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3편. 온전히 나로 살아가기

by 블라이
해외 살이 10년 차, 나답게 살아가는 것


네덜란드 취업


네덜란드에서의 취업을 선택한 지 벌써 3년이 지났다.


처음에는 아프리카 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클린 에너지 사회적 기업에서 약 2년간 일했고, 이후에는 유럽 국가를 대상으로 하는 일반 기업으로 옮겼다. 시간은 참 빠르게 흘렀다.


네덜란드에서의 근무 경험은 한국이나 다른 해외에서 경험했던 것과는 사뭇 달랐다. 이곳은 서로를 존중하는 문화가 깊게 자리 잡고 있다. 무례한 사람을 보기 어렵고, 인종차별도 거의 느껴본 적이 없다. 그런 환경 덕분에 나는 조금 더 편안하게, 나답게 살아갈 수 있었다.


석사 시절까지만 해도 나는 영어 닉네임으로 불렸다. 내 한국 이름이 외국인들에게 발음하기 어렵다고 생각했고, 솔직히 내 진짜 이름이 아닌 다른 이름으로 불리는 것이 더 편하다고 느끼기도 했다. 그런데 ACE라는 사회적 기업에 입사했을 때, 동료들이 내 영어 이름 대신 한국 이름으로 불러주고 싶다고 했다. 처음 있는 일이었다. 나는 흔쾌히 내 이름을 알려주었고, 그때부터 내 진짜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 이름을 통해 존중받는 느낌이었다.


이렇듯 좋은 사람들과 함께 일했던 사회적 기업에서의 경험은 참 좋았다. 스위스 제네바 세계무역기구 본부에서 개최된 포럼에 초청받아 부스를 열었고, 그곳에서 다양한 사회적 기업들을 직접 만나고 교류할 수 있었다.


스위스 제네바, WTO 포럼 참석


특히 나는 아프리카 두 국가에서 일했던 경험을 이어가고 싶었는데, 마침 이 사회적 기업에서 아프리카를 대상으로 하는 사업을 맡게 되어 기뻤다. 그때 나는 프로젝트 매니저로서 EU, 네덜란드, 그리고 다른 유럽 국가 정부의 에너지 보조금으로 진행되는 클린 에너지 사업을 기획하고 관리했다. 열심히 제출했던 제안서 중 두 개가 선정되었고, 새로운 사업을 발굴하는 과정에서 큰 기쁨을 느꼈다.


그러다 2년 정도 지났을 때, LinkedIn을 통해 다른 회사로부터 취업 제안을 받았고, 면접을 거쳐 지금의 회사에 입사하게 되었다. 이 회사 역시 클린 에너지 확대를 목표로 하는데 사회적 기업보다는 일반 기업 성격에 더 가깝다. 이곳에서 나는 처음으로 대규모 보조금 사업 기획에 참여할 기회를 얻었는데, 근무 1년 차에 111M 유로(한화 약 1,800억 원) 규모의 EU 보조금 사업을 따내는 경험을 했다. 지금도 또 다른 사업 기획에 참여하며 커리어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하나씩 쌓아가고 있다.




가끔은 생각한다. 한국에 있었다면 어땠을까? 그곳에서도 이곳만큼 자유롭게 성장하고 좋은 기회를 얻을 수 있었을까? 물론, 어디에 있든 삶은 저마다의 장단점을 품고 있을 것이다.


결국 중요한 건, 내가 선택한 삶에 후회하지 않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 선택이 나를 어디로 데려가든, 그곳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모습으로 나답게 살아가면 된다.


해외에서 오래 살다 보면, 한국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과의 거리는 자연스레 멀어진다. 특히 가족이 아플 때 곁에 있어주지 못하는 현실은 늘 마음을 아프게 한다. 한 곳에 오래 머물면 뿌리도 깊어지고 관계도 단단해지는데, 그런 깊은 연결을 지속하지 못한 건 가장 아쉬운 부분이다.


하지만, 이곳에서 나는 매일 나답게 살아갈 수 있다. 내가 원하는 곳에서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하루를 설계하고 채워갈 수 있다. 한국에서는 세상이 요구하는 대로 살아가느라, 내 시간 속에 내가 없었다. 하지만 여기서는 오롯이 ‘나’로 존재할 수 있다. 인적이 많지 않은 아담한 도시, 공원이 많고 조금만 더 가면 바닷가가 있는 아름다운 동네에서 일주일에 두 번 재택근무를 하며 살 수 있어 감사할 따름이다.


앞으로 어떤 일이 닥칠지 몰라도, 오늘 이곳에 남기로 한 이상, 나는 매일을 감사함으로 채워가고 싶다.


혹시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든,

아니면 다른 곳으로 향하든,

어디에 있든 나답게 살 수 있길 바라본다.