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부서질 줄 알면서도 유리로 태어났다

빛도 상처도 통과시켰던, 감정의 평면 위에서

by Prism J


나는 어렸을 때부터

감정이 투명한 사람이었다.

빛이 닿으면 바로 흔들렸고,

슬픔은 그대로 통과되어

눈물로 굴절되곤 했다.

기억보다 먼저 반응했고,

상처보다 먼저 떨렸다.


나는 얇고 맑은 유리 같았다.

누군가의 말 한마디,

시선 하나,

숨결처럼 가벼운 감정조차

내 안에서는 쉽게 울림이 되었다.


나는 그런 유리였다.

아주 맑고, 얇고, 투명한 유리장.


누구보다 잘 비추었고,

누구보다 쉽게 금이 갔다.


좋은 말도, 무례한 말도,

다 내 안으로 그대로 들아와

곧장 반대편으로 뚫고 담겼다.

나는 반사하지 못하는 평면이었고,

그저 모든 것을 통과시키는 유리였다.


청소년기엔 친구들의 고민이 나의 그림자가 되었고,

나는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울고, 적었다.

첫사랑에게는 200통이 넘는 손 편지를 썼다.

내 마음은 그만큼 진하고 생생했기에

어디에도 두고 올 수 없었다.


나는 사소한 것도 놓치지 않았다.

누군가의 미세한 표정,

말끝에 담긴 망설임,

심지어 오늘따라 조금 빠른 걸음까지.

먼지 하나조차 내게는 다 비쳤다.


빛도, 색도, 모양도—

내 마음이 닿는 대로

그대로 투과되고, 그대로 담겼다.

누군가가 슬프면, 나는 흐려졌고

기쁜 순간엔 나도 눈부셔졌다.


나는 그렇게

수많은 이야기와 감정을

한 조각 유리 안에 담은 채로 살아갔다.

누군가의 아픔이 스치면

그건 나의 금이 되었고,

누군가의 말이 따뜻하면

그건 내 빛이 되었다.


그런데,

나는 한 번도

진심의 크기를 조절해 본 적이 없었다.


사랑이면 사랑,

슬픔이면 슬픔.

언제나 전부였다.


작은 마음을 담아두는 그릇 같은 건

내게 없었다.

그래서 나는

늘 넘쳤고,

그 넘침이 결국 나를 상하게 했다.


누군가에게는 부담이 되었고,

누군가에게는 조롱거리가 되었고,

나 자신에게는—

감정의 홍수였다.


그래도 나는

줄이지 않았다.

진심을 줄이면

내가 사라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나’는,

그저 ‘남’을 더 사랑하는 사람인가 보다. 하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내 감정은

늘 누군가를 향해 굴절되고 있었고

나는 그 굴절마저 사랑이라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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