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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리즘 리플렉팅 Mar 12. 2022

사이버 렉카를 하자고 아동용 애니메이션 사장이 전화하다

유튜브를 하다 보면 별일이 생긴다.


의도치 않은 성덕이란 이유로 뒷조사를 당한다거나, 사불을 당한다거나 별 이유 다 있지.


작년, 아니 재작년 여름에 받은 제안이 최악의 제안이었다. '사이버 렉카'.


제안한 사람은 전날 지원한 애니메이션 회사의 사장이었다. 감기 기운에 일어난 갓수는 모르는 번호의 전화를 받았다. 아침부터. 그는 만나기 전부터 '전화 면접'을 하고 싶댔다. 8시가 갓 넘은 시간 '아침부터' 아프냐는 식으로 마치 나를 자기 부하인냥 얘길 하기 시작했다. 왜 지원했냐며, '배우면서 일하고 싶다'는 말을 했다. 뻔했지 뭐. 그는 "다들 그렇게 얘기하는데 회사는 가르쳐주는 곳이 아닙니다." 했다. 예. 그럴 수 있죠.


결국 그가 내민 제안은 자기 사업부에서 일하는 것이 아닌, 개인의 일로 유튜브를 시작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여성 나레이션 목소리에 5-10분 정도. 주제는 요즘 ㅇㅇㅇ나 ㅇㅇㅇ 등 연예인들의 이슈를 위주로.'


참고로 그 날은 어떤 소중한 연예인이 스스로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은 날이었고, 내 자기소개서엔 내 가치관이 가득했다. '사람을 위한 콘텐츠를 만들겠다고'.


물었다. "그 콘텐츠를 만드시려는 이유가 있으실까요?"


그가 말했다. "돈 때문이죠. 돈."


네. 말했다. "안 합니다."


그는 얼떨떨해하며 마치 이런 고급제안을 거절한 게 이해가 안된다는 듯이 얘기하며 "아니.. 이력서에 뭐 그렇게 저렇게 적혀있긴 했던데.."


"네. 안 합니다. 그런 거로 돈 벌고 싶지 않습니다."


그런 그의 브랜드가 며칠  지하철 공익광고 캐릭터로 나오고, 편의점 음료수로 나오더라. 그의 프로필 사진엔 자기 자식들과 찍은 사진을 떳떳이 보이고 있었다. 사이버렉카는 이렇게 만들어지는구나.


그래서 이렇게 취준 생활이 길어지는 것일까. 그래도 싫은 걸 어쩌겠어. 연예인이란 이유로, 콘텐츠란 헛헛함으로 그들의 아픔과 사연이 오늘날의 기사들처럼 팩트체크 없이 아무 의견 없이 전달되는 영상을 만들어서 돈을 번다? 그게 먹히는 세상이라는 것도 웃기지. 그걸 안 하겠다는 내가 세상에 받아들여지지 않는 다는 것도 한 고집이겠지. 그런데 난 그런 세상에 살고 싶지 않다. 그러기로 했어. 애저녁에.


돈 때문에 사람을 팔려고 하는 무책임한 세상에. 아동용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사장이라니. 편의점에 혹시나 그 캐릭터가 묻힌 것을 들려는 것을 보면 말이 목구멍을 넘어가지 못하고 매달려있다. '님아. 그걸 먹지 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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