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폐허가 된 나를 일으켜 세운 건축공학도의 기록

마음을 다시 짓다

by 새롬
"이제 이 폐허를 나의 집으로 다시 짓기로 했다"

나는 대학에서 건축공학을 전공했다. 건물의 하중을 계산하고, 내진 설계를 배우고, 튼튼한 구조물을 짓는 법을 공부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정작 내가 살고 있는 '나'라는 집은 붕괴 직전의 안전진단 D등급이었다.

이 기록은 건축공학도인 내가, 폐허가 된 내 마음을 다시 설계하고 시공한 2년간의 현장 보고서다.




두 번째 우울증이 찾아왔다. 의학적으로 진단된 것이 두 번째일 뿐, 진단조차 하지 못한 날들까지 따지면 한 손에 세지도 못할 것이다. 그럼에도 굳이 이번을 '두 번째'라고 명명하는 이유는, 이것이 두 번째 '자발적 회복'이자 본격적인 '재건축'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모든 것은 이별 통보에서 시작되었다. 그날의 기억은 거대한 땅울림과도 같았다. 내 자존감의 건설을 도와주던 전 남자친구는, 한순간에 그 모든 것을 붕괴시키고 떠났다. 부실공사였나 보다.

나는 내가 부족해서, 내 몸이 특수해서, 나의 과거가 혐오스러워서 그가 떠났다고 믿었다. 스스로를 난도질하며 얼마 남지 않은 자존감의 기둥마저 갉아먹었다. 길고 어두운 터널의 시작이었다.


다행인 점은 사건 2주 전부터 항우울제를 선제적으로 복용하였다는 것이다.

그리고 내 주변에는 좋은 안전지대들이 있었다. 언니들은 커피와 달콤한 것을 사주며 위로했고, 친한 언니는 냉철한 분석과 따뜻한 조언으로 내가 무너진 잔해 속에 묻히지 않도록 도와주었다.


오늘 비로소 탈출구를 찾았다. 잔해를 치우고 고개를 드니 청명한 하늘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내 과거를 받아들이지 못하여 떠난 것이 아니었다.


이제야 그날의 기억을 소화한다.


마음이 한결 가볍다. 다음엔 내 깊이를 불안해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 깊이마저 품어줄 수 있는 튼튼한 지반을 가진 사람을 만나야지.




터널은 이번에도 힘들고 고통스러웠다.

그러나 다음 삽화는 이번보다는 나을 것이다.

피눈물을 흘리며 나를 다시 지어 올렸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