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다운 커리어를 찾는 법」 - 프롤로그
존 크럼볼츠 박사의 조사에 따르면, 성공한 사람들의 커리어에서 중요한 사건의 80%가 우연에 의해 발생합니다. 계획대로 커리어가 성공한 경우는 20%에 불과했다는 의미지요.
크럼볼츠 박사는 ‘계획된 우연 이론’을 통해 커리어가 우연에 크게 좌우된다고 강조하며, 이 우연을 기회로 바꾸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결국, 커리어는 촘촘하게 계획해도 우연의 영향을 받는다는 것입니다. 제 커리어를 돌아보며 이 이론이 매우 적합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저의 커리어를 돌아보면, 마케팅과는 전혀 연관이 없는 일로 시작했습니다. 마케팅을 시작하기 전 저는 이런 사람이었습니다.
여행상품 기획자를 꿈꾸는 관광과 학생
교대를 목표로 3년간 재수를 한 시험중독자
1년 동안 팬시 제품을 판매하던 개인 사업자
좋아했던 것을 다시 시작해 보자는 마음으로 포토샵 공부를 시작한 취준생
첫 번째 커리어의 우연한 기회는 포토샵 강사님으로부터 찾아왔습니다.
요즘 마케팅 쪽에서 영상 수요가 많은데 같이 배워보시면 어떨까요?
위험회피 0을 자랑하는 저는 바로 수강을 시작했고, 수강 종료 직후 첫 면접에서 '콘텐츠 마케터'라는 첫 커리어를 얻게 됩니다. 때는 2018년으로, Meta 기반의 미디어 커머스가 부흥하던 시기였습니다. 미리 해두었던 공부와 빠른 실행력이 좋은 기회로 이어졌습니다.
두 번째 커리어의 우연한 기회는 첫 회사 상사의 추천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이 회사에 필요한 역할이 잘 맞을 것 같은데, 커피챗이라도 해보면 어때요?
이전 회사에서의 얕은 연대가 새로운 기회를 가져다준 것이죠. 첫 직장에서 쌓은 역량과 스킬은 저에게 자신감과 주도성을 심어주었고, 이를 바탕으로 마케팅 리드로써 커리어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었습니다.
세 번째 커리어는 함께 일하던 동료의 추천으로 알게 된 서비스에 직접 지원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요즘 이 서비스가 진짜 완전 고객 중심으로 문제를 해결한 서비스야.
그렇게 알게 된 서비스의 매력에 끌려 지원했고, 현재도 이곳에서 성장하고 있습니다. 기존에 쌓아 온 역량과 스킬, 일에 대한 다양한 관점들이 제게 커리어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힘이 되어 준 것이지요.
이러한 경험들을 통해 호기심과 실행력, 유연성, 긍정적인 믿음, 지속성이 실제로 제 커리어의 큰 무기가 되었음을 깨달았습니다.
하지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의 커리어가 정말 '나'를 중심으로 구성된 것일까? 우연들이 이끌어 준 지금의 길이 과연 나의 진정한 욕망을 반영하고 있는가?"
우연이 만든 것이 정말 나의 선택이자, 나일까요?
이번에는 회사를 떠난 계기와 다음 회사를 고를 때 세운 원칙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 싶습니다.
첫 번째 이직은 '뷰티' 도메인에서 느낀 문제로 시작되었습니다.
고객에게 지속적으로 일회적인 소비를 유도하는 과정이 저에게는 동기부여가 되지 않았습니다. 제가 하는 일이 단순히 매출로만 연결된다고 느껴졌어요. 그래서 아래와 같은 회사 선택 원칙을 세웠습니다.
이직의 원칙 :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서비스를 하고 싶다.
두 번째 이직은 '비타민 프로덕트'라는 서비스의 한계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고객의 절실한 문제를 해결하는 ‘페인 킬러 프로덕트’가 아닌, 쓰면 삶에 도움이 되는 ‘비타민 프로덕트’라는 점이 문제였습니다. 쓰면 좋지만 없어도 그만인 서비스와, 절실한 문제를 푸는 서비스의 성장 곡선은 다르지 않을까? 하는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아래와 같은 회사 선택 원칙을 세웠습니다.
이직의 원칙 : 사람들의 진짜 문제를 해결하여,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서비스를 하고 싶다.
‘도움이 되고 싶다’는 본질은 변하지 않았지만, 실제로 제 커리어는 지난 이력에서의 업무적 아쉬움을 기준으로 그 반대되는 선택을 했습니다. 그리고 주어진 환경에서 부족한 점을 빠르게 채우며 성장하는 방식을 채택했습니다.
원칙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나’의 일하는 원칙이 아닌 ‘회사’를 선택하는 기준에 불과했던 것이지요. 커리어 여정을 돌이켜 보며, ‘나’를 중심으로 선택했던 적은 없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타트업에서 변화에 적응하며 일하는 동안 저는 자신을 아래와 같이 정의합니다.
속도감 있는 성장을 선호한다
불가능한 목표를 세우고 달성한다
핑계 대지 않고 되는 방법을 생각한다
어떻게든 해낸다
그리고 두 번째 이직 전, 이 원칙을 실험해 볼 수 있는 다양한 조직을 경험해 보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리고 실험해 보고 싶은 원칙에 부합하는 한 회사를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무슨 일이 벌어졌는가?
임파선염
첫 코로나
2단 콤보로 커리어 인생에서 처음으로 넉아웃이 되며 “워라밸이 필요한 사람이었습니다.”라는 굴욕적인 업무 종료 선언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어떤 상황에서도 해내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죠.(…그래도 2번이나 잡아주셔서 감사했어요…)
비로소 깨달았습니다. 저는 가고 싶은 회사 중심으로 커리어를 결정해 왔고, 주어진 환경에서 타인의 모습을 모방하여 ‘이상향의 나’를 내 욕망이라고 정의해 왔다는 것을요.
진정으로 행복하고 건강하게 일을 하려면, 나의 현황을 객관적으로 진단하고, 나의 욕망에 귀를 기울이며, 나만의 차별점을 강화할 수 있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그에 맞는 환경을 선택하고, 역량을 전략적으로 개발해야 한다는 것도요.
이 글은 늦었다고 생각하면 너무 늦은 7년 차 직업인의 ‘커리어 꾸미기’를 간접 경험해 보실 수 있는 시리즈가 될 거예요.
필요한 지식과 경험들을 학습해 나가면서 과정은 계속 개선될 것이라 중간에 와리가리하고, 반성하고, 가끔 눈물도 흘릴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어제의 나는 오늘보다 바보 같아야 제가 잘 성장하고 있다는 신호이니까 부디 같이 헤매어 주세요.
그리고 이 글을 이렇게 써보세요
- 아 이 새끼처럼은 하지 말아야지
- 오 이건 괜찮은데?
뼈저린 자기 객관화와 자신만의 자산을 구축해 나가는 과정, 또 학습 과정이 궁금하시다면 만족하실 수 있도록 모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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