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열심히 하는데 성적이 안 나올까?
시험이 끝나고 나면 많은 부모들이 고개를 갸웃한다.
"우리 아이는 분명히 열심히 했는데, 왜 성적이 이 모양일까?"
학원도 보내고, 과외도 시키고,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시간도 충분한데 성적표는 기대와 전혀 다른 숫자를 보여준다. 이 간극은 어디서 오는 걸까. 오랜 시간 여러 지역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느낀 몇 가지 냉정한 현실을 이야기해보려 한다.
부모 눈에는 열심히 하는 것처럼 보인다. 책상 앞에 앉아 있고, 학원도 다니고, 숙제도 제출한다. 그런데 24시간을 면밀히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부모가 보는 앞에서만 공부하는 아이들이 생각보다 훨씬 많다. 방문을 닫고 들어간 방 안에서, 혹은 학원 자습실에서 실제로는 딴짓을 하고 있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학원 숙제도 마찬가지다. 스스로 풀어서 가져가는 게 아니라 친구 것을 베끼거나, 해설지를 그대로 옮겨 적는다. 형식은 갖췄지만 머릿속에 남는 건 없다.
부모가 "우리 아이는 하루에 네 시간 공부해요"라고 말할 때, 그 네 시간이 실제 집중한 시간인지, 그냥 책상 앞에 앉아 있었던 시간인지는 전혀 다른 이야기다.
설령 아이가 진짜 열심히 한다 해도, 문제는 경쟁 상대다.
여러 지역을 돌며 강의하다 보면 지역마다 학습 분위기의 차이가 얼마나 큰지 실감하게 된다. 이른바 학군지라고 불리는 곳에 가면, 정말로 독하게 공부하는 아이들이 가득하다. 같은 내신 시험을 준비하는데 학습량이 20배 가까이 차이 나는 경우도 있다. 한쪽은 교과서와 학교 프린트만 보고, 다른 쪽은 그것을 기본으로 깔고 그 위에 수십 권의 문제집을 쌓아 올린다.
내 아이가 열심히 하고 있다는 사실과, 그보다 더 열심히 하는 아이들이 수두룩하다는 사실은 동시에 참일 수 있다. 이 불편한 진실을 외면하면 성적의 원인을 영영 찾지 못한다.
이게 어쩌면 가장 잔인한 현실이다.
수학 실력은 단기간의 노력으로 뒤집히지 않는다. 어린 시절부터 얼마나 많은 심화 문제를 풀었는지, 얼마나 많은 양을 꾸준히 쌓아왔는지가 지금의 속도를 결정한다. 그리고 그 속도의 차이는, 지금 똑같은 양을 공부하더라도 간극을 좁히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벌린다.
앞서 달리는 아이는 이미 빠른 속도로 새로운 것을 흡수하고 있고, 뒤에서 따라가는 아이는 같은 시간을 투자해도 같은 양을 소화하지 못한다. 그러니 "요즘 열심히 하는데 왜 안 되지?"라는 질문은, 사실 지금의 노력만을 보고 있는 것이다. 진짜 문제는 지난 몇 년간 쌓이지 않은 시간들에 있다.
초등학생, 중학생 자녀를 둔 부모들이 종종 간과하는 것이 있다. 모의고사, 수능의 실제 난이도다.
흔히 "수능 3등급도 못 받았어요"라고 말하는 분들이 있는데, 수능 3등급을 받는 아이들이 어떤 공부를 해왔는지 알면 생각이 달라진다. 초등학교 때 최상위 문제집, 중학교 때 블랙라벨, 고등학교 때 실력정석을 풀어온 아이들이 받는 게 수능 3등급이다. 그 아래 등급은 말할 것도 없다.
지금 아이가 학교 시험에서 나름 괜찮은 점수를 받아오고 있다면, 그것이 전국 단위의 경쟁에서 어느 위치인지를 냉정하게 짚어볼 필요가 있다. 학교 안에서의 순위와 입시판에서의 위치는 전혀 다른 이야기일 수 있다.
불편하고 듣기 싫은 이야기일 수 있다. 하지만 원인을 정확히 알아야 처방도 가능하다. 아이가 열심히 안 하는 건지, 경쟁자들이 더 열심히 하는 건지, 누적된 격차가 문제인 건지, 아니면 시험 수준 자체를 너무 낮게 보고 있었던 건지.
그 답을 찾는 것에서부터, 진짜 공부가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