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관 1차, 난자에 웃고 수정란에 울고
얼마 전 첫 시험관 시술을 시작했다. 그 첫번째 단계로 난자채취를 했다. 다행히도 복수가 차거나 구토를 하는 등 흔한 부작용 없이 무난하게 지나갔다.
생각보다 많은 난자 수가 채취됐고, 부작용도 없다보니 1차에 성공할 것같은 기분이 들었다. 내 안의 '긍정이'가 나의 뇌를 지배했고, 이렇듯 낙관적인 생각 때문에 나중에 실망하면 어쩌나 '걱정이'도 빼꼼 나오긴했지만 이 좋은 예감을 막진 못했다. 실망은 미래의 내가 하자는 마음으로 마음껏 기대하고 마음껏 상상했다.
역시 과거의 기대는 오늘의 실망으로 돌아온다.
채취난자 수 25개. 하지만 수정란 수 3개.
나머지 12개는 그냥.... 없어졌다.
(일반적으로 난자 수에 1/2에서 1/3 정도로 수정란이 되고, 수정란 수의 1/2에서 1/3 정도 배아가 된다. 배아가 3일 혹은 5일 동안 잘 자라야 이식할 수 있다.)
유방암 수술 후 호르몬에 대한 극도의 두려움이 있다. 시험관 시술은 호르몬제 없이 진행하기 매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나이가 들면 임신 시도조차 어려워지기에 정말 긴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
아무 약도 쓰지 않고 한달에 한 번 만들어진 난자로 수정란을 모아서 이식하는 자연주기. 병원에서는 이 방법은 확률이 너무 낮아 시술의 의미가 없다고 했다. 그래서 대신 저자극 시험관으로 진행했다. 약을 일반 인공주기 환자보다는 적게 쓰고, 유방암 약을 이용해 호르몬을 낮추는 것이다.
아무리 저자극이라도 호르몬 약과 주사는 유방암 자연치유를 하고 있는 나에게 심적으로 부담이 됐다. 물론 신체적으로도 부담이 되겠지만 눈으로 볼 수 없으니 더욱 불안과 걱정의 연속이었다. 그럼에도 시작했으면 적극적으로 임하라는 난임센터 의사의 말을 듣기로 했다.
그런데 결과가 이렇다보니 허무함에 오늘 새벽 4시부터 혼자 거실에 앉아 울었다. 세상이 억까(억지로 까는것)하는 기분. 나 잘 되는 꼴을 못 보는 기분이 들어 서러움보다는 되려 화가 났다.
혹자는 1차만에 임신이 성공하길 바라는 건 신에 대한 도전이라는데...
맞다면 나는 정말 신이 밉다.
이럴거면 왜 과배란을 해서 난자를 늘렸는지 생각이 들다가도 이정도 해서 수정란이 3개라도 나온건지 알 수 없다. 그냥 다 포기하고 싶단 생각이 1차에서부터 들어버리니 앞으로의 여정이 막막하기만 하다.
수정란은 달랑 3개지만 배아가 단 1개라도 잘 자라주길 바라는 것밖에 지금 할 수 있는 건 없다.
어차피 한 놈만 잘 자라주면 된다!
눈물은 거두기도 마음 먹었다.
이제 뚝! 갈 길이 멀다고.
에너지 아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