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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이 주는 선물같은 순간

by 민수석

날씨가 많이 풀렸습니다.

유난히 차가웠던 공기가 부드러워지고, 따스한 햇살이 온몸을 감싸는 이맘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점심 식사 후 산책을 하게 됩니다. 길을 지나는 사람들의 표정도 한결 여유로워 보이고, 옷차림도 가벼워졌습니다.


사무실에 오래 머물다 보면 마치 작은 상자 안에 갇혀 있는 듯한 답답함을 느낄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짧은 시간이라도 이렇게 걸으며 바깥 공기를 마시고, 파란 하늘을 올려다보면 묘한 해방감을 얻곤 합니다. 걸을수록 몸과 마음이 가벼워지고,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던 복잡한 생각들도 점차 정리됩니다.


그래서 산책하는 이 시간이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며 걷다 보면, 문득 엉뚱한 곳에 서 있는 저를 발견할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상관없습니다. 너무 멀리 오지 않았다면, 다시 돌아가면 되니까요. 그리고 가끔은 잘못 들어선 길에서 뜻밖의 아름다운 풍경을 만나기도 합니다.


플레이리스트에서 봄과 어울리는 노래를 찾아 듣다 보니, 김나영의 봄내음보다 너를이 흘러나옵니다. 들을 때마다 마음을 간질이는 몽글거림과 잔잔한 그리움을 선사하는 곡입니다. 음악과 함께 걷는 이 순간이 더욱 특별하게 느껴집니다.


오늘도 그렇게 한 바퀴를 돌고 다시 사무실로 돌아왔습니다. 이곳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고, 언젠가는 반드시 그렇게 하겠지만, 막상 그 순간이 오면 이 억압 속의 소소한 자유가 그리워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날을 위해, 다시 오후 업무를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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