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의 늪과 기울어진 운동장

조금 더 나은 선택


인간은 다가올 미래의 안 좋은 일에 대해서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몹쓸 병에 걸릴 확률이라든지, 실업자가 되어 거리를 배회하는 일이라든지, 코인 투자에 실패해서 빚에 허덕이는 일 등 모든 불행은 나를 피해 갈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지만, 사실 그 누구도 미래의 확률을 알 수 없기에 우리 모두는 '불확실성' (uncertainty)에 사로잡혀 언제든지 리스크를 감당할 준비를 하고 있어야 된다. 그래서 우리가 사회, 민영 보험에 우리는 가입되어 있다. 위험부담을 나누거나 최소화하여 완전한 바닥을 치지 않게끔 하는 것, 즉 내 주변에 'safety net'을 쳐놓는 것이다.

반면에 사람들은 도박이나 노름, 주식을 할 때 쉽게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여 과감히 돈을 배팅한다. 또는 어떤 요행과 운으로 성취할 수 있는 쉽고 빠른 지름길을 갈망한다. 그런 '행운이 나에게 빨리 찾아올 것'이라는 과대평가를 하곤 한다. 나도 별반 다르지 않은 '보통'의 인간인지라 한국에 돌아와 취업시장에서 구직활동을 하면서 '쉽고, 빠르게' 갈 수 있는 방법을 찾고자 했지만, 결국 그런 요행을 바라는 순간 남는 건 좌절감과 상처뿐이었다.

이래서 그 누가 인생에 행로에 가장 큰 고통이 '무지'라고 했던가? 그간 내가 올려놓은 블로그 포스팅에 '자기 연민' 식의 글들은, 그동안 내가 얼마나 고생했고 힘들었으며, 쌓아왔던 노력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어 취업이 되질 않아 '나 너무 억울해요'가 주된 장르였다면, 내가 경험했던 한국 사회는 한 개인이 그런 고통을 겪는 것에는 관심조차 없었다.

이 모든 것은 계층 간 '정보의 불균형'에 의해 발생한 일이라는 것에는 어떠한 이견이 없다. 어릴 때 유학을 갈 때도 그랬다. 지금처럼 유튜브, 블로그 등 이 많이 활성화가 되지 않아서 그런지 오프라인의 '인맥'을 통한 교육정보가 없어서 나같이 조기유학 붐에 의해 '덩달아 유학생'은 낭패를 본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한때 강남역에 판을 치고 있던 대부분의 유학원들은 매사추세츠 보스턴 지역의 쓰레기 기숙사 학교와 커넥션을 맺고 'on commission' 제도로 학생들을 모집했다. 대한민국 사기 중 제일가는 짜고 치는 '교육사기' 판에 '벗겨먹음' 당한 것이다. 그렇게 한번 학교 선택을 잘못하게 되면 다른 학교로 transfer를 하는 둥 시간, 비용 모두 '허공'에 뜬 낭비를 하게 되는 셈이다. ( 이건 한국에 있어도 사교육 시장에서 돈 뜯기고 손해 보는 건 누구든 그럴 것이다. )

한국에 돌아온 이후 차례차례 깨달아가는 과정이 있었는데 매번 손바닥 뒤집듯 '빨리빨리' 미지의 한국에서 관망한 '계층 간 불균형'이 내 이목을 집중시켰다. '기울어진 운동장'과 함께 내 또래의 '화제의 인물' 들, 특권층들이 받은 특혜 및 입시비리가 눈에 들어왔다.

지금 사회적 이슈에 등장하는 사회 지도층 및 고위층 자녀들의 입시비리 의혹이라든지, 머리가 비상하여 '도박 하우스' 설계자 노릇을 한 대원외고, 아이비리그 출신의 엘리트 등 당사자들의 교육적 행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루나 폭락 사태의 장본인 권도형, 부산대 의대 입학 비리 조민 씨, 전두환 손자 전우 원 씨) 등 그들의 부모의 재력과 인맥, 학맥을 통해 또는 '정치적인 입김'으로 그들은 아마 초등학교 때부터 국내외 '입시제도'의 판을 이미 꿰뚫고 그들의 자녀가 '기득권'에 수월하게 편승할 수 있는 온갖 수단과 방법들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또 정법으로 안되면 그게 입법화되어 제도나 정책이 될 수 있도록 하는 정치적 네트워크나 유무형의 힘의 논리 또한 존재했을 것이다.

전 법무부 장관 조국의 딸 조민 씨도 사건의 앞뒤 전위야 어떻든 대법원에서 이미 판결이 난 허위 조작한 엄마 찬스 입시 스펙 쌓기, 아빠 찬스 서울대 인턴십 등 그동안 내가 모르는 '입시정보'의 신세계를 보는 듯 눈이 휘둥그레졌다. 나는 조민 씨와 비슷한 또래로 그녀가 가진 '특권'은 내가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상대적 박탈감'을 선사함과 동시에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정보의 편차'가 곧 '계층의 차이'라는 현실을 깨닫게 해 줌으로써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공식을 깨달으면서 내가 더 이상 '무지의 늪'에서 허덕이지 않게 해 줬다. (수용과 체념의 다른 말) 어릴 때 아빠 따라 미국 생활하고 한영외고에서 해외 유학반에서 SAT, AP, TOEFL 등 '해외 점수 다 만들어 놓고 당시 '재외 국민 특례' 전형으로 명문대에 입학하는 것 말이다.

두 번째 사례인 전두환 씨 손자인 전우 원 씨도 NYU Stern 금융경제학과 출신으로 굉장히 똑똑한 인재이다. SAT 개정한 2400만 점 가까운 점수인 2310점을 획득했다 하니 얼마나 대단한가 싶다. 그런데 그도 자신도 입시비리를 고백했다. 문제는 앞전에 세인트조지스 보딩 스쿨에 자신은 SSAT를 정답을 학원을 통해 이미 알고 외워 시험을 보러 갔다는 발언을 했고, 일단 그런 상위권 탑티어 보딩 스쿨에 입학을 하게 되면 면학분위기 와 환경에 의해서 자동적으로 대학입시 준비는 또 수월하게 될 수 있으니 이 또한 얼마나 큰 '효용' '혜택 ' 인가 싶다. 매사추세츠, 보스턴 지역 보딩 스쿨 안에서도 학생들의 학업의 수준은 엄청난 편차를 보이게 되니깐 말이다. 그것뿐인가, 전우 원 씨는 모교 친구들이 SAT 정답을 미리 알고 시험을 치른 사람이 NYU Stern에 부정입학했다며 유튜브 라이브에서 공개 발언한 바 있다.


한국에 처음 왔을 때 대치동에 거주하던 어떤 랜덤 한 아줌마가 취업이 안되다니깐 엄마와 나에게 혀를 끌끌 차며 이렇게 말했다. "아휴.,.. 그게 아닌데... 쯧쯧.."

그 말이 나에게는 어떻게 들렸냐면, "개나 소나 다 갔던 유학 해서 네가 한국에서 얼마나 잘 되는지 한번 보자!"라는 이죽거림으로밖에 안 들렸다.

난 여전히 그녀의 말에 반기를 든다.
"네가 내 인생 살아봤어? 아님 내가 네 인생 살아봤니?"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 모든 건 어떤 관계에서도 발생할 수 있는 너무나 흔하디 흔한 한국 고유의 '시기, 질투, 심술'이었다.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어느 랜덤 한 시기 질투 많은 아줌마의 칼 꽂는 한마디가 내 인생에 파장을 주었다. 기억을 해봤자 나의 손해이며, 화를 내봤자 또 내 손해이다.

수많은 선택과 결정 속, 우리 모두는 무수히도 흔들리고 갈등한다. 나는 그래서 글을 많이 읽기로 선택했다. '정보의 불균형", '기울어진 운동장'을 다시 맞추기 위해, 많이 읽다 보면 내 인생의 여정의 수많은 선택의 순간,

조금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게 지금 현재 내 지론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