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안전진단 D등급 (2) 오진의 역사

마음을 다시 짓다

by 새롬

어린 시절부터 성전환을 간절히 원해왔던 것은 아니다. 나는 내 아픔의 원인을 오랫동안 다른 곳에서 찾았다. 돌이켜보면 그것은 명백한 오진의 연속이었다.


첫 번째 오진은 ADHD였다. 나의 끊임없는 내적 소음과 산만함을 '주의력 결핍'으로 해석했다. “도파민이 부족해서 집중을 못 하는 것이다." 나는 그 말을 믿고 싶었다. 차라리 뇌 호르몬의 문제이길 바랐다. 하지만 고용량의 콘서타를 털어 넣어도 머릿속 안개는 걷히지 않았다. 내가 집중하지 못했던 건 도파민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잘못된 몸에 갇힌 영혼이 끊임없이 비명을 지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건축을 선택한 것도 그래서였다. 내가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위태로운 나 대신, 내 손으로 통제하고 튼튼하게 지을 수 있는 건물을 동경했다.


두 번째 오진은 죄책감이었다. 나는 반대 성(性)과 나를 동일시하는 감정을 '증상'이 아닌 '죄악'으로 분류했다. 남들과 다른 이 기분 나쁜 감정을 도덕적 결함이나 씻을 수 없는 죄라고 여겼다. 일생 내내 나를 따라다닌 그 애매하고 우울한 감정의 정체가 성별 불쾌감(Gender Dysphoria)이라는 질환임을, 그때는 알지 못했다.


정확한 진단이 내려진 건 어느 늦은 새벽이었다. 우연히 한 MTF(Male to Female) 트랜스젠더가 쓴 게시글을 정독하게 되었다. 그전까지 나는 트랜스젠더를 나와는 전혀 다른 세계의 사람들로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글을 읽어 내려가는 동안, 내 머릿속의 오진들이 하나둘 수정되기 시작했다.


그것은 그저 치료가 필요한, 그리고 충분히 관리가 가능한 하나의 상태였다. 트랜스젠더로 살아가는 것이 불가능한 파멸의 길이 아님을 확인한 순간, 나는 역설적이게도 큰 축복을 느꼈다.


여성의 아름다움을 동경했던 마음, 유난히 여성적이었던 성격, 남성에게 설렘을 느꼈던 혼란스러운 경험들.

나의 치부라고 생각했던 그 모든 것들이, 비로소 제자리를 찾아 증상과 정체성이라는 이름으로 설명되기 시작했다.




나는 괴물이 아니었다. 나는 그저 조금 다른 설계도를 가지고 태어난 사람이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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