥 직장 앞에 세워뒀다. 과연 퇴근할 때 자전가는 있을 것인가? 


만약 없다면 남은 2대의 자전거 중 하나로 출퇴근을 하면 되고, 열심히 열쇠를 잠고 다닐 것이다. 만약 있다면 아들의 기분을 느끼면서 편하게 자전거를 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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