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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믿음과 상상 Jun 15. 2023

사람을 만날 때마다 피곤하다면(수필)

당신은 관찰력이 뛰어나 좋은 작가가 될 수 있습니다.

내 삶의 방식, 혹은 나에 대해서 열등감을 느낄 때가 있다.

'다른 사람은 이런 것을 잘하는데, 왜 나는 이게 힘들지? 무슨 결함이 있나? 혹은 내가 부족한가?'


그런데 그런 것은 사람마다 가지는 기질이나 성격의 차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난 나름 유능한 강사였다. 강의력을 인정받고 수강생도 많이 가르쳤다. 그러나 학원을 개원하고 원장이 되면서부터 너무 힘들었다. 학원 운영이라는 것, 특히 강사와 직원을 관리한다는 것에 많은 에너지가 소모됐다. 나보다 강사로서는 뛰어나지 못했지만 학원 운영은 잘해서 몇 배씩 학원을 키우는 원장들을 보면 부러웠고, 한 없는 열등감에 빠졌다.


'나는 능력이 부족한가?'


그러나 몇 년 전부터 사람들이 가지는 기질이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사람마다 잘하고 못하는 것이 존재하는 것이다.


나의 MBTI는 INFJ와 INTJ를 왔다 갔다 한다. 30대에는 INFJ였고, 40대에는 INTJ였다. 그리고 지금은 다시 INFJ로 돌아왔다. INFJ는 공감을 많이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주변 사람들을 관찰하고, 그들의 행동과 사소한 말투에 반응해야 한다. 그런 부분에 에너지가 많이 쓰이니 인간관계보다는 혼자서 사색하는 것을 즐긴다.  INTJ는 분석적이다. 많은 현상을 보고 분석한다. 그리고 남들이 모르는 비밀이나 원인을 찾아내고, 해결책을 제시한다. 나의 이런 성격은 인간관계에서 많은 에너지를 쏟게 만든다.  그래서 나는 상담하는 것을 힘들어한다. 상담의 내용을 하나도 놓지도 않고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하면서 많은 에너지를 뺏긴다.


나는 모든 사람들이 나와 같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와 정반대인 아내를 보며 깨달았다. 이것은 내가 가지는 기질이라는 것을


내 아내는 나와 함께한 경험을 거의 기억하지 못한다. 반면 나는 세세한 부분까지 모든 것을 기억하는 경우가 많다. 아내는 내가 너무 많은 것을 기억하고 그것을 잊지 않는다고 해서 오히려 부담스러워할 때가 많다. 그러나 나는 의도하지 않아도 많은 것을 기억한다. 가족과의 여행도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 기억한다.


그래서 나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피곤하다. 많은 에너지를 써가며 공감하고 분석하는 나의 기질이 나를 힘들게 한다.


나이가 많아지다 보니 사람마다 잘하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의 이런 기질은 남들이 가지지 못하는 통찰력과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책을 쓸 때 도움을 준다. 내가 단점이라고 생각한 것이 다른  분야에서는 장점이 되는 것이다.


오늘도 나는 나를 사랑하자고 다짐한다. 결점 많고 모순 투성이인 나를 사랑해야, 또 다른 결점 많고 모순 투성이인 아내와 자녀와 주변 사람들을 사랑할 수 있다.


나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만이 남을 진정으로 사랑할 수 있다는 말이 맞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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