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이 지났다

by 이순신

1.

지난 주 월요일인 3/2 5pm까지 대상자에게 이메일이 발송되었고, 다음 날인 화요일 인사팀과 1:1 미팅을 한 후 두 시간이내에 모든 회사 계정이 차단되었다고 한다. 화요일은 모두를 존중하는 차원에서 (to give them space) 전사적으로 미팅을 자제하라는 권고가 내려졌고, 수요일에 마지막 비공식적인 farewell 미팅을 가졌다. 그러나 회사 계정이 이미 다 차단되었고 더 이상 회사 미팅에 참여할 어떠한 의무도 없기에 아주 소수의 사람들만 참여했다.


콜린이 울었다. 어린 손주까지 있는 어른이 10년의 마침표가 이렇게 찍혀진 것에 대해서 슬퍼하며 울었다. 한 명씩 돌아가며 한 마디씩 하는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지금은 콜린과 많이 편해졌지만 처음엔 콜린이 날 싫어하는 것 같고 가끔은 그의 조크를 이해하기 힘들었는데 마지막에 그러더라. "I heard many people saying 'I'm SO happy to have Sunshin in our team!" 그 말 밖에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 말에 나는 울음이 터져서 엉엉 같이 울었다.


2.

그리고 다음 날 목요일, 다시 전체 미팅이 소집됐다. 다음 주 타운홀이 있기 전 이번 구조 조정의 대상이었던 부서들만 따로 캠퍼스에서 미팅을 가졌다. 쉽게 말하면 이번 구조 조정에서 '살아남은 자'들의 미팅이었는데 매우 무겁고 엄중하고 슬프고 화난 분위기였다. 남겨진 사람들에게는 동료를 갑작스럽게 떠나보낸 슬픔과 미안함, 앞으로 많은 일들을, 어쩌면 전혀 새로운 일들을 감당해야 하는 무게감이 남았다. 남은 사람들에게 이번 사건을 잘 이해시키고 오히려 새로운 기회와 책임으로 설득하면 좋았을텐데, 이번 결정이 어떤 기준으로 내려졌는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그런 마음 승리를 하기는 어려워 보였다.


총장의 업데이트 후, 질의응답 시간에 내 뒤에 있던 한 사람이 손을 들어 말했다.

"우리에게는 어떤 옵션이 있나요? 당신은 우리를 존중하고 감사한다고 말하지만 저는 그렇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아주 화나고 답답합니다. 체스판의 말이 된 것 같습니다."

정중하고 우아하고 절제된 말 속에 날카롭고 예리한 지적이었다.


미팅이 끝나고 복도에서 질문했던 사람과 우연히 마주쳐서 내가 말을 걸었다.

"실례지만 아까 질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당신의 감정에 충분히 공감하고 저는 용기가 부족해서 말하지 못했는데 우리의 감정을 대변해 줘서 고맙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정말 고마워서 그렇게 말했고, 나도 화가 날 땐 화가 난다고 절제와 예리함으로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다짐해 보기도 했다.


3.

그 날 오후에는 더 중요한 (부담스러운) 미팅이 있었다. 우리 팀 보스와 남은 세 사람은 새로운 팀으로 다른 소속으로 이동하게 되었는데, 다른 소속의 대왕 보스와 첫 미팅을 가진 것이다. 인터뷰 같은 분위기였다. 아직 어떤 일을 할지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지만 우리가 어떤 사람들이고, 어떤 일을 해 왔는지 파악하는 차원의 실무 미팅이었다. 이번 조직 개편을 담당하는 실무자 두 명도 배석했다.


앞으로 독립적으로 묵묵히 일을 완벽하게 처리하는 것보다 내 의견과 생각을 피력하고 대중 앞에도 나서야 하는 역할이 중요해질 것 같다. 산을 겨우 넘었는데 (내 자의적으로 넘은 것은 아니지만..) 또 다시 넘어야 할 산 앞에 선 기분이다.


4.

여러 가지 감정이 휘몰아친 일주일을 보냈다. 그것은 슬픔, 아쉬움, 두려움, 공포, 안도, 기쁨, 분노였을까. 한 가지 이름을 붙일 수는 없을 것이다.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은 파도를 막아주던 믿음직한 방파재들이 사라지고 바다 앞에 맨 몸으로 선 기분이다. 앞으로 어떤 파도가, 얼마나 거센 녀석이 올지 모른다. 내가 막아낼 수 있을지, 내가 자유롭게 서핑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리고 그 주 예배를 드리는데 아무 것도 아니었던 어부 출신 베드로가 당대 지위와 학식, 부를 가진 대제사장과 서기관, 사두개인들 앞에서 담대히 예수님의 부활을 전한 말씀이었다. 두려움이 아예 없다면 담대함도 필요없을 것이다. 그리고 퍼블릭 스피킹에 대한 언급도 잠깐 있었는데 그 말씀이 꼭 내게 직접 귀에 대고 하시는 말씀 같았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두려움을 인정하고 담대함으로 나아가는 것. "The source of wisdom"인 하나님을 의지하는 것뿐이다.


5.

그 후 이틀이 지나고 3/10 전체 타운홀 미팅이 있었다. 무거운 마음은 여전하지만 오늘 일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음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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