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작년 12월, 우리나라 굴지의 대기업 중 "가장" "최고" "탑티어" 회사(어디라곤 말 못 하겠다)의 최종 면접에서 떨어졌다. 서류전형 통과율도 악명 높기로 소문이 나있었는데, 내 앞에 스카이, 카이스트, 포항공대도 서류에서 칼같이 떨어지고 1차 면접 배수는 6 배수, 최종 면접도 무려 5 배수가 되었다. 몇천 명이 달려들어 최종 인원 8명 남짓 등용되니 지옥도를 연상시키는 헬조선 노예시장이다. 바늘구멍도 이런 바늘구멍이 없다.
치열한 취업 경쟁을 겪으며 대한민국 의, 치, 한, 약, 수 입시 열풍이 왜 있는지 체감이 되는 수준이었다. 의사, 전문직 가지는 게 이 불안한 사회에서 그나마 살아남는 직업이니, 이제야 깨닫는다.
1차 시험 및 면접에 참여했었는데, 이미 그 회사 내부 사람들 및 감독관 및 인솔자들이 다 똑같이 생겼고, 한 놈은 뭐가 그리 심술이 났는지 불꽃 눈빛에 구두 신고 발걸음 쾅쾅 소리 내며 견제하는 느낌 물씬 들었다. '게이트키핑' 하는가 보다 했다. 지네들 밥그릇 지키는 듯 텃세 부리는 게 수면 위로 드러난 게지 ㅎㅎ 유치하다 생각했다. 대단해 보이지도 않는데 말이다ㅋ
그리고 1차 시험에 참여한 머릿수를 보면 토 나올 정도였다.
목숨 걸고 무려 5년을 준비했던 취업, 난 그 기업만 쳐다봤었다. (다른 대기업 면접에도 참여했던 전력이 있다.) 그래도 내가 제일 선망하는 기업에 최종 면접까지 가 보았다는 점에선 내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고 자부한다. 그만큼 열정과 패기가 있었기 때문에 그래도 최종 면접 문 앞까지는 가보지 않았을까 싶다. 그 노력이 무엇이 됐든 말이다.
내가 아는 지인 두 명 이 그 기업에 먼저 입성했지만, 2년, 4년 단위로 중간에 단기 퇴사하였다. 두 명 다 국내외 최고학부 출신에 기업이 원하는 역량을 보유했기에 선발된 점은 확실하다. 근데 중간에 모두 퇴사했다는 점이 의문있었다.( 그 좋은 직장을 왜?!) 다시 공부하러 학교로 돌아갔다거나, 전문직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퇴사하였다는 것이다. 건너서 들어보니 조직 내 인간관계에 대한 이슈와 회사에 대한 불만이 줄을 이었다.
"신입사원은 뽑아놓으면 얼마 안 가서 때려치운다"라는 말이 기정사실이었던 것이다. 여하튼 다른 사람 인생을 놓고 내가 떨어진 이유에 대해서 위로를 얻자고 이런 말을 늘어놓는 것은 아니었지만... 정작 나는 "차라도 한번 타봐야 하지 않겠느냐"라는 심정이었다.
최종 면접에 가보니 '중고 신입' 들이 즐비했다. 현 취업시장의 트렌드를 반영하듯 임시직이든 스타트업이든 경력 쌓고 이직하는 것이 유행이었다. 최종 면접 때 내 옆자리는 우리나라 최고 공기업을 다니다 퇴사하고 맞는 직무가 없어서 신입으로 지원한 경우였다. 그 '경합의 장'을 보자니 나를 포함해 '대감님' 밑에서 공중제비 돌리는 모양새가 아주 우스꽝스럽기도 했고, 진열해 놓은 물건에 '손이 가게끔' 하는 처절한 '쇠사슬' 경쟁을 하면서 속으론 메스꺼운 소리가 절로 나왔다.
규격화된 목소리와 똑같은 생김새를 좋아하는 것 같았다. 순혈주의 아니랄까 봐 획일화된 사람들을 선호했고 (실제로 회사에서 좋아하는 얼굴이 따로 있다니까)
최종 면접 때는 기업 오너가 단독으로 지원자들에게 질의응답을 했다. 한국 문화는 전체주의고 그 조직은 군대 문화가 저변에 깔려있다는 건 인정하지만, 그냥 불편하고 짜증만 났다. 어디까지 고개 숙여야 하는 건가 싶다. 결국엔 월급쟁이 되려고 이 치열한 서바이벌 오디션에 참가할 이유는 돈 버는 거 밖엔 없었다. 인재상에 부합하는 것을 평가하는 거 같은데 도대체 1시간 남짓 되는 짧은 면접 시간, 그 찰나의 순간에 어찌 5 배수 인원을 판단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내 생각엔 비합리적인 절차이고 다들 강남의 스피치 학원에서, 스터디에서 단련된 '공명성' 있는 울림 만이 왕왕댔다. (당연히 답변에 진솔한 내용은 없었다)
1차 실무진 면접 때에는 당연히 기분 나쁜 무시의 제스처도 감지했었다. 최고참 부장급 면접관이었는데, 속으로는 이미 짜증이 나있으면서 시종일관 고개 끄덕 거리며 가증스러운 미소와 함께 툭툭 내던지는 '성의 없는' 답변과 질문에 짜증 났다.
나는 다수의 면접 경험을 통해 한국식 기업의 정량화된 인재 선발 방식에 대해 부정을 하지는 않지만, 정말 나란 사람하고는 맞지 않는 프로세스구나라는 걸 알면서도 선택지가 없으니 계속 시도만 했다. 그리고 안정적인 정규직, 높은 급여, 복지를 찾다 보니 한국 기업에 관심이 갔다. ( 사실 이런 것만 쫓다 보니 나의 취업은 망한 게 확실했다!) 외국계는 상황이 어떤지 모르겠지만 더 힘들다. 지금은 총체적 난국의 상황이며, 바늘구멍도 막힌 이 시국에 나는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
나는 지난 5년 동안 지속적으로 많은 기업의 문을 두드렸다. 언젠가는 되겠지라는 막연한 기대감에 시간이 이리 흘렀는지도 몰랐고, 현재,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었다.
하지만 이리저리 치이고 시달렸으니 하나님께서 분명 나에게 이런 시련을 주신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