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에서 시애틀, 기차여행 (2)

어설퍼도 미국살이

by 나름

직원하나가 문을 두드렸다. 곧 점심시간인데, 어느타임에 식사하러 오실거냐고 묻는다. 객실로 음식을 갖다줄수도 있다고는 했지만, 우리는 시간을 정해 식당칸에 가기로 했다. 가면서 둘러보니, 침대칸 복도 끝에는 언제든 즐길 수 있도록 커피와 티가 준비되어 있었다. 드디어 도착한 식당칸은 테이블들이 깨끗한 테이블보를 입고 심플한 꽃병에 꽃도 준비된 나름의 격식을 갖춘곳이었다. 웨이터가 안내해주는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메뉴를 골라봐


침대칸 티켓에는 식사가 포함이라, 때되면 가서 편히 먹고오면 된다. 기차식당칸의 메뉴는 아침, 점심, 저녁 각각 준비되어 있다. 그 안에서 원하는 메뉴를 고를 수 있는데, 특히 저녁에는 애피타이저와 메인요리, 그리고 디저트로 이어지는 코스메뉴를 즐길 수 있다. 나는 첫날 점심으로 앵거스버거, 저녁으로 스테이크를 먹었는데 정말 기대이상이었다. 특히 스테이크는 강력하게 추천한다.

뉴가 차려주는 밥이 제일 맛있지


기차 한칸이 시원하게 뻥 뚤린 식당칸에서는 양옆 시원한 창을 통해 보이는 풍경이 더 극적이다. 식사를 하면서 바깥의 풍경에서 눈을 떼지못한다. 와중에 처음만난 다른 승객과 한테이블에서 밥을 먹으며 나누는 잡담도 재미를 더한다. 나는 스몰톡을 잘 못하는 당당한 한국사람이지만, 여행이라서 그런지 크게 어렵거나 하지 않았다. 모두 풍경에 빠져 말을 많이 할 필요도 없었다. 그저 이름, 목적지, 정도를 나누고 이 여행이 얼마나 자기를 행복하게 하는지 몇마디의 간증을 나누고나면 아쉽게도 식사시간이 홀랑 지나가버린다.

같이 밥먹으면 친구


방에서 꼼지락거리고 시간을 보내다보면 약간 지루하다는 느낌이 슬그머니 찾아온다. 그때가 바로 전망차, Sightseer Lounge에 나가볼 때이다. 전망차로 말할 것 같으면, 열차의 2층에 위치해있는데 열차 양쪽의 큰 창문에다가 천장에도 창문이 있어 끝내주는 개방감을 선사한다. 좌석들은 통창을 향해 배치되어있고, 좌석에는 번호가 매겨져있지 않아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용공간이다. 그 아랫층에 있는 간식칸에서 간식거리를 사들고 올라와 풍경관광을 하기에 아주 그만이다. 장거리 기차여행에 반드시 필요한 즐길거리라고 말할 수 있겠다.

그저 앉아만 있어도 흐르는 풍경


어쩌다 해설이 필요한 지역을 지나갈때면 해설사가 마이크를 들고 등장한다. 창밖의 어떤 곳들을 손짓으로 가리키며 열정적인 해설을 제공하는데, 자연적 지리적 문화적 설명을 곁들인 풍경을 즐기다보면 낭창하던 시간은 또 조금 유익해진다.

해설사님의 열정적인 해설 한판


우리는 읽을 책과 약간의 보드게임, 글을 끄적이기 위한 무선키보드를 챙겨서 전망차로 나갔다. 운이 좋게도 많은 자리가 비어있었다. 햇살이 찬란하게 들이치는 한 자리에 앉아 일광욕을 하며 책도 읽고, 글도 끄적이고, 아이에게 타이핑을 가르쳐주기도 했다. 생각해보니, 방에서 충분히 쉬거나 식당칸에서 밥을 먹고나면 꼭 전망차로 나가곤 했다. 마치, 거기가 우리집 거실인 것 마냥 자주 시간을 보냈다. 사람들이 적을땐 조용한 휴식을 할 수 있었고, 사람들이 많으면 또 왁자지껄한 관광지무드를 즐길 수 있었다. 신나게 떠들고 웃어대면서 보드게임을 즐겨도 눈치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너무 좋다.


남부캘리포니아의 해안지역을 지나 점차 건조한 지중해성 기후 특유의 구릉지형이 나타난다. 그 이색적인 풍광을 한참 즐기노라면 서서히 목장들과 어마어마한 농경지로 이어진다. 산봉우리가 솟은 산악지형에 아름다운 비취빛 산정호수도 여행중에 지나가며 마주하는 장관중에 하나이다. 창밖의 풍경은 하루종일 멋지고, 그리고 아주 서서히 모습을 바꿔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