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떡'을 무지 좋아한다.
누군가는 이런 나를 보고 '떡순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떡을 좋아하게 된 때는 훨씬 어른이 되고부터다. 미국에서 살면서 언제부턴가.. 조금씩 나이가 들면서 떡'을 좋아하게 되었다.
삼십 대까지는 '떡'은 어르신들만 드시는 간식으로 알고 있었다. 이렇게 얘기하면 뭐~하지만.. 그러니까 떡이란, 우리 엄마를 비롯해서 할머니들이나 아주머니들이 드시는 것인 줄 알았다.
그런 내가 어느 날부터 '떡'을 먹고 있는 자신을 보게 되었다. 매번 식품점에 가면 '떡'이 있는 코너를 찾는다. 나란히 진열되어 있는 여러 종류의 떡을 보면서 입맛을 다신다. 그 순간 내 손에는 이 떡, 저 떡이 들려져 있다. 한팩도 모자라 세 팩까지 살 때가 많다.
이렇게 좋아하는 '떡'이야 사서 먹으면 된다. 하지만 가끔은 공짜 떡을 먹어 볼 기회를 갖게 될 때가 있다. 어느 잔칫집이나 교회서 떡이 특별식처럼 나올 때가 있다.
미국에 살아서일까?. '떡'은 어디에서나 인기다. 불행히도.. 이런 자리에서 떡을 챙겨주지 않는 분들이 있다.
그 남자(남편) 말로는, 마른 체형에 깜순이 같은 나의 이미지가 '떡'은 안 먹게 보인다나. 뭐 그런 이유다. 그중에서도 세심하고, 다정하신 분들은 나에게 묻는다.
"혹시, 떡 드세요?"
그러면 내 입에선 '아~저요? 떡, 엄청 먹어요!'라는 말이 바로 튀어나온다. 이런 식으로 '공짜 떡'을 먹을 때가 있다.
재미있는 건, 케이크는 물어보지도 않고 내 앞에 척~놓는다. 사실, 나는 케이크는 먹지 않는다. 달기도 하지만 그 질감이랄까.. 푸석한 맛이 싫다.
하지만 그 남자(남편)는 떡이 싫다. 케이크는 맛있다. 그런데 그는 떡'이 나오는 곳에서는 항상 손에 '떡'이 들려져 있다. 한번은 자기가 떡을 안 먹는다고 그 맛있는 떡을 사양한적이 있었단다.
나에게 잔소리를 들은 이후로는 반드시 챙긴다. 물론, 그것은 나의 '떡'이 된다. 아무튼, 이런 사실(떡을 놓칠 기회)을 깨우친 후에는 "떡'이 나오는 자리에는 미리 선전포고를 한다.
'저~떡, 엄청 좋아해요'라고.
케이크'가 푸석한 맛이라면 '떡'은 쫀득하고 질감이 탄력이 있다. 입에 넣으면 씹히는 맛이 좋다. 그만큼 떡'에 대해 진심이 된 셈이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떡'은 나에게 이 세상의 어떤 맛있는 도넛보다도 더 맛난 것이 되었다.
봄이되면서 교회잔디에 쑥이 사방천지에 깔렸다. 그것을 보니 쑥떡을 한번 만들어보고 싶었다. 사실, 홈메이드 쑥떡이 먹고 싶었다. 얼마 전에 교회 권사님이 만들었다고 주신 쑥떡이 너무 맛있었다.
권사님의 쑥떡이란 전형적인 떡의 모양(?)이 아니었다. 뭔지 시커멓고, 울퉁 불퉁하면서 마구 빚어 만든 떡이었다. 보기에는 '이거.. 좀 이상한데..'라는 의문을 가질 만큼 모양은 흉했다. 선뜻 먹고 싶은 마음이 가지 않았다. 집에서 당신이 직접 쑥을 삶아 갈아서 쌀가루에 팥을 넣고 만든 거였다.
그런데.. 기름에 살짝 구운 쑥떡이 상상외로 맛이 있었다.
이런 이유로 내가 쑥떡을 만들게 되었다. 나는 무슨 음식이든 먹어보고 맛있으면 한번 정도 꼭 만들어서 시식을 해본다. 이번엔 쑥떡 만들기에 도전했다.
쑥을 있는 데로 캤다. 삶아서 갈아 찹쌀가루와 쌀가루, 팥을 믹스해서 적당히 모양을 만들었다. 보기엔 어글리 하지만 나만의 쑥떡이 완성되었다.
웬지, 반듯하고 모양을 잔뜩 낸 떡'보다 좀 어색하고, 어글리한 모양새의 '떡'이 더 맛있는건 왜일까?. 아마 손맛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