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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roject One May 26. 2018

[Project One] 스타트업에서 사업개발 하기

스타트업 vs. 큰 기업

글의 서두에서 미리 밝히지만 필자는 스타트업에서 큰 성공을 거둔 사람도 아니고, 많은 경험으로 잔뼈가 굵은 사람도 아니고, 다양한 스타트업 회사를 경험해본 사람이 아니다. 고작해야 원티드랩에서 5개월 동안의 사업개발 경험이 있을 뿐이다. 다시 말해 이 글은 성공담도 아니고 경험 전수 또한 될 수 없다. 오히려 두산중공업이라는 보수적인 대기업 조직에서 7년간 사회생활을 했던 사람이 좌충우돌하면서 겪어내고 있는 새로운 문법에 대한 체험기라고 생각하고 이 글을 읽어 주셨으면 한다.


스타트업에서 ‘사업개발’이라는 직무는 꽤나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표현이다. 하지만 실제로 이루어지고 있는 업무들은 업종, 회사, 사업 진행 단계, 조직 구성에 따라 천차만별 일 것이다. 원티드랩에서의 사업개발 역시도 기존 비즈니스 모델에서 새로운 고객을 찾는 모든 업무, 기존 비즈니스 모델 외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찾는 모든 업무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인데... 사실 정의라는 표현이 무색할 만큼 광범위하고 모호하다.


하지만 최선을 다해서 최대한 일반적인 상황을 가정하여 “스타트업에서 사업개발 하기”라는 업무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고, 이를 위해 어떤 마인드가 필요한지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하자. 

 

업무 : 사업 개발하기

일상생활을 하면서 현재 하고 있는 업무에 대해서 가장 큰 영감을 받았을 때는, 구정 연휴에 후쿠오카 여행을 하면서 후쿠오카 공항에서 시내로 이동하는 버스의  요금 지불 시스템을 경험했을 때이다. 버스에 탑승하면서 손가락 크기의 종이쪽지를 받게 되는데, 여기에는 탑승하는 정류장 번호가 덩그러니 찍혀있다. 목적지에 정차할 때쯤이 되면 몇 번 정류장 탑승자가 얼마를 내야 하는지가 버스 내 화면에 표시되고 종이쪽지와 함께 해당 금액을 문 앞에 있는 통에 넣고 하차하는 시스템이다.

출처: https://blog.naver.com/yangklee/220043675788

처음 그 장면을 보고 필자는 이런 생각을 했다. ‘실제로 4번 정류장에서 탑승했는데 요금을 적게 내려고 7번 정류장에서 탑승했을 때의 요금만 내는 사람은 없나? 아니면 요금이 300엔인데 250엔만 내고 내려버리는 사람은 없나?’ 필자가 생각한 2가지 가능성에 대하여 그 어떤 검증 방법도 없다. 운전기사가 금액과 종이조각을 살피지도 않고, 이를 확인하는 멋진 기계장치는 더더욱 더 없다. 그저 대다수 99%의 사람들의 상식과 준법정신에 의거하여 믿고 돌아가는 시스템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그리고 그 시스템은 자율주행차가 곧 상용화될 듯한 오늘날 세계 최고 선진국 중 하나인 일본에서 잘 굴러가고 있다.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새로운 사업을 개발한다는 업무가 저런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아닐까? 새로운 사업 모델을 만들고 제품/서비스를 기획하면서 우리는 기획 단계에 많은 에너지를 쏟는다. 고객이나 경쟁사가 악의적으로 이용한다거나, 우리의 기획의도와는 다르게 사용되는 경우를 시뮬레이션하면서 완결된 형태의 사업을 개발하고자 한다. 하지만 후쿠오카 공항버스의 결제 시스템처럼 완벽하지 않은 시스템도 충분히 잘 작동할 수 있는 것이다. 어설퍼보이는 결제 시스템이 대다수의 승객들과 운전기사와 버스회사에게 큰 불편함 없이 잘 작동하는 것처럼, 사업개발에서 도출된 아이디어는 내 아이디어가 고객에게 충분히 매력적이고 이를 통해 우리 회사가 사업을 할 수 있는지만 충족하면 되는 것이다.


스타트업은 불확실성에 직면해있고, 그중에서도 사업개발은 미지의 영역을 탐사하는 것이라... 사업개발은 완성된 성공적인 사업모델을 만들어내는 작업이 아니라, 부족한 사업모델을 끊임없이 실험하고 검증하면서 조금씩 맞는 길을 찾아가는 작업일 것이다.


그러한 과정을 가장 잘 보여주는 개념이 '린 스타업'이라는 책에서 말하는 Build-Measure-Learn 순환고리이다. 빠르게 제품을 만들어 내고(Build) 이에 대한 반응을 측정하고(Measure) 이를 통해 새로운 것을 배워나가는 것(Learn), 그리고 이러한 순환 고리를 빠르게 시행함으로써 점점 더 좋은 답을 찾아나가는 것이 스타트업의 핵심이라고 저자인 에릭 리스는 말하고 있다.

Lean Startup Circle

이렇게 가장 빠르게 적은 비용으로 내 아이디어를 검증할 수 있도록 만든 가장 작은 단위의 제품이 많은 사람들이 얘기하는 "최소 요건 제품(MVP, Minimum Viable Product)"이다.


최소 요건 제품은 어디까지나 가설에 근거한 것이므로, 제품으로서의 완결성보다는 내가 실험하고자 하는 가설 "예를 들어, 고객이 이러한 제품을 필요로 할 것이며 얼마 정도를 지불할 것이다, 고객의 지불의사가 우리 회사의 비용보다 높아서 사업으로서의 가치가 있을 것이다"를 검증하는 목적으로 설계가 되어야 한다.


혹시나 내가 만들어낸 "최소 요건 제품(MVP)"가 너무나 뛰어나서 지나치게 많은 수요가 몰려들진 않을까 걱정이 되는가? 아직 우리 회사는 그런 수요를 소화할 인력도 부족하고 시스템도 없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 팀에서 이런 걱정을 가끔 하고 있을 때, 옆에서 듣고 있던 원티드랩 대표님은 항상 이 말을 하신다.


잘 될 것을 걱정하지 마세요


거듭 말하지만, 우리가 처한 상황은 불확실의 한가운데다. 무엇이 정답인지 아무도 모른다. 우리도, 경쟁사도 모를뿐더러 심지어 고객도 모르고 있다. 내가 만든 해답이 정답일 가능성은 “0”에 가까울 것이다. 잘 될 것은 걱정하지 말고 가장 빠르고 적은 비용으로 빠르게 실험하는 것만 고민하면 되는 것이다. 아직 필자 또한 지나치게 잘 되었을 때의 난감함을 경험한 적은 없으나, 내 가설이 맞다는 것이 증명된 행복한 고민 일터이니, 그것은 그때 가서 고민하면 되지 않을까 한다. 


마인드 1 : 실패에 익숙해지기 

스타트업에 와서 놀란 것 중 하나가 실패가 상존한다는 것이다. 밖에서 보았을 때 스타트업은 사이즈가 작고 안정감이 떨어지기에 한 번의 실패가 회사 전체를 나락으로 밀어 넣지 않을까 생각할 수도 있으나, 작은 규모로 실패하기 때문에 그럴 일은 없다. 그런 작은 실패들이 언제 어디서에나 존재하고 오히려 권장되는 곳이다. 

나 또한 크고 작은 실패를 경험하고 있고 그 과정에서 기분이 울적하고 움츠러든 것이 사실이다. 처음에는 내가 이 산업을 잘 몰라서, 역량이 부족해서, 더 열심히 하지 못해서 실패한 것이니 내가 잘해야 된다고 나 자신에게 귀인 했다. 또한 실패의 부담에 있어서도 과거에는 7,000명 직원 중 한 명으로 기능하여 실패에 부담이 없었다. 고작해야 팀장님한테 욕먹고 야근하면 되는 것이었으니... 하지만 지금은 30명 직원의 한 명으로 기능하니 하나하나의 선택에 무거운 부담감이 생긴다. 아무도 나에게 부담감을 주지 않으나 나 혼자 만들어낸 부담감이다.


하지만 그나마 몇 달이 시간이 흐른 지금... 조금은 실패에 대해 익숙해진 느낌이다. 잘못된 선택으로 실패했지만 다른 사람이 선택했어도 딱히 다른 결과가 나오진 않았을 것이라 스스로 위안한다. 회사의 1/30이 실패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내가 미안한 감정을 느끼는 사람들은 어차피 가까운 소수의 사람에 불과하다.


앞서 말했듯이 스타트업 사업개발은 '실험'의 과정이다. 실험 성공을 위해 최선을 다해 가설을 수립하는 것이 당연히 전제되어야겠지만 '실험'의 기댓값은 성공보다는 실패일 확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 사업 아이디어가 뛰어나거나 자본이 넉넉하다 할지라도 실패를 피할 수는 없다. 좋은 사업 아이템이라면 실험 성공의 확률이 조금 더 높을 뿐이고, 풍부한 자금이 있다면 실패가 용인되는 횟수가 조금 더 많은 뿐이다.


리더나 투자자는 이러한 실패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학습 가능한 실험을 설계하고, 실패로부터 새로운 아이디어가 도출되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새로운 실험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성공한 시도만큼이나 빠른 실패에도 박수를 쳐주는 문화가 조성이 되어야지 실패들이 쌓여서 성공으로 가는 길을 열어줄 수 있다. 많은 경직된 조직에서 그러하듯이, 실패를 두려워하는 문화가 조성이 되면, 실패를 공개(보고)할 수 없어서 잘 못 된 선택인 줄 알면서도 울며 겨자먹기로 그 길을 걸어갈 수밖에 없게 되고 기업 전체가 실패하게 된다.


또한 사업개발, 서비스 기획자를 포함한 전체 구성원은 실패에 주눅 들지 말고 이를 편안하게 느껴야 한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내가 경험하기에 큰 조직에서 근무할 때는 스트레스의 원인이 경직된 조직문화와 이해할 수 없는 상사와의 충돌에 의해서였다면, 스타트업에서 근무할 때는 실패에서 오는 부담감과 경직에서 온다. 이를 떨쳐내고 새로운 학습과 도전으로 이어갈 수 있을 때, 구성원 하나하나 역시도 즐거운 마음으로 일하고 그것이 즐거운 성과로 이어질 것이다.

 

마인드 2 : 열린 자세로 상상하기  

일하면서 자주 필요하다고 느끼는 능력은 “상상력”이다. 통상 "창의력"이라는 단어가 많이 사용되는데, 대부분의 비즈니스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던 무언가를 새롭게 만들어내는 '창작'의 영역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러한 영역은 비즈니스보다는 예술의 영역에 가깝다(세상에 없는 제품을 만들어낸 스티브 잡스와 같은 예술가형 사업가는 예외로 하자).


필자가 생각하기에 사업개발에 필요한 능력은 완벽한 창작보다는 기존에 있는 것을 더 좋은 방향으로 바꾸자는 '멋진 비틀음'이나 기존에 있는 것들을 새로운 방식으로 엮고 꿸 줄 아는 '관계 짓기'의 능력이다. 더 좋은 표현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상상력"이라는 표현이 좀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니 그렇게 기술하고자 한다.


왜 "상상력"이 중요할까? 


거듭 말하지만 스타트업의 핵심은 ‘불확실성’이다. 그 말은 하나의 fact가 내 사업과 만났을 때, 어떤 효과를 보일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오늘 어떤 사람을 한 명 알게 되었는데, 그 사람이 미래의 직원이 될지, 경쟁자 혹은 조력자가 될지, 잠재적 고객이 될지 아무도 모른다. 가깝게 필자가 근무 중인 원티드랩의 사업개발 이사가 과거 직장에서 펀드 매니저로 근무할 때 그에게 일본 주식 세일즈를 하던 분께서 현재 원티드랩의 일본 지사장으로 함께 일을 하고 계신다.


새로운 스타트업 서비스나 새로운 기술이 시장에 나왔을 때, 그것이 우리 사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무도 모른다. 강력한 경쟁자가 될 수도 있고, 제휴관계를 통해 협업을 할 수도 있고, 학습하고 벤치마킹해야 할 대상이 될 수도 있다. Fact는 Fact 그대로 받아들여서 빠르게 학습해야 한다. 여기까지는 모든 사람이 해야 하는 의무적인 영역이다. 그 Fact를 어떻게 해석하고 어떤 기회로 만들어낼지는 전적으로 개인과 조직의 상상력에 의존한다.


언제나 현실적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필자의 개인적 성향 탓인지, 남들보다 새로운 상상력에 목이 마른 것 같다. 추진력으로 사업을 끌고 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상력으로 빗어낸 새로운 도전을 기획해보는 기회가 찾아오도록 많이 배우고 고민하고 상상해야겠다.



개인적으로 겪었던 스타트업 사업개발 경험과 읽고 고민했던 지식들을 결합하여 새로운 글을 쓰고자 하였는데, 막상 글을 다 써놓고 나니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스타트업 체험기가 된 것 같아 아쉽다. 아직 나만의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을 자신 있게 적기에는 필자의 고민과 경험이 부족한 것이 아닐까 한다.  부족한 글이나마 스타트업이나 사업개발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많은 사람들이 멋지게 상상하고 도전하고 실험하는데 도움이 되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Written by 백승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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