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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RIZM DESIGN LAB Sep 26. 2023

프리즘이 목소리를 디자인하는 법

프리즘 브랜드 보이스 가이드 제작기 <하편>

프리즘 서비스 내에는 다양한 성격의 글이 공존합니다. 유저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매력적인 카피, 정보를 명확하게 전달해 주는 상세 페이지와 안내 문구 등. 영역마다 각각의 목적에 맞는 글이 쓰이죠.



프리즘 브랜드 보이스 가이드북은 구성원들이 이 모든 영역에 일관된 목소리로 말할 수 있도록 기준을 제시하는 책자입니다. 구성원들이 상황에 따라 어떤 단어를 사용해야 하는지, 프리즘의 페르소나는 어떤 문장으로 이야기하는지에 관한 내용을 담은 하나의 길잡이입니다.




공감이 공유로



이렇게 만들어진 브랜드 보이스 가이드는 내용의 본질만큼이나 책을 직접 보고, 만지고 느끼는 디자인적 경험도 핵심적이라 생각했습니다. 일관된 목소리로 글을 작성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구성원들이 동일한 디자인 언어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죠. 브랜딩 요소에서 주어지는 디자인 경험은 구성원들에게 시각적 기준이 되어서 공감을 만들어 냅니다.

구성원들이 수용한 브랜드 메시지와 가치에 대한 이해는 실무 각 영역에 스며들어 고객에게까지 유기적으로 연결됩니다. 이런 관점에서 가이드북이 내부 구성원, 그리고 더 나아가 프리즘의 고객들에게 닿는 마케팅 캠페인, 브랜드 메시지 등에서 긍정적인 경험을 제공할 수 있도록 고심하였습니다. 각 디자인 요소마다 담은 목표와 고민의 과정을 지금부터 소개해드릴게요.





책이 주는 첫인상


책을 손에 잡았을 때, 가장 먼저 느껴지는 것은 판형입니다. 판형이란 인쇄물의 크기를 나타내는 말로, 가독성과 용도, 사용자 경험 등에 영향을 끼치는 중요한 요소죠.


평소에 읽는 책의 크기와 모양을 떠올려봤습니다.  

소설책과 같이 한 손에 편하게 들어오는 크기의 책들이 있고, 백과사전이나 이미지가 풍부한 잡지처럼 내용이 잘 보이는 커다란 크기의 책들도 있죠. 그렇다면 단어와 문장을 중심으로 다루는 가이드북의 경우 어떤 형태가 적절할까요? 우리는 아래 두 가지 조건을 우선적으로 충족할 수 있도록 고민했습니다.


1. 사용자 편의성 : 구성원들이 내용을 편리하게 읽고 쉽게 활용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2. 가시성과 가독성 : 글의 성격과 길이에 맞는 레이아웃으로 읽는 데 어려움이 없어야 한다.



글과 맞지 않는 크기의 책은 내용의 중요성을 희석하거나 사용성을 저해할 수 있습니다. 적절한 균형을 찾기 위해 다양한 비율과 규격으로 테스트를 했습니다. 글의 문장이 끊어지지 않도록, 또 글꼴 크기가 불편하게 읽히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였죠. 가로 폭을 넉넉하게 유지하고, 전체 크기는 양손 안에 편안하게 들어오도록 설계했어요.



무선 제본, 누드 제본, 실로 엮은 사철 제본 등 책은 다양한 방법으로 엮을 수 있죠. 구성원들에게 자주 쓰일 가이드북의 특성에는 어떤 타입이 어울릴지 고민한 끝에 펼침성이 우수해 가독성을 높일 수 있는 PUR 제본을 선택했습니다. PUR 제본은 낱장의 모서리에 강력한 접착제를 바르는 제본 방식으로, 온도와 습도 변화에도 높은 내구성을 유지해 사용 빈도가 높은 책에 적합하다는 특징이 있죠.


또, 책의 수명을 늘려줄 오타 바인딩(OTA binding) 기법을 함께 활용했습니다. 오타 바인딩은 책의 내지와 책등이 분리된 제본 방식을 뜻하는데, 책을 여러 번 펼쳐보아도 책등이 깨끗하게 보존되어 처음과 같은 모습을 유지하게 해 줍니다. 




책 미리 보기


표지는 책의 인상을 결정짓는 요소로, 어떤 내용이 담겨있는지 짐작할 수 있는 썸네일 같은 역할을 하죠. 브랜드 보이스 가이드북의 표지 역시도 책의 목적을 한눈에 보여주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프리즘의 보이스를 정립해 주는 가이드'이라는 주제 아래, 서비스 내 공존하는 다양한 글이 이 가이드북을 통해 하나의 목소리로 완성된다는 개념을 상징적으로 드러내고자 했습니다.


프리즘의 로고가 왜곡된 형태에서 차츰 정렬되거나, 로고가 더욱 선명해지는 시각적 표현 등 다양한 시도를 거쳤습니다. 가이드북이 도입되기 전과 후의 변화를 비유적으로 드러내는 것을 목표로 삼고 타이틀의 알파벳이 표지 하단에 쌓인 형태로 디자인을 고도화했어요. 이렇게 바닥에 불규칙하게 쌓여있는 글자들이 가이드북으로 인해 문장으로 완성된다는 메시지를 나타냈죠. 이 표지 디자인은 프리즘의 아이덴티티를 넘어서 책의 의도와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었습니다.



표지는 요철이 없는 먹지를 사용하여 아래 쌓인 알파벳들의 백색 인쇄와 로고의 먹박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다양한 먹지를 테스트해 보며 두성종이의 ‘플라이크(Plike)’ 지를 선택했는데요, 플라이크는 ‘PLASTIC + LIKE’의 결합어로 종이의 감촉이 매끈하고 플라스틱과 같은 느낌을 줍니다. 플라이크지 질감의 효과로 흰색의 알파벳들은 더욱 선명하게 보이고, 로고의 먹박은 깨끗하게 표현되어 표지에 다양한 질감을 나타낼 수 있어 만족스러운 결과였습니다.




디자인으로 전달되는 메시지


디자인은 목적과 타겟에 대해 충분히 고려되어 있을 때 결과물이 제 기능을 온전히 발휘합니다. 브랜드 보이스 가이드북은 문장과 단어를 사용하는 것에 대한 기준을 다루는 책인 만큼 높은 가독성을 유지하도록 노력했죠.



폰트는 한 개의 산세리프체를 활용하며 정보를 간결하게 전달할 수 있게 했고, 중요도를 구분하기 위해 두 가지 웨이트를 조합해 사용했습니다. 레이아웃은 내용의 성격에 따라 달리하되, 큰 뼈대는 한 가지로 만들어 통일성을 주었습니다. 전체적으로 제목, 부제목, 본문 등 텍스트의 위계에 따라 배치 기준을 잡고, 페이지 양옆엔 실선을 활용해 마진 영역을 두었어요. 중제목과 쪽수 등의 부가적인 정보를 이 마진 영역에 배치해 주요 정보에 더욱 집중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일부 페이지를 함께 살펴볼까요?



→ 프리즘의 비전과 미션

프리즘 서비스가 가진 비전과 미션을 소개하는 페이지입니다. 구성원들에게 익숙한 문장이지만 그 단어들이 가지는 의미를 상기시켰으면 했어요. 비전과 미션에 해당하는 단어들은 좌측에 크게 배치하고, 트레싱지를 활용하여 설명 글은 페이지가 중첩될 때 더욱 도드라지도록 표현했습니다. 눈에 익어 그냥 지나칠 수 있는 페이지를 소재의 변화를 통해 한 번 더 들여다볼 수 있게 하는 장치가 되어 주었어요.



→ DO & DON’T.

서비스 내에서 잘못 쓰일 수 있는 표현을 바로잡아주는 챕터입니다. 앞선 챕터들에선 프리즘 보이스의 페르소나와 기준에 대해 다루었다면, 이 부분은 영역별로 실사례를 들어 수정해 주었죠. 구성원들이 사례를 더욱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실제 컴포넌트와 동일한 레이아웃 안에 글을 넣었습니다. 직관적인 시각화로 업무 시에 참고할 내용들을 더욱 빠르게 찾아볼 수 있게 한 것이에요.


가이드북에 어떤 메시지가 더 담겨 있는지 궁금하다면, 여기서 확인해주세요.

https://brunch.co.kr/@prizmdesign/13


책의 본문을 담은 종이는 어떤 걸 선택했을까요? 종이는 독자의 피부와 닿아있는 매체이기에 글의 성격과 가장 닮아 있어야 한다고 느꼈어요. 그렇기에 독자들에게 편안하고 부드러운 인상을 전달할 수 있는 매쉬멜로우지로 내지를 제작했습니다. 매쉬멜로우지는 표지 종이인 플라이크지와 유사한 특성을 가졌는데, 손으로 느꼈을 때 요철이 느껴지지 않고 보기에 광택이 없고 깔끔한 느낌을 줍니다. 글을 방해하지 않고 담백하게 전달하려는 의도가 담겼죠.



우리는 이 책이 구성원들에게 딱딱한 느낌으로 다가가지 않길 바랐습니다. 독자를 단 한 명도 놓치고 싶지 않은 작가의 마음과도 같았죠. 그래서 책 안에 작고 귀여운 이스터 에그를 숨겨두었는데요, 보이시나요?


오른쪽 페이지의 마진 안에 ‘프리즘 브랜드 보이스 가이드북’이라는 메시지가 타이핑되는 애니메이션을 삽입했어요. 오타를 지우고 문장을 다시 완성하는 애니메이션을 통해 프리즘의 보이스를 온전하게 만들어가는 과정을 시각적으로 나타낸 것입니다. 구성원들이 책을 읽으며 이 이스터 에그를 발견하고 기분 좋은 경험으로 기억하길 바라는 마음이 잘 전달되었기를 바랍니다.




마치며



프리즘 디자인실은 단순히 예쁜 디자인을 만드는 것보다 각 요소가 우리의 목표와 고민을 반영하여 조화를 이룰 때 더 큰 의미가 담긴다고 여깁니다.

브랜드 보이스 가이드에 담긴 프리즘의 핵심 가치들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과정 또한 고민의 연속이었습니다. 문장 하나하나가 브랜드의 인상을 결정짓는 만큼 그 기준을 시각적으로 잘 전달할 수 있도록 고심해 담아내었습니다. 가이드북을 담은 디자인이 프리즘의 정체성을 직간접적으로 전달함으로써 구성원들이 이에 공감하고 공유하여 나아가 프리즘과 함께하는 모든 고객들이 프리즘만의 매력적인 목소리를 경험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Written by Amy (Hyunsun Park) | Brand Design

Photo by Peter (Sungwoo Kwon), Darlene (Doori Hong) | Media

Motion by Patexum (Taekwon Kim) | Brand Design


©PRIZ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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