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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RIZM DESIGN LAB Jun 29. 2023

다채로움이 명함이 된다면

프리즘 명함을 소개합니다.

명함은 손바닥보다 작은 크기이지만,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넘어 기업 문화까지 엿볼 수 있는 매체입니다. 명함 관리 앱이 보편화된 이후 정보를 보관하는 수단으로써의 역할은 디지털로 많이 넘어가게 되었지만, 종이 명함이 여전히 유의미한 이유는 실물에만 담을 수 있는 가치가 있기 때문입니다.


저희 구성원들은 그동안 PRIZM이라는 서비스가 생기기 전에 세워진 모회사 ‘RXC’의 명함을 사용하고 있었는데요. PRIZM 앱이 출시되고 자리를 잡아가면서, 브랜드의 정체성을 담은 명함이 필요한 시점이 오게 되었습니다. 이제 막 한 살이 넘은 신생 브랜드이지만, 명함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기억되기를 바라며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프리즘다운 것, 나다운 것

케이스 하나하나가 쌓여 브랜드의 아이덴티티가 만들어지는 시기인만큼, 명함을 어떤 방식으로 전개할지 다양한 방향성을 검토했습니다. 프로젝트 초반에는, 프리즘의 비주얼 키워드인 ‘DISTORT, DIVIDE, SPECTRUM’을 활용한 그래픽을 전개하는 방향도 있었는데요. 명함은 종이라는 정적인 소재를 통해 구현되기에, 디지털 미디어에서처럼 동적인 인상을 전달하기에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좀 더 거시적인 관점에서, 프리즘이 지향하는 핵심 가치인 ‘다채로운 경험’에 초점을 맞추어 접근해 보기로 했습니다. 프리즘은 고객에게 유니크한 브랜드를 소개하고, 다채로운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일상을 더 풍성하게 만듭니다. 이처럼 우리의 명함도 구성원 개개인의 나다움을 담을 수 있다면, 그 다채로움을 통해 프리즘 다운 것을 보여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러한 방향성 안에서 프리즘의 명함은 각자의 시그니처를 담을 수 있도록 디자인되었습니다. 밀도 높은 로고 타입이 상단에 프레임처럼 자리 잡고 있고, 하단 여백은 구성원이 펜으로 자유롭게 채울 수 있습니다. 커스텀 명함을 사용하는 타 기업 사례들이 기존에도 있었으나, 대부분은 몇 가지 옵션 중에 선택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이와 달리 프리즘의 명함은 완전히 개인화된 방식을 제공합니다. 스캔 한 시그니처를 디자이너가 하나하나 다듬고 배치하는 수고로운 단계가 있음에도 100명이면 100명이 모두 다른 명함을 갖게 하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지향점이었습니다. 인터널 브랜딩의 관점에서는, 구성원분들이 온보딩 기간에 내 명함에 들어갈 서명을 직접 만드는 과정을 거치며 조직에 대한 애정을 키울 수 있기를 기대했습니다.



하얀 종이 위에, 내가 가장 남기고 싶은 것

100명이 넘는 구성원의 개별 시그니처를 어떻게 취합했을까요? 누구나 쉽게 작성할 수 있는 템플릿을 제공했습니다. 여분 칸을 통해 연습해 볼 수 있고, 선택한 시그니처에 체크해서 제출하면 됩니다. 로고와 조화를 이루면서 어느 정도의 통일성도 확보하기 위해, 펜은 도톰한 두께의 MONAMI 351을 사용하는 것으로 가이드를 정했습니다.


내가 만든 시그니처가 주연이 될 수 있도록 종이와 인쇄 방식을 정할 때도 공을 들였는데요, 백색도 높은 종이에 또렷한 인쇄로 왜곡 없이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했습니다. 여러 후보를 제치고 최종 선택된 종이는 가장 새하얗고 부드러운 ‘썬샤인 Sunshine’이었습니다. 매끄러운 만큼 잘 휘어지는 특성이 있어, 평량은 안정감 있게 가장 높은 340g/㎡로 진행했습니다.


썬샤인과 옵셋 인쇄 조합의 경우 기계에 따라 블랙 컬러가 연하게 표현되기도 해서, 안전하게 선명도를 확보하기 위해 UV 인쇄로 진행했습니다. 명함과 같은 양면 인쇄물의 경우 종이 성질에 따라 건조가 덜 되어 뒷면에 잉크가 묻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하는데요, UV 인쇄는 찍으면서 바로 말려주는 방식이기 때문에 이런 이슈로부터도 자유롭습니다.


마지막으로 후가공에 대해 부연드리면 PRIZM 부분에만 은은하게 먹박이 들어가 있습니다. 프로젝트 초반에는 빛을 반사하는 성질이 있는 실제 프리즘처럼 홀로그램 박을 넣어야할지 고민했었는데요. 이런 저런 테스트를 거친 끝에, 화려한 후가공으로 시선을 분산시키기보다는 각자의 개성이 효과적으로 드러나는 캔버스가 되어줄 수 있는 명함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그 결과 지금의 미니멀하면서도 독특한 룩의 명함이 완성되었죠.



명함과 아이스 브레이킹

명함의 기획 의도를 이해하고 개성 넘치는 명함을 만들었다면,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것 이상의 능력을 발휘합니다. 어색한 미팅 자리에서 스몰 톡을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죠. 명함 앞면에 들어가는 시그니처의 종류를 제한하지 않고 자유롭게 열어둔 이유입니다. 회사에서 사용하는 닉네임을 적을 수도 있고, 내가 키우는 반려견의 그림이나 인스타그램 주소를 넣을 수도 있습니다. 특이할수록 오히려 좋습니다. 나의 관심사가 반영되어 있는 프리즘의 명함은 처음 만나는 사람과의 대화를 좀 더 쉽고 자연스럽게 이끌어 줍니다.



이런 명함은 처음이에요

구성원 리뷰


오래 고민해서 만든 명함이다 보니 평생 추억으로 남을 것 같아요. - Marketer, N**


명함을 제가 원하는 대로 귀엽게 꾸밀 수 있어서 좋았어요. 그리고 발달장애 청년들의 일터인 베어베터에서 인쇄를 진행해서 더 마음에 들었습니다. - Engineer, D**


저를 가장 잘 나타내는 서명이 뭘까를 한참 고심하다가 미얀마어인 제 닉네임을 현지어로 적어봤어요! 프리즘 로고와 함께 있는 손 글씨를 보니까 소속감도 마구마구 샘솟네요. - GA, M**


같은 문자를 몇 번이고 고쳐 쓰며 연습했어요. 잘 나올까 걱정이 컸는데 실물을 받아보니 각자의 개성이 담긴 유쾌한 명함인 것 같아 만족스럽습니다. 다들 어떤 명함을 만드셨을지 궁금해요! - Marketer, E**


처음엔 대충 이름만 쓰려고 했는데, 다른 분들의 개성 넘치는 서명을 보고 나니 갑자기 욕심이 생겨서 시안만 네다섯 개를 만들었습니다. 고양이를 워낙 좋아하고 실제로 키우기도 해서 귀여운 깜냥이를 그렸는데, 완성된 명함을 보니 자랑하고 싶어서 여기저기 뿌리고 다니고 있습니다. - Editor, J**


저는 제 이미지를 담은 명함으로 만들게 되었는데, 다른 분들이 보시곤 정말 닮았다고 하여 성공했다! 생각했습니다. 제 명함을 받으신 분들이 저를 쉽게 떠올릴 수 있을 것 같아요. - MD, H**


새로운 명함은 개개인의 개성이 담긴 굿즈 처럼 느껴져요. 동료들이 어떤 그림을 그려 넣었을지 서로 돌려보는 재미가 있더라고요! - Designer, A**


나를 시각적으로 압축하여 표현한다면 무엇일까 그려보는 과정이 새로웠어요. 팀원들은 무엇을 그렸고 어떤 글귀를 썼나 찬찬히 살펴보는 재미도 있었습니다. - Designer, M**


프리즘은 수많은 브랜드의 매력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번 명함은 종이 한 장에 이러한 미션을 담아낸 것 같았어요. 명함을 교환한다는 건 첫인상을 나누는 것과도 같은데 작은 그래픽 하나가 각자의 매력을 보여주고 있으니까 그만큼 근본에 충실한 디자인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 Designer, S**




마치며

가장 기본적인 브랜드 어플리케이션인 명함, 어렵게 만들려면 한없이 어려운 작업물이기도 합니다. 브랜드의 성격을 잘 보여주면서, 지속적으로 생산하기에 적절한 단가여야 하고, 정보 값의 밀도를 여러 이해관계 부서와 협의하는 과정이 수반되기 때문입니다. 프리즘의 명함은, 우리 브랜드가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 ‘다채로움’이라는 가치를 명함의 주인인 내부 구성원이 깊이 공감하고, 명함을 받는 외부인까지도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기를 바라며 제작되었습니다. 명함을 교환하는 찰나의 순간에도 많은 분들께서 프리즘을 더 인상적으로 기억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번호를 등록하고 나서도 버려지지 않고, 간직되고 회자되는 명함이 된다면 더욱 좋겠습니다.




Written by Chacha (Moonjeong Cha) | Brand Design

Photo by Peter (Sungwoo Kwon) | Media


ⒸPRIZ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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