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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듣고 싶어, 너의 말을

목마름을 해갈하는 길

by 행복스쿨 윤정현


가끔 전화가 오는 친구가 있다. 한 달에 한두 번 많아야 두세 번.

그 친구는 나이 60에 세종대학원 한국어교육학 석사 과정에 입학하였다. 대부분의 친구들이 무시하듯, 비웃듯, 어처구니없듯 말하였지만, 두 친구만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그 나이에"

"너 돈 많구나!"

"어디에 써먹으려고"

"할 일 없구나!" 등등


이렇게 부정적으로 말하는 가운데,


"드디어 너의 때가 되었다."

"넌 언어에 타고난 재능이 있어. 너의 도전을 축하한다."


이렇게 말해주는 친구가 있었다.

이미 입학을 결심하고 친구들의 마음을 듣고 싶어서 한 전화였지만, 많이 실망한 가운데 두 친구가 응원해 주고, 지지해 주는 말에 상당한 힘이 되었다고 말하였다.


나는 두 번째 말,

'넌 언어에 타고난 재능이 있어. 너의 도전을 축하한다.'라고 말하였다.


평소 만나면 그 친구는 언어를 깊이 있게 관찰하고, 표현하는 부분이 탁월하였다. 이번에도, 옛날 창호지 사이에 유리창을 낸 그 작은 통창을 무엇이라고 하는지 아느냐고 묻는다.

어렸을 때 봐왔지만 그것에 대한 명칭은 몰랐다. 그랬더니 채광이나 미적 감각 이외에 바깥 날씨를 알아보기 위해서 문을 열지 않고 살피는 '눈꽃창(또는 고미창)'이라고 한다. 단어가 너무 멋있고, 그 유리 창문에 대한 표현이 너무 예쁘다.


또 가랑비를 다른 말로 무엇인지 아느냐고 한다. '몽우'라고 말한다. 이렇게 그 친구는 언어에 대한 다양한 표현을 알려주고, 전혀 다른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는 안목을 넓혀준다.

문학을 하는 사람은 삶 자체가 문학이며, 생각을 많이 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또 생각 자체가 문학이라고 한다. 그리고 거꾸로 생각하는 사람이 문학가라고 한다. 생각을 하기 위해서는 고찰을 하고, 상상을 해야 한다. 그때 행복도 탄생한다. 이렇게 행복은 학습이다. 배움이 없다면 행복도 없다.


이 친구의 말을 듣다 보면 명언들이 쏟아지고, 가슴을 울리면서, 새겨들어야 하는 명문장이 있어서 카톡에 메모하면서 들을 때가 많다. 위의 글은 거의 카톡에 메모하면서 적은 내용이다.


나는 들으면서 지속적으로 귀를 쫑긋하고, 메모하면서 듣고, 중간중간 리액션을 넣어준다. '눈꽃창'이라는 말이 너무 예쁘다고, 그리고 너무 좋은 표현이라고. 또 '몽우'라는 단어도 처음 듣는데 색다른 느낌이 든다고.


이렇게 말해주면 친구는 더 기분이 좋아지면서 대화는 티키타카처럼 이어진다. 배움도 배움이지만, 대화의 맛을 넣는 것은 서로를 존중하고, 서로를 인정하면서 그날의 만남에 긴 여운을 남기기 위함이다. 친구가 3분의 2를 말하면 나는 3분의 1 정도를 말한다.


자신이 앞으로 다문화 분야에서 한국어를 잘 가르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한다. 그래서 '너는 언어에 탁월한 재능을 갖고 있고, 또 그걸 즐기는 부분이 있다'고 하였다.


그렇게 말해주니, '더 듣고 싶어, 너의 말을'라고 말한다.


사람들은 인정이나 지지에 어쩌면 목마르다. 그리고 자신의 존재에 대한 의미를 알고 싶어 한다. 난 강의와 상담을 하면서 이런 부분을 많이 느꼈다. 이건 좋은 관계를 만들어 가는 인간관계에 필수적인 요소다. 친구를 떠나 부부, 연인, 부모와 자녀. 동료 등 장점을 진정으로 읽어주고, 표현하는 모습은 삶을 살찌우면서 행복한 상태로 이끌어준다.


난 항상 진정한 관계, 더 나은 관계의 향상을 위해 노력한다.

그래서 그 친구에게 한마디 더 해줬다.


"음, 너는 한국어만이 아니라 일본어도 한국어만큼 잘하면서 영어도 좋아하고, 그 언어에 대한 의미나 깊이 있는 해석을 잘하는 것 같아. 그러면서도 타인을 배려하는 상담자적 마음의 깊이가 있어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일이 네 적성에 최적인 것 같아."

"내가 정말 그래?"

"그럼. 네가 가진 강점이야!"


우리는 짧은 시간이지만 그렇게 서로에 대해 말하면서 배운다. 친구란 그런 것 같다. 그냥 작은 것들의 나눔 속에서 있는 그대로 말해줄 수 있는 용기, 존중, 진정성 아닐까?


상대를 인정할 때 나 또한 존재할 수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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