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에 온 편지
내 방엔 창문이 없어 나오지 않는 이상 밖에 눈이 오는지 비가 오는지 모른다. 냄새로 이따금 그것이 비인지 바람인지, 소낙비인지 제법 오래 올 비인지 알기도 하지만 요즘 들어선 그런 것도 예상을 비껴간다. 어쩌면 내 예상과는 달리 밖은 부디 맑기를 바라는 것일지도 모른다.
단출한 가족인 제 아비를 여읜 아이에게는 명절이 그리 달갑지 않다. 동네 마을 사람들도 줄어들고 대화 소리가 죽은 공간은 고요하기보단 적막하다.
적막한 풍경을 비집고 들어오는 큰 방의 블라인드 커튼을 겉으며 동네의 볕을 바라본다. 좋아하는 풍경을 보면 같이 보고 싶어지는 사람이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라는데, 그런 점에서 나는 너를 좋아하는 것일까. 나는 볼 수도, 만날 수도 없는 그대를 그리면서 머릿속으로 대화를 나눈다. 하늘이 맑다든가 지나칠 수 있는 날씨 속에 시원함의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 그것은 시원함인지 쌀쌀함인지와 같은 것들을 느껴보곤, 내가 떠올리는 네가 그런 것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인가 하는 말들을 세어본다.
주홍빛 노을보단 조금은 밝은 노란빛이 청아한 하늘을 뚫고 붉은 천을 물들인다. 참 보기가 좋다. 이렇게 기분이 좋은 날엔 학창 시절에 빛을 온몸으로 만끽했던 날들이 언제인지 꼽아 추억해본다. 그리고 이어지는 생각들이 있다. 이 생각들을 나눠가질 친구가 있을까. 이 길을 같이 걸었던 애인은 날 기억하고 있을까. 이같은 하늘 아래 내가 좋아하는 배우도 이 하늘을 바라보며 무슨 생각을 할까. 네 생각을 하기 전까지 속마음을 숨기려는 것처럼 많은 이들이 스쳐 지나간다. 그리고 곧 네게 편지를 해야겠다고 생각을 한다.
가지런히 줄이 쳐진 종이 위에 무슨 말들을 어떻게 적어나갈까. 내 안부는 이러한데 너는 어때. 나는 비록 잘 지내진 못할 때도 있었지만 부담될까 비교적 좋은 말들을 먼저 생각해보고 그래 이거면 나도 행복한 하루를 보냈다 생각하고 또 말을 이어본다. 본격적인 말.
‘너에게도 그리운 풍경이 있어?’
이런 감각에 수련회나 제주의 하늘 어느 하늘에 어느 공기였던지 같이 느낄 수 있는 사람, 그런 얘기를 나누어도 그 순간마저 소중할 우리였으면 좋겠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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