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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리즘 리플렉팅 Oct 18. 2023

망각과 권력

<뉴 필로소퍼> 2022 17호와 SNS 정체성에 대하여

망각의 기술


그런 게 있다면 참 좋겠지만, 영화 <이터널 선샤인>처럼 망각은 상품화되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어쩜 지금의 글도 나를 잡는 글이 될지, 상대를 잡는 글이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인터넷에 이런 글이 나로 인해 쓰였다는 것만큼은 이 글을 본 이와 포털 사이트 DB에겐 기억되겠지. 


<뉴 필로소퍼> 2022 17호 vol : 나는 누구인가? Who Am I


잡지 <뉴 필로소퍼>는 교보문고의 잡지 코너에서 알게 된 이후로 믿고 보는 잡지가 됐다. 철학적 사유로 가득한 글일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 시대에 무슨 생각을 하고 살아야 하는지. 존재의 증명과 질문에 대한 글로 빼곡한 책이다. 


철학이라 하면, 누군가는 치열한 현실과 멀리 떨어진 이야기라고만 보겠지만. 철학은 사회구성원으로서 살아가는 인간으로서 향유해야 하는 인문학이다. 항상 삶에서 딱풀처럼 붙어있는, 학창 시절 등 뒤에 붙여놓은 포스트잇과 같다. 포스트잇에는 내가 지금 가진 질문들과 세상이 던진 질문들로 빼곡하다. <뉴 필로소퍼>는 그런 질문들에 대해 여러 전문가의 견해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생각할 것들로 가득한 인문 잡지다.


나의 증명의 장소. 소셜 네트워크 플랫폼 © Pixabay


나의 증명의 장소. 소셜네트워크 플랫폼.


SNS를 정말 싫어하지만, 소셜 네트워크는 환경적 요건을 따지지 않는 유일한 매개체들의 집합 장소다. 곧 ‘나‘란 사람의 증명의 장소다. SNS를 통해 나를 증명할 수밖에 없던 삶을 살아온 나로선, 그게 곧 포트폴리오가 된 흐름에 탑승한 나에겐 SNS는 분명 악이자 약이다. 


한 엔터사의 기업만을 쫓아 약 3년간 항상 트렌드에 민감해야 한다는 취업 강의를 들어온 나는, ’하지 않은 것을 해보는 것‘. 그리고 소위 말하는 핫플레이스에 사람들이 몰려드는 이유를 알아보고자 가는 일들이 많았다. 되도록 혼자 가려고 했다. 같이 간 상대에 따라 기분이 달라지기도 할 테니까. 이용하는 느낌도 주고 싶지 않았다. 지금 생각하면 잘한 일이기도, 후회되는 일이기도 하다. 


나는 그 트랜드라는 헛헛함을 쫓아다니는 일 때문에 인스타그램에 업로드와 인증을 해야 하는 일이 있었고, 그로 인해 오해 아닌 오해를 받기도 하였으니까 말이다. 이를테면, SNS 할 시간은 있고, 친구를 소홀히 했다던지 말이다. 


슬픔이나 고통에 대한 비하인드는 소셜 네트워크에선 불편함이다. © Pixabay


자랑스러운 사람이 되고 싶었다.


필자는 말한다. 소셜네트워크상에서 ‘권력’에 대해, 쉽게 모르는 사람들에게 공유되고 인기를 얻는 행위에 대해.


개인적인 입장에서 나의 경우는 팔로워는 중요치 않았다. 꾸준한 업로드만이 살길이었다. 꾸준히 올릴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중요했다. 그건 나의 기술이었다. SNS에 올리는 것은 내가 ’계속‘해서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증빙서류 같은 것이었으므로. 이는 곧 내 포트폴리오가 되고, 나는 좋은 친구와 자랑스러워하는 부모님에게 인정받는 직장에 들어가 어엿하게 내가 올린 콘텐츠만큼 내 능력을 되도록 쓸 수 있는 내 모습을 꿈꿨었다. 


하지만 한 친구의 울분처럼 내뱉어진 말에 다시 한번 생각했다. ’너무 많은 것을 공유하고 있었나….’ 이전에 SNS 없이 사귀었던 친구들과의 우정과도 같은 것들에 대해 많은 시간을 생각했다. 아직도 친구가 내게 서운하다며 보낸 막말들 속에서 잠을 자고 깬다. 


과월호인 “나는 누구인가?”란 주제를 담은 <뉴 필로소퍼>를 구입한 이유다. 


인터넷상에서 어떤 것을 쫓아 나는 나의 정체성을 확보하려 했는지. 내가 무엇을 쫓아 업로드를 멈추지 않았는지 더 깊이 생각하고 싶었다. 다신 누구도 실망하게 하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 Pixabay


망각의 기술은 소셜 네트워크 시장에서 어떻게 활용되는가. 

SNS 업체의 데이터들은 어디로 가는 가? 

나는 어떤 대가로 그들에게 빌붙어 사는가.


아직 해당 챕터를 모두 읽진 않았지만, 지금 기록하는 ’네이버 블로그‘에서 원하는 데이터베이스 양만큼 ’기록‘은 사람들에게 곧 ’기억‘이 된다. 더 나아가선 이 기록은 나를 증명하고, 권력을 만들어 주기도 한다. ‘좋아요’와 공감 수, 댓글은 숫자에 불과한데 이는 곧 권력이 된다. 


해당 챕터에서는 영화 <이터널 선샤인>을 필두로 앞으로 온라인 네트워크 상에서 디지털 네이티브들에게 필요한 건 ’망각‘을 도울 수 있는 기술과 상품이라는 것이다. 


인스타그램의 스토리가 아마 그런 역할을 하고 있지 않은가 생각했다. 두고 남기기엔 여러 복잡한 고민과 염려들 때문에 생긴 ’보관‘ 기술. 그리고 부담스럽지 않은 24시간 이후에 사라지게 하는 스토리 기능. 최근에 나온 카카오톡의 ’펑‘ 기능까지. 


온라인상에서 나의 정체성을 만들어 주는 역할을 잠깐 하다가 사라지는 것들이 계속 쌓이고 쌓이다 보면, 기록이 된다. 나는 이 기록들과 기록들이 만들어 낸 정체성 속에서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을까. 


빨라지는 인터넷 속도와 휴대성만큼, 즉각적인 피드백은 미덕이 아닌 필수 행위다. © Pixabay


필자는 염려한다. 자신의 대학 시절 교수님의 말처럼, 사유하고 말하는 행위에 대해 ‘말했기 때문에‘ 계속 그 생각에만 멈춰있어 다른 생각을 해도 그 말을 신념으로 지키기 위해 멈춰있는 것에 대한 걱정을 이어 한다. 나도 역시 그렇다. 


트위터가 특히나 심하다 생각한다. 구독에만 그치고 마는 유저이지만 이런 상황은 여러 차례 봐왔고, 나 또한 겪었다. 한 가지 자세(입장)을 고려하고 공론화하기 시작하면, 해당 인물의 다면적인 면들은 고려되지 않고, 해당 입장에 대해 더 이야기하지 않거나, 등장하지 않으면 해당 인물은 조리돌림(인용 트윗으로 조롱하는 행위) 당하거나, 왜 더는 변론하지 않는지 구구절절 설명해야 하는 입장에 놓이고 만다. 


해당 챕터에서 필자는 이를 ’일반인도 연예인이 된 시대’라고 일컬으며, 즉각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시대에 이제는 일반인들도 인플루언서를 꿈꾸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기대 없이 남긴 댓글에 달리는 모르는 사람들의 댓글들 관리와 팔로워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실상 너무 많이 피로를 내뱉는 소셜 네트워크의 단상은 좀처럼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더군다나 마케터나 온라인상에서 어떤 기류가 있는지 파악해야 하는 콘텐츠 판매자와 제작자는 이를 피해갈 수 없다. 


너무나 촘촘히 연결된 세상에서 너무 많은 것들을 보고 듣는다. © Pixabay


끊임없이 노출시켜야 하는 노동이 권력과 증명의 대가가 되는 곳, 소셜네트워크 사회


긍정적인 알고리즘에 탑승하려면 꾸준한 업로드는 필수다. 해당 플랫폼에서 내가 얼마나 많은 접속을 했는지 보다, 얼마나 꾸준히 활동을 해왔는지 올려야 한다. 내가 친구에게 미움을 산 부분이기도 하다.

 

온라인 증명행 열차와 고통 © Pixabay


무엇이 될 수 있을까.


나도 휴대폰을 꺼놓고, 모든 전자기기를 정리하고 싶은 욕구가 든 지 오래다. 그러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아니 무엇이 될 수 있을까. 자랑스러운 나의 모습은 될 수 있을까. 인정은 받을 수 있을까. 


하나 묻고 싶다. 과연 이 이야기의 결말은 해피엔딩으로 끝날 수 있을까. 유행에 맞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하는 시장에서 빌어먹고 살아야 하는 비릿한 삶에 대해 난 해당 챕터의 고민 속에서 한참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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