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정기 점검 (1) 10년 후

마음을 다시 짓다

by 새롬

교환학생 시절은 좋든 싫든 나에게 깊은 흔적을 남겼다.

그중 가장 오랫동안 가시처럼 박혀있던 것은 당시 함께했던 언니들과의 관계였다.

그때 나는 트랜지션 전이었고, 우리 그룹은 '여자 셋, 남자 하나'의 구도였다. 특히 지수 언니에게 나는, 남동생과 동갑인 '그냥 남자애'일 뿐이었다.




나는 늘 그 그룹 안에서 미묘한 소외감을 느꼈다.

여행을 가서도 취향이 달라 혼자 돌아다니기 일쑤였고, 결정적으로 다들 서로의 생일을 챙겨줄 때 나만 생일 축하를 받지 못했다.

그때의 나는 '성별'이라는 벽 때문에 그들의 울타리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는 이방인이었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어제, 지수 언니의 주도로 다 같이 다시 만나게 되었다.

나는 용기를 내어 묵은 감정을 꺼냈다. 그때 생일 축하를 받지 못해서 서운했었다고.

그러자 언니들은 진심으로 미안해하며 사과했다. 그리고 며칠 후, 지수 언니에게서 장문의 카톡과 선물이 도착했다.

나 또한 1시간을 고민하다가 언니에게 답장과 선물을 보냈다.


지수 언니의 마음은 복합적이었을 것이다.

트랜지션을 한 나의 모습을 보며 느낀 놀라움, 그리고 과거에 나를 모질게 대했던 것에 대한 미안함.

하지만 언니는 커밍아웃한 지 2시간도 채 되지 않은 시점이었음에도, 나를 온전한 '여성'으로 인정하고 배려해 주었다.

과거의 갈등을 외면하지 않고, 깊이 고민한 뒤 최선의 방법으로 손을 내밀어 준 것이다.




누군가 그런 말을 했다.

"악행은 너무나도 뻔하지만, 선행은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다채로울 수 있다."


10년 전, 남들과 달라서 외로웠던 나는

10년 후, 다르기 때문에 더 특별한 이해를 받았다.

사람 덕분에 산다는 게 이런 건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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