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랑말랑한 53년 만의 데이트

왜 이제야 깨달았을까?

by 행복스쿨 윤정현


"밥 먹어!"

짜증 나게 엄마가 소리친다.


"알았어! 어련히 알아서 먹을라고."

평소 대화 스타일이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달라지기 시작했다.


"밥 먹을래?"

"엄마!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


마음으로는 사랑한다고

신경 쓴다고 하였지만

말과 행동으로는 존중이 없었다.


"엄마! 오늘 나랑 데이트할래?"


어느 날 점심 같이 먹자고 하면서

처음으로 데이트를 신청하였다.

엄마 옷 쇼핑도 하자고 하면서


같은 옷 두 벌을 입어 보시겠다고 하는데,

예전 같으면 '그냥 사!'라고 하였을 텐데

'그래 입어 보세요.'라고 하였다.

또 비싼 옷과 저렴한 옷이 있었는데,

예전 같으면 저렴한 것을 선택하는데

이제는 비싼 것이 좋다고 구매하셨다.


나중에 왜 같은 사이즈인데 입어 보셨냐고 했더니

같은 것 같아도 미세한 옷 입은 태가 다르다고,

그리고 네가 편하게 해 주니

원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었다고 하셨다.


얼마 전부터 말하는 습관이

존중하는 태도로 바뀌니

엄마 또한 기분 좋아하신다.

관계가 말랑말랑해지면서

선순환의 대화가 일어난다.


그동안 왜 이걸 몰랐을까?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는 거

머릿속으로는 이미 알고 있었지만

삶 속에 녹아낼 수 있는 방법은 전혀 몰랐다.


왜 이제야 깨달았을까?

이렇게 바뀌어서 감사하기도 하지만

아쉽고 억울하기도 하다.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하여서

이제 남은 여행을 즐겨야겠다.



윤 정 현



독서모임 회원의 경험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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