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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미 Mar 10. 2017

질문하기 그리고 피드백(feedback)

질문하는 행동, 그렇게 잘못됐나요?


- "야 아까 옆 반에 여자들이 너 엄청 욕하던데? 너 개 욕먹고 있어 ㅋㅋㅋ"

- "왜?"

- "너가 아까 시간 끌면서 존나 나댔다고 ㅋㅋ"

- "무슨 소리지? 나는 질문하라는 말에 질문을 한 것뿐인데."





친애하는 나의 질문 트라우마


나는 옥수동에서 앞뒤로 서로 가깝게 위치한 작은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졸업했다. 지금이야 신축 건물로 잘 되어있지만 내가 다닐 때는 반 하나에 뚱뚱하고 느린 컴퓨터 한 대씩이 전부인 학교였다.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가깝게 붙어있었기 때문에 초등학교 친구들이 그대로 중학교로 같이 올라갔고, 중학교 생활은 초등학교 생활의 연장 비슷하게 느껴졌다. 그래서인지 내가 겪었던 나쁜 일들 ( 왕따라든가 학교 폭력 피해 등 )이 정확히 언제 겪었는지 헷갈리곤 한다. 중학교 다닐 때 맞았는지, 초등학교 다닐 때 따돌림을 당했는지 그저 어렸을 때 그런 일이 있었어라고 기억하곤 한다.


따돌림과 학교 폭력은 내가 다닐 때나 지금이나 없어져야 할 나쁜 것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내 경험으로 가장 가슴 아팠고, 없어져야 하며, 트라우마까지 남긴 것들은 다른 것이었다.


누구나에게 그렇겠지만 평생을 기억하게 되는 상처는 생생하게 기억난다. 때는 수업이 끝난 시간이었다. 수업이 끝났는데 학교에서 인사 예절을 학생들에게 가르친다며 전문가를 모셔왔으니 다들 강당으로 와서 빨리 듣고 집으로 가라는 것이다. 끝나고 바로 집으로 가면 되고, 한 두 교시를 빼는 대신 그 특강으로 대체했던 걸로 기억한다.


특강은 뻔한 이야기였다. 어른에게 왜 인사를 해야 하고, 어떻게 해야 하고, 밝게 인사하는 것이 사회생활의 기본이라는 등 누구나 할 수 있는 수준의 강의였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제 막 중학생 정도 된 애들한테 어려운 이야기를 해봤자 다들 안 듣는 분위기였을 것이 뻔했다.


문제는 다 끝났을 때였다. 강사가 강의에 대해서 질문할 사람이 있는지 물었다. 그냥 가만히 있으면 끝날 것을 나는 물어보고 싶은 게 생겼다. 강의에 대한 내용이었는데 궁금했던 내용도 정확히 기억한다. 그 강사분이 선생님이 탄 차가 지나갈 때는 빠르게 인사를 해야 하니 목례를 할 필요 없이 손을 들어서 인사를 해도 된다는 것이었다.


'어른들한테 손을 들어서 인사하라고?'


내가 생각했던 인사와는 약간 다른 개념이었으므로 너무나도 궁금했다. 정말로 그렇게 인사해도 어른들이 무례한 아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손을 들어서 인사하는 것을 인사라고 생각하실까?


그래서 질문했다.


"저 질문이 있는데요, 아까 선생님이 자동차에 타고 가실 때는 손을 들면서 인사해도 된다고 했는데 그러면 어른 입장에서 기분 나쁠 수 있지 않을까요? 정말 그렇게 인사해도 되는 건가요?"


그리고는 강사님은 당돌하다는 듯이 나를 쳐다봤지만,

금새 친절한 말투로 20분을 넘기며 행동과 함께 대답해주셨다. 


대답은 뻔했다. 

'그렇게 해도 된다.'


별로 내가 기대한 대답도 아니어서 그냥 알아들었다고 의례적으로 반응하고 교실로 돌아왔다.


평소처럼 나는 친구들과 함께 우르르 돌아와서 집으로 갈 준비를 하면서 친구들과 떠들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옆 반에서 놀던 내 친구가 오더니 내게 충격적인 사실을 이야기해줬다. 다른 반 아이들이 나한테 화가 나서 단체로 뒷담화를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또 새로운 사실을 알았는데, 질문 당시 나는 앞 줄에 앉아있었기 때문에 뒤에서 어떤 일이 몰랐는데 내가 질문을 하자마자 아이들 표정이 하나같이 안 좋아지며 나를 쳐다봤다는 것이다.


순식간에 질문한 내가 나쁜 사람처럼 여겨진다는 것에 너무 기분이 안 좋아졌다. 

너무 억울해서 눈물을 흘릴 것 같았다. 

글을 쓰는 지금도 억울한데 그때는 오죽했을까. 


그렇다고 직접 다른 반에 가서 그 아이들과 싸울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냥 나는 그러려니 친구들이 위로해주는 말을 들으며 속상한 마음을 지닌 채 집으로 향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까지 그때 상처가 그렇게 생각이 난다. 

끊임없이 그 상처를 내 발전에 이용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질문하면 민망해지는 사회


외국에서 공부해본 경험이 없어서 일반화할 수는 없겠다만,

대학시절 외국에서 온 교수님이 하신 말씀이 기억난다.


"외국에서는 팀끼리 하는 과제가 있으면 서로의 능력을 과시하기 위해서 더 많은 퍼포먼스를 내려고 하고,

수업에서도 교수를 잡아먹듯이 질문하곤 하는데 한국에서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이제는 전설이 되어버린 짤..) 한국 기자들이 하도 질문이 없자 결국 중국 기자가 본인이 질문하면 안되겠냐고 나선다.


그 이야기를 듣고 우리가 수업을 듣는 태도에 대해서 생각하게 됐다. 우리나라는 팀 프로젝트는 어떻게 진행되지? 질문하는 습관은? 내가 지금 정당한 교육에 합리적인 돈을 지불하고 있는 건가?


주변을 돌아봤다. 너무나도 당연하게 상당 수의 학생들이 돈을 내고 수업을 듣는데 수업 듣는 시간을 불편하게 생각했다. 공강이 생기면 노는 날이라고 좋아하고, 과제가 많아지거나 질문을 하라고 학생들에게 기회를 주면 불편하게 생각했다.


문제는 대다수의 그런 태도는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나댄다, 시간 끈다, 아는 척한다'라고 생각하는 것은 나만의 생각이 아니라 많은 학생들이 가지고 있을 법한 생각이다.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EBS 다큐프라임 6부작 <우리는 왜 대학에 가는가>를 한 번쯤은 보는 것을 추천한다.


https://youtu.be/5Xh1c7zyxy4 

EBS 다큐프라임 왜 우리는 대학에 가는가 1부



오죽하면 우리 학교에는 질문을 하는 사람에게 가산점을 주는 교수님도 계셨는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해할 수 없는 시스템이었다. 질문을 유도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질문을 했다는 사실에 가산점을 주다니. 첫 수업에 그런 시스템이 있다는 것을 들은 학생들은 한 학생을 시작으로 몇몇이 열심히 질문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나는 그런 시스템을 왜 도입할 수밖에 없었는지 이해하게 됐다.


대학원생이 된 지금. 얼마 전에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교수님이 앞에서 헤매고 계실 때 수업이 조금이나마 더 빨리 진행되고 싶어서 내가 아는 부분을 이야기했는데 수업을 같이 듣는 사람이 그거 아니니까 아는 척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저 교수님 카이스트 나온 사람이야, 설마 그걸 모르겠냐?"


질문과는 상관없는 일이었지만 학생으로서 수업 진행을 도우려고 했는데 왜 면박을 당해야 하는지 아직까지 이해가 안 된다. 물론 비전공자를 위한 수업에 들어가서 전공자가 도우려고 했으니, 수강하고 싶으면 조용히 있으라는 말에 나를 위한 도움이라고 생각하고 넘어갔다.

(글을 통해 억울함을 해소하자면, 어느 학교를 나왔든 기술은 변하기 때문에 교수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


물론 이 경험은 사회의 분위기가 학생들의 능동적인 수업 참여를 방해한다는 예시와는 조금 맞지 않다. 그냥 생각이 나서 써본 것인데 살면서 비슷한 경험은 수도 없이 많다.


질문을 못하게 막는 분위기는 수업에 참여하는 것을 막는 것으로 확장된다. 나를 가르치는 사람이 앞에서 열정적으로 강의하고 있는데 정작 학생들은 피드백이 없는 상황을 만든다. 토론의 장이 되어야 할 대학이 일방적인 주입식 교육으로 자연스럽게 변한 이유 중 하나이다.






누군가를 가르치고 있을 때

부끄럽게 생각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나도 미약하게나마 다른 사람을 가르친 경험이 있다. 사회탐구 영역의 사회문화라는 과목과 대학 시절에는 C언어 문법을 가르쳐본 적이 있다. 하나는 사회과학이고 다른 하나는 컴퓨터 언어라는 것에 큰 차이가 있지만 어쨌든 누군가를 가르친다는 것은 그 사람을 이해시키는 과정이기에 수업 방식을 비슷하게 진행했다. 물론 하나는 내 동생이었고 다른 하나는 내 후배였다는 점에서 다르긴 했다.


나는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이 실력이 좀처럼 늘지 않으면 감정적으로 격해진다는 점에서 선생님 자격이 없는 사람이었다. 

(과거형으로 말하지만 지금도 사실 비슷한 경우를 마주하면 답답해진다. 그냥 인성이 안된 사람인 듯..)


가르치는 과정에서 가장 속상한 때는 학생이 질문이 없을 때였다. 가끔은 화를 내기도 했다. 기본적인 것들을 설명해줬는데 왜 이런 것들에 대해 질문이 없는 거냐고. 이에 내 동생이 했던 대답이 기억난다.


"아는 게 없는데 어떻게 질문을 해?"


나도 그 사실을 간과하고 있었다. 질문을 하려면 기본적으로 알고 있는 게 있어야 한다는 것. 그래서 질문이 없다는 것은 기본적인 것도 모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다는 것. 가끔씩은 공대 수업을 들으면 나도 같은 말을 하곤 했다. 질문을 하고 싶은데 뭘 알아야 질문을 하지.


그래서 교육자는 학생들이 질문이 없는 것을 부끄럽게 여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가르쳐준 것을 충분히 깊은 내용까지 확장해주었는데도 질문이 없다면 배움에 진전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확인을 해보면 정말로 아무것도 모를 때가 있다. 그러면 나는 실패한 교육을 하고 있는 것이다.






질문 권하는 사회




Reddit에서는 가끔씩 신기한 행사를 한다. Ask Me Anything.



유명한 커뮤니티인 Reddit은 가끔씩 신기한 이벤트를 벌인다. 유명인이 일정 시간 동안 온갖 질문을 받으며 대답해주는 이벤트다. steam의 게이브 뉴웰, 빌 게이츠 등이 AMA를 통해서 사람들의 질문을 받고 대답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선진국의 사례의 하나로서 질문하는 분위기에 자유로운 리더를 꼽는다.


빌 게이츠, 대통령, 정치인, 선생님, 부모, 친구, 동료 그 외 나를 포함한 이름이 있는 모든 사람들은 질문하고 질문받을 수 있는 자유로운 분위기가 보장된 사회에 살아야 한다. 때로는 내게 상처가 되거나 이미지에 안 좋은 영향을 주는 질문이 올 수도 있지만 그런 질문도 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 질문 없어? 그러고도 너희들이 대학원생이라고 할 수 있어? ( A 교수님 )
- 연구자는 궁금해야 합니다. 궁금한 것이 없으면 당장 대학원 때려치우고 나가는 것이 가장 현명합니다.
( B 교수님)


나는 대학원에 와서 질문을 안 한다고 많이 혼났다. 교수님들은 한결같이 충고하셨다. 궁금해하고 끊임없이 질문해야 한다고. 이 과정을 겪으며 나는 다시 예전의 나를 떠올렸다. 그리고 어쩌면 나는 내가 그렇게도 싫어하고, 상처받았던 분위기에서 질문과 학습에 대한 의지를 잃어버린 건 아닐까 반성했다.


나도 모르게 그런 분위기에서 그저 그런 학생으로 성장하고 있었다면 앞으로는 반대로 생각하자. 끊임없이 질문하고 그것에 대해서 알아보고 공부하자. 그렇게 성장하자라고 결심했다.


그리고 결론지었다. 내가 누군가로부터 질문을 받아야 하는 위치에 있게 된다면 자유롭게 질문을 할 수 있는 그런 환경을 만들자고. 그런 환경을 만드는 것이 그런 사회의 기반을 다져가는 과정의 하나이니까.






사진 출처 : https://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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