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6. 기획자의 직업병

열일도 병인양하여

by 삼디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을 보다 보면 여러 단체들에서 홍보하는 행사들의 포스터를 만나게 될 때가 있습니다. 감각적이고 행사 취지와 목적에도 맞도록 작업을 잘했구나, 생각이 들면 일단 저장해 둡니다.(*스크린샷 넘쳐나...) 종종 필요하면 핀터레스트나 구글링을 통해서 어떤 스튜디오에서 했는지, 어느 디자이너가 작업한 건지 찾아보기도 하고, 어떤 오브제를 써서 표현했는지, 폰트는 무엇인지도 찾아보며 이후 제가 행사를 할 때 연락을 드린다거나, 디자이너에게 의뢰할 때 레퍼런스로 보내드리기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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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큰 행사의 경우에는 전문적인 디자이너나 스튜디오에 의뢰를 하지만, 예산의 상황에 따라 어떻게든 혼자서 디자인을 해내야 할 때도 종종 있는데요, 그럴 때는 저장해 두었던 이미지들을 레퍼런스 삼아서 가내수공업식으로 작업하기도 한답니다.(*물론 모든 문화기획 일하시는 분들이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그런 경우를 꽤나 많이 보기도 했어요...)

공업사 3주년 포스터.png

그리고 낯선 동네에 갔을 때, 종종 행사하는 곳들을 우연찮게 지나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는 공공에서 주최를 하는 것인지, 어떤 연유로 행사를 하는지는 잘 몰라도 이상하게 그냥 넘어가기가 쉽지만은 않더라고요. 그럴 때는 X배너, 현수막 등 어딘가에 붙어있는 홍보물을 보고 주최 및 주관을 찾아봅니다.


<여기서 잠깐!>

*주최: 어떤 일 또는 행사에 대해 계획하거나 최종 결정을 하며 이에 따른 책임을 질 때

ex) 일 시킨 사람, 지자체 등

*주관: 어떤 일 또는 행사에 대해 집행 및 실무 처리를 할 때

ex) 실무 하는 단체, 문화재단, 기획사 등... 난가..?

*후원: 상업적인 목적이나 금전을 매개로 하지 않는 도움을 줄 때

ex) 대가 없이 좋은 일하라고 돈 주는 사람이나 단체. 고맙습니다...

*협찬: 금전적인 면에서 도움을 줄 때

ex) 돈 받은 만큼 뭔가 해줘야 하는 사람이나 단체, 광고 혹은 홍보

궁금해하실지는 모르겠지만 알려드리고 싶었어요.


홍보물을 살펴보다가 부스가 몇 개나 있나 보기도 하고 안내가 잘 되고 있고 안전하게 진행되는 게 눈에 띄면 시행하는 업체를 찾아보기도 하고, 디자인 부스가 예쁘다 싶으면 어디 업체껀지도 확인하고 행사에 쓸 만한 건지 찾아보는 그런 식이죠. 사실 그래 봤자 별 다른 정보는 얻지 못할 때도 많지만 궁금하기는 해서 계속 찾아봅니다. 직업병인가 싶기도 하고, 어쩌면 다음 일을 생각하면서 그때를 대비하기 위한 작업들이 생활 속에서 나오는 것 같네요. 때로는 구상을 넘어서서 망상을 하며 장소를 탐색하기도 합니다. 넓은 광장이 있는데 접근성이 좋다거나, 골목길인데 아기자기하게 볼거리가 많다거나 하면 여기서 뭐라도 하면 재밌을 텐데... 하는 생각을 하곤 하죠.


실제로 제가 활동하는 모임에서 있었던 일을 예시로 들어볼까요. 매 월 회고하고 공유하는 '월간회고클럽'이라는 곳에서 몇 년째 활동 중인데요 이 클럽에서 한 해를 회고하는 모임을 매년 가지고 있어요. 각자 요리를 해오거나 먹을 것을 들고 오는 포틀럭 파티로 진행되는데, 진행 순서와 그에 따른 프로그램이 있었죠. 그런데 뭔가 더 재밌게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연말행사, 크리스마스 행사 포스터와 관련한 레퍼런스를 체크하고 피피티를 켰습니다.(*디자인 툴에 익숙하지 않은 기획자들은 자체적으로 포스터를 제작할 때 미리캔버스, 망고보드, 캔바 등등을 많이 쓰시는데 저는 이상하게도 어느 정도 완성된 형태가 나온 걸 쓰기가 싫어져서 백지로 피피티를 켜고 쓰고는 합니다...)


뚝딱뚝딱 도형으로 쉽게 따라 그릴 수 있는 걸 따라서 만들어보기도 하고, 색감도 최대한 잘 살려서 제작했습니다. 참고로 진짜 행사를 할 때는 그대로 따라 그린다거나 하면 원작자의 지적재산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으니 지양해야 합니다. 글씨는 항상 무료 폰트 혹은 상업적인 이용과 배포가 가능한 글꼴인지 체크하고 쓰셔야 해요. 디자인도 레퍼런스 체크 차원에서 보고 만들 수는 있겠지만 저처럼 작은 행사에서 따로 홍보하지 않고 쓸 것이 아니라면 대놓고 따라 그리시면 아니되옵니다...(*연습할 때는 따라 그려보는 게 좋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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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보통 프로그램을 진행하면 행사 시작 전이나 진행 중에 음악을 트는 것이 생각나서 플레이리스트도 만들었네요. 요즘엔 상황 별로 플레이리스트가 잘 나와있어서 행사 성격에 맞게 빈티지 크리스마스 재즈 플레이리스트를 선곡했습니다. 모든 모임에서 이렇게 준비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쩌면 제가 진행하는 행사에 혼자 준비했다면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았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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