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 레슨이 있는 날이라
새벽 다섯 시에 알람이 울렸습니다.
‘조금만 더… 정말 조금만 더…’
이불 속에서 실랑이를 하고 있는데
밀키가 느닷없이 품으로 파고듭니다.
그 따뜻하고 푹신한 감촉에
잠이 더 깊어질 뻔했죠.
간신히 정신을 붙잡고 차를 몰아 회사로 향했습니다.
주차장은 이미 길게 줄이 늘어서 있었고,
차단기 앞에서야 상황을 깨달았습니다.
아, 오늘.
5부제에 걸리는 날이었습니다.
며칠인지도 잊고 살다가
왜 알람을 5시에 맞춰놨는지
그제야 떠올랐습니다.
결국 차를 돌려 근처 유료 주차장으로 향했습니다.
그렇게 15분과 12,000원이 사라졌습니다.
작은 판단 미스의 대가는 늘 정확합니다.
살다 보면 이렇게 뒤늦게
잘못을 알아차리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의식도 없이 흘러가다
목적지 앞에서야 ‘뭔가 잘못됐다’는 감각이 드는 순간.
사람을 만나며 흘러흘러 가다가
‘아… 이 사람이 아니었나’ 하는 깨달음도 있습니다.
그럴 때 어떻게 해야 할까요.
조금 더 흘러가볼까요,
아니면 인식하는 그 순간
용기를 내어 방향을 틀어야 할까요.
정답은 없지만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아니다 싶을 때 멈추고 방향을 틀 수 있는 것도, 분명히 용기다.”
첫 번째 해고 뒤 어렵게 취업했던 회사가 있었습니다.
열심히만 하면 뭐든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을
그곳에서 처음 깨뜨렸습니다.
회의 네 시간이 한국말인데도
하나도 들리지 않았고,
알려주는 사람은 없었고,
뒤에서 밀어붙이는 사람만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이 회사에서 오래 다닐 수 있다는
가장 기본적인 믿음이 무너졌습니다.
사람들과 이야기해보니
본사가 서울에서 멀어진 뒤로
다들 이직을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링크드인에서 봤던 짧은 근속연수가
생활 만족도 때문이었음을 알게 됐습니다.
그때 제 앞에 두 가지 선택지가 놓였습니다.
버티며 따라잡느냐,
혹은 떠나느냐.
아마 다른 회사에서 연락이 없었다면
버티는 쪽을 선택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저는 과감하게 방향을 틀었습니다.
다른 회사 최종결과도 받기 전이었지만요.
무모함과 용기 사이.
그 어딘가에 있는 선택이었습니다.
돌이켜보면
그 ‘방향 전환’ 덕분에
더 나은 조건의 회사로 갈 수 있었습니다.
삶에는 그런 순간이 있습니다.
잘못됨을 알아차렸다면
그때 바로 움직여야 하는 순간.
그 선택이
더 큰 세계로 이어지는 문이 되기도 합니다.
비록 15분과 12,000원을 잃더라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