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다시 짓다
Euphoria(행복감)의 반대말, Dysphoria(불쾌감).
의학적으로는 주로 트랜스젠더들이 겪는, 지정된 성별과 본인이 느끼는 성별의 불일치에서 오는 심각한 고통을 뜻한다.
내 인생은 시작부터 잘못된 설계도 위에 지어졌다. 몸과 마음의 성별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 전체 인구의 0.002%[1] 정도만이 겪는다는 이 확률 싸움에서 나는 패배했다. 성별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사무치게 부럽다. 적어도 그들은 내가 겪는 이 근원적인 고통 없이 평생을 살 수 있을 테니까.
특히 시스젠더(Cisgender)[2] 여성의 삶과 나를 비교할 때면, 비교점 하나하나가 날카로운 파편이 되어 나를 찌른다. 호르몬을 투여하고 수술대에 오른다 한들, 결코 극복할 수 없는 것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첫째, 남자로서 보낸 어린 시절은 절대 되돌릴 수 없다. 내 유년기와 학창 시절을 되돌아보면 온통 성별 불쾌감(Gender Dysphoria)[3]라는 먹구름이 끼어 있다. 원치 않는 옷을 입어야 했고, 머리는 짧게 깎아야 했으며, 남자아이들 틈에서 겉돌아야 했다. 나는 예쁜 옷을 동경했고, 취향은 늘 여자아이들과 맞았지만, Y 염색체라는 잘못 던져진 동전을 한탄하는 것 외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누구나 그리워할 법한 어린 시절이 나에게는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악몽으로 남아 있다.
둘째, 생식능력의 부재다. 나와 남편을 꼭 닮은 사랑스러운 아이를 낳을 수 없다. 거리에서 어린아이들을 볼 때마다 가슴이 저릿하다. 자손 번식은 모든 생물체의 본능이자 목표라는데, 나는 어째서 이런 형벌을 받아 가장 기본적인 것조차 박탈당했는가. 훗날 아이를 입양한다 해도, 아이와 남편에게 죄스러운 마음을 지울 수 있을까.
나는 무신론자이지만, 만약 신이 있다면 묻고 싶다. 내가 전생에 어떠한 죄를 지었기에 이런 설계도를 쥐여주었냐고.
그럼에도 나는 살아가야 한다. 죽어서 다시 태어날 용기는 없고, 그렇다고 남자로 살아가라 한다면 당장이라도 연탄을 피우고 생을 마감할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사랑하라"고 쉽게 말한다. 하지만 과연 이런 나조차 나를 사랑하며 곱게 늙어갈 수 있을까? 가슴에 해결되지 않는 암덩어리를 단 채, 나를 진심으로 사랑해 주는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그저, 고통스럽다.
[1] DSM-5에 따르면 0.002%라는 희박한 확률이라지만, 숨죽여 사는 이들까지 합치면 그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2] 성 정체성과 지정 성별이 일치하는 사람
[3] 성 정체성과 지정 성별이 일치하지 않아 겪는 지속적인 불쾌감, 고통, 불편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