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어떤...?
최근, 아니 꽤 오래전부터 '나다움' 이라는 키워드가 제 알고리즘에 많이 걸리고는 합니다. 저도 그 전부터 무척이나 관심을 가지고 있는 주제이기도 한데요. 일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내가 잘하고 있는게 맞나, 이걸 계속해도 되나? 나한테 이 일이 잘 맞는걸까?' 와 같은 생각을 하루에도 수십 번은 합니다.(*아마도 이런 고민들은 죽기 전까지 계속 계속 하게되지 않을까요? 그거시 인생...)
더구나 이제 막 업계에 발을 들인 분이나, 일이라는 것을 처음 하는 분들은 더욱 이런 종류의 고민을 많이들 하실 것 같아서 오늘은 내가 하는 일과 '나다움'을 찾는 과정에 대해서 얘기해볼까 해요.
저는 스스로의 일을 문화예술매개행정이라고 소개하고는 하는데요.(*저는 문화예술과 행정을 잇는 그 매개자의 역할로 소통하고 일이 굴러가도록 하는 뜻으로 썼는데 생각보다 요즘 자주 쓰이곤 하더라고요. 대학 전공 명이나 강의명, 교육과정 이름들에서도 종종 보입니다.)
아무래도 문화기획자라는 말이 제 입에 잘 붙지는 않아서 그렇게 말을 만들어보았습니다. '문화기획' 이라는 업무의 특성 상, 뭔가 모르게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일을 해야할 것 같고, 창의적인 일을 해내는 이미지가 강하다고 생각했어요. 일로서 나를 충분히 드러낼 수 있는 것으로 많은 분들이 생각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그리고 어쩐지 말만 들으면 좀 멋져보이기도 한답니다.(*뭐야...나만 멋져보인다고 생각했던건가...그래서 이 일을 계속 하고 있나봐요...)
하지만 저는 그렇게 바라보는 이미지가 부담되기도 하고, 실제로 일을 해보면 그 이름과 현실의 온도 차가 극명해서 잘 쓰지는 않게 되더라고요. 일을 하면 생각보다 아이디어가 반짝하는 일은 많이 없고, 있다고 해도 사람들과 조율하고 타협하는 일이 훨씬 더 많죠.
그리고 나를 드러내기위해서 애를 쓰기보다는 나보다 더 반짝이는 이들을 연결하거나 모아내는 일이 많습니다. 그렇게 잇고 모아내는 일이 많다보니 저는 자연스럽게 문화예술과 행정을 잇는 사람이라 스스로 소개하고는 합니다. 일을 하다보면 공공의 영역에서 이 문화기획자의 반짝이는 아이디어라는 것이 참 무용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 이유는 바로 공공에서 문화기획이라는 직무를 가지고 일하면 필연적으로 생기는 의문, '나 무슨 일하는 사람이지?', '내가 이러려고 재단에 온 것이 아닌데 자괴감 들어...' 같은 생각이 들죠.(*일을 해보니 문화기획이라고 명시되는 직무 아래에서도 다양한 것을 했더라고요. 요즘의 주요 업무인 축제기획부터 각종 사업 예산 계획 수립과 운영, 전시기획, 문화예술공간기획, 공연기획, 청년창업지원, 지역활성화, 홍보 등등과 그에 따른 잡무까지...)
입사할 때 내가 생각했던 재기발랄한 기획자는 온데간데 없고 사업을 운영하면 그 사업에 따른 일들 중에 가장 많은 것이 보고자료 작성이고, 각종 민원 전화 응대와 함께 영수증을 붙이고 있는 나 자신에게 하는 질문들이 커질 수록 그 생각이 들더라고요. 제가 뉴딜매니저로 활동할 때부터 지금까지도 활동을 막 시작한 분들에게 많이 듣는 이야기가 그거였네요. '저 이런 일 하려고 온 거 아닌데요' (*계획안을 쓰면서 이런 멋진 일을 구상해내다니 난 정말 천재기획자야! 하는 일은 생각보다 없고 스스로 생각했을 때 잡일이라고 느껴지는 일들을 몸소 해야하는 것이 늘어나서 더 그랬던 것 같아요.)
하지만 제가 생각하는 문화재단에서 하는 문화기획의 업무란 '이거 해보면 재미있지 않을까?' 정도의 아이디어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치밀하게 자료조사하고 계획하여 그 계획대로 운영한 뒤에 끝나면 정산과 결과보고까지 완료해내는 것, 축제라면 축제 컨셉부터 방향까지 기획해서 몇 날 며칠을 밤새 축제 준비하고 운영한 뒤에 철수 짐을 나르고 행사장 물청소까지 확인하는 것, 공연이라면 섭외부터 운영하고 관객들이 다 빠져나간 극장의 정리까지 하는 것 등 처음부터 끝까지 해봐야한다는 겁니다.
물론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으니 동료를 찾고 업체도 잘 찾아서 협업하려는 노력도 필요하죠. 그 사이에 설득하고 조율하는 건 당연한거고요.(*기획자는 모인 사람들간의 갈등이나 의견 충돌이 있을 때는 중재하는 역할로 꼭 필요하고, 그 충돌하는 의견들을 잘 모아내어 결국 모든 사람들이 다 만족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다수가 만족할만한 일로 만들어내는 일을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일이 성공을 하든 실패를 하든, 끝까지 책임을 져보는 일들이 생기고 그 일을 완료해내는 과정 속에서 성장하는 스스로를 봤을 때 비로소 조금씩 '나다움' 이라는 것이 생기지 않을까요?
'내가 이런 일을 재밌어 하네?', '나는 이 일이 잘 맞지는 않는 것 같아' 등등 일터에서 '나다움'을 찾아가는 과정을 밟아나간다고 생각해보면 더 쉬울 수 있어요.(*저는 일을 하면서 제가 생각한 것 보다 사람들 앞에서 떠드는 일을 좋아하고, 여기저기 사람들을 모아 연결하고 작당하는 일을 재밌어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최근에는 건축물, 공간 기획과 일러스트디자인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어요. 맞지 않는 일은 공공인가...?)
그것은 단순히 나의 취향 찾기를 통해 나라는 존재를 인식하기보다는 일터에서 하는 나의 일을 통해 나의 명확함을 찾아보는 것, 그리고 내가 드러날 수 있는 그 무언가를 찾아내는 것의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찾아보려면 일단 뭐든 다 해봐야겠죠. 부딪혀보고요. 그렇게 이런 일, 저런 일 다 해보면서 일에서의 '나다움'을 찾던 저도 오늘 '나는 무슨 일을 해야 적성에 잘 맞을까, 뭐 먹고 살아야하지...' 하면서 출근을 했습니다.(*일단 저는 월요일을 싫어한다는 걸 매주 월요일 아침에 눈을 뜨며 깨닫고 있습니다. 오늘의 나다움 발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