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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lliott 장건희 Sep 03. 2022

생각을 전달하는 기계

문자 없이 대화 없이 생각을 나눌 수 있을까?

말 많고 탈 많은 미국의 기업가 일론 머스크가 최근에 자신이 투자한 회사를 놓고 분통을 터뜨린 일이 있었다고 하는데요. 그 회사는 다름이 아닌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장비를 개발하고 있는 뉴럴링크(Neuralink)였습니다. 2년 전부터 뉴럴링크가 곧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 시험을 할 것이라고 일론 머스크는 대중들 앞에게 공언하고 있었습니다. 돼지와 원숭이를 이용한 동물실험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는 듯했지만 당국에서 임상시험에 대한 허가가 나지 않았습니다. 사람을 이용한 시험을 하는데 뒷받침 될만한 자료가 충분치 않았던 거죠.


그런 와중에 뉴럴링크의 경쟁기업인 싱크론(Synchron)이 먼저 치고 나왔던 것입니다. 싱크론은 임상시험을 먼저 시작할 뿐만 아니라 4명의 호주 환자들에게 시험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합니다. 이에 격노한 일론 머스크는 자신이 투자한 뉴럴링크는 뒤로하고 라이벌 업체 싱크론에 투자하기 위해 접근했다는 기사가 최근에 보도되었습니다. 도대체 싱크론은 어떤 회사이길래 그렇게 빠른 행보를 보일 수 있었던 걸까요?

왼쪽이 뉴럴링크가 개발한 탐침. 오른쪽 그림은 두개골에 구멍을 내어 탐침을 심는 과정을 보여주는 모식도 (@Neuralink).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는 이제 실험실을 넘어 상용화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BCI는 말 그대로 뇌와 컴퓨터의 직접적인 상호작용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사람이 생각하는 내용이 전기적 신호로 변환되어 컴퓨터로 전달되는데 마우스 조작 없이 커서를 움직인다던지 컴퓨터와 연결된 기계를 머릿속 생각만으로 움직이는 것입니다. 약 십여 년 전 처음 미국 피츠버그 의대 연구팀, 브라운대학 의대 연구팀에서 로봇 팔을 전신마비 환자의 의지대로 움직이게 하는 BCI 시제품을 최초로 내놓아 세상을 놀라게 했었습니다. 십여 년이 지난 지금 BCI는 한 단계 진화하여 실용화를 위해 기업체에서 개발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 선두에 서있는 두 기업인 뉴럴링크와 싱크론은 각자 전혀 다른 방법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가장 큰 차이는 어떻게 인간의 뇌에 접근하는 가에 있을 것일 텐데요. 뉴럴링크는 가장 간단 무식한(?) 방법을 택하여 원하는 위치의 두개골에 구멍을 내고 뇌 조직에 탐침을 직접 심는 방법을 택하였습니다.

이전 글에서도 설명하였지만 비침습성(수술이 필요 없는) 방법으로는 fMRI나 fNIRS와 같은 기기를 이용하여 뇌의 신호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방법으로 수집되는 신호는 그 신호가 너무 약하고 실시간으로 전달이 되지 않는 약점이 있었습니다. 또한 신호를 읽을 뿐이지 외부에서 신호를 뇌로 전달할 수는 없습니다. 이에 반해 뉴럴링크와 싱크론은 정보가 양방향으로 흐를 수 있게 하는 진정한 의미의 뇌-컴퓨터 인터페이스를 구현할 수 있는 것이죠.

오른쪽 사진이 스텐트 모양 탐침. 왼쪽은 환자의 경정맥을 통해 임플란트된 스텐트의 모식도 (@Synchron).

뉴럴링크가 침습적(뇌수술이 필요한) 방식으로 인터페이스를 구축한다면 싱크론은 최소한의 침습적인 방법을 찾았습니다. 싱크론에서 개발한 탐침은 그 모양이 혈관 확장용 스텐트와 유사하게 생겼습니다 (위 사진 참고). 두개골에 직접 구멍을 내는 뇌수술이 필요 없이 목으로 연결이 된 정경맥이라는 혈관으로 탐침을 밀어 넣어 대뇌의 운동피질의 혈관까지 도달하게 하는 것입니다. 그런 후 스텐트를 펴서 뇌의 신호를 혈관 속에서 읽고 보냅니다. 시술이 비교적 간단하게 이루어지며 부작용도 없습니다. 싱크론이 리크루트 한 4명의 중증환자들은 설치 후 자신의 생각만으로 컴퓨터 엡에서 메시지를 보내고 온라인 상거래를 하는 등 계획했던 실험을 문안하게 구현할 수 있었습니다.     

싱크론의 제품 스텐트로드(Stentrode)에서 컴퓨터로 전달되는 환자의 뇌신호.

싱크론이나 뉴럴링크 또 최근에 주목받고 있는 파라드로믹스(Paradromics) 등 모두 인간과 컴퓨터 간의 인터페이스를 목표로 하며 그 자체로도 넘어야 할 문제가 산재해 있죠. 그런데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인간과 인간의 생각을 대화나 문자 없이 컴퓨터를 가운데 두고 신호로만 연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했던 사람이 있었죠. 컴퓨터를 이용한 텔레파시(telepathy)와 같은 개념의 소통을 고안한 분이 마지막으로 소개할 인물인 라제쉬 라오(Rajesh Rao) 박사입니다. 라오 박사는 현재 미국 시애틀에 위치한 워싱턴 대학의 컴퓨터 과학과 교수이자 신경과학 대학원 교수이기도 합니다.

최근 BCI 분야에서 가장 각광받고 있는 젊은 과학자인 라제쉬 라오 박사.

2014 그는 자신의 동료들과 간단하지만 중요한 개념을 보여주는 실험을 했습니다. 라오 박사 자신은 컴퓨터 화면 앞에서 머리에는 뇌파(electroencephalogram) 읽는 센서를 쓰고 컴퓨터 게임을 놀되 머릿속 생각만으로 게임 속의 대포를 발사합니다 (아래 사진 참고).  신호는 컴퓨터로 연결되어 디지털 신호로 바뀌어 다른 쪽에 앉아 있는 라오 박사의 동료 안드레아 스토코 박사에게 전달이 되었는데요. 대뇌 왼쪽 운동피질에 자기 자극 코일로 신호가 전달되었습니다. 라오 박사와 완전히 분리된 곳에서 키보드에 손을 얹고 있던 스토코 박사의 손가락은 자신 본의와는 상관없이 자기 자극으로 키보드를 누르게 되고 대포가 발사되었던 것입니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라오 박사가 자신의 마음대로 스토코 박사의 손가락을 제어를 했다는 이야기가 되는 것이죠.

뇌 대뇌 인터페이스(Brain-to-Brain interface)를 실현한 라오교수팀 실험 (@University of Washington)

간단하지만 혁신적인 개념의 실험을 성공적으로 마친 라오 박사팀은 더 한발 나아가 두 사람 이상의 협업으로 게임 '테트리스'를 수행하는데도 성공하였습니다. 시험자가 각각 역할을 분장하여 테트리스의 벽돌을 움직이고 돌려서 틈에 맞춰 넣는 것이죠. 일 대 일의 개념을 넘어 다수의 사람들이 생각만으로 협업을 하는 개념을 실행한 최초의 사례가 되었습니다. 이런 놀라운 시스템이 언젠가 상용화된다면 전화나 스마트폰의 개념을 뛰어넘는 어마어마한 커뮤니케이션의 혁명이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라오 교수의 실험은 그 가능성을 보여주는 첫 시도였구요.

다중 뇌대뇌 인터페이스(Multi-Person Brain-to-Brain interface) 디자인 (@University of Washing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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